미국식 영작문 수업 - 미국 대학생의 글쓰기를 지도한 한국인의, 토종 한국인을 위한 가장 체계적인 영작문 공부법 미국식 영작문 수업
최정숙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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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 학부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한 경력이 있다. ‘토종 한국인’(토종이란 단어로 사람을 수식하는 것이 이상하지만)인 저자가 원어민을 지도하다니. 어떻게 공부했길래 그런 실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그 이유는 독종으로 불리는 ‘끊임없는 노력’과 ‘분석력’이다. 무료한 직장 생활에 영어를 공부했던 저자는 기초가 탄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입한 영어 교제에 나온 문장을 전부 암기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 영작과 원어민이 쓴 글을 비교하면서 공부를 한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저자는 스스로 영작하는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훌륭한 영문을 씹어 먹고 분석하는 공부인 것이다.
이 책은 300p도 안 되는 글 속에 ‘영작문’에 대한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아주 기초적인 영작문은 아니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갈 때 유용한 팁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에서 공부한 저자이기에 영작문에서 한국인들이 실수할 수 있는 지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첨삭을 받는 것 같은 세세한 문장 분석식 설명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단순히 문장과 영작 예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영어식’ 문장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이 읽을 때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게 느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영작문을 잘하기 전에 한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장 ‘고급 영문을 만드는 5가지 방법’을 지나 2장 ‘간결하고 명료한 영어 글쓰기’를 보면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감성적’인 나에게 저자의 논리적/분석적 설명은(영어 예시문이 아니다;;) 한국어로 쓰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 시키고, 이 개념들을 균형 있게 쓰는 방법은 ‘영어 에세이’ 이전에 논리적 글쓰기(한국어) 연습부터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부록으로 ‘영어 글쓰기 맞춤 문법’이 있는데, 도식화된 문법 설명, 영작 연습 문장과 영작 연습 문제에 대한 답과 자세한 설명이 있다. 바로 1장부터 들어가기에 망설여진다면 부록먼저 독파하고 1장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영어 공부법을 본받아 이 책 한 권을 씹어 먹는 자세로 공부한다면, ‘영작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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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학 - 고광률 장편소설
고광률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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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학. 눈에 띄는 제목이다. 1905년 장지연이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황성신문에 비판한 글 ‘시일야방성대곡(이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이 떠오른다. ‘이날, 목 놓아 대학을 부르짖다’ 쯤의 의미가 되려나. 책 앞 장에 주요 등장인물 25명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는데, 이름들이 범상치 않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랄까. 그러나 그 이름의 의미를 유추해 내기엔 내 지식이 부족하다.
총 3부로 구성된 소설(1부 부실대학, 2부 학생 중심 대학, 3부 모도일의 대학). 1부가 시작되기에 앞서 앤 월슨 섀프/다이앤 패셜의 저작 [중독조직]에서 발췌한 부분이 실려 있다. 중독 조직. ‘내부에서만 돌아가는 중독 시스템으로 경직되고, 부정직해지며, 현실을 그대로 보지 않으려 하기에 병이 더욱 깊어진다. 전체 시스템의 문제이기에 부분으로 해결할 수 없고, 소모적이며 파괴적인 세계관’이라는 설명이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고병률 작가님은 중독 조직인 대학을 어떻게 그려내시려는 것이기에 이렇게 도입부가 무거울까.

일광대학 의대 학생들의 시위에 토요일에도 일사 분란하게 출근한 교직원들.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목소리 높여 말하는 것이 불법적인 것도 아니고. 모도일 총장도 마치 국가 비상 사태시 대통령이 경호를 받는 것처럼 도서관에 위치한 총장실로 들어간다. 이런 사태에 대비한 ‘위기 대응 매뉴얼’도 있는 상황. 허...
일광대 설립자의 외아들 모도일 총장과 그에 대척점에 있는 일광대 설립 공신인 영상철학과 교수 주시열. 주시열 교수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설립자인 모준오의 신임과 유언 때문이다. 하바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정치질에 능하지 못한 책상물림 모도일과 능구렁이 주시열의 성격도 한 몫했다.
모도일 총장이 분교를 짓는다며 무리하게 진행하지만 않았어도 부실 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평가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부실 대학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개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의과대 학생들은 부실 대학을 이유로 총장 퇴진 시위를 벌이고. 총장 및 교직원들은 그 와중에 파벌 싸움을 하고, 교육부는 반값 등록금, 등록금 동결과 지원금으로 대학을 조이고... 그런데 정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점점 흥미진진해 지는 이야기.
30년간 대학에서 근무했다는 고광률 작가.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살아 있고, 술술 넘어간다. 술술 넘어갈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는 꼭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 넘쳐난다. 심지어 어떤 면에선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나에겐 대학 졸업장이 하나의 자격증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었다. 오히려 사회에 나와 다른 공부 공동체에서 배운 것이 많다. 대학이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회복할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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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기 좋은 날 - 감자의 자신만만 직장 탈출기
감자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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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씨의 소기업 입사에서 퇴사까지의 일 년간의 고군분투. 주요 등장인물이 감자, 고구마, 소라게, 가리비라 중간 중간 웃으면서 봤다. 감자 작가님 개그 센스가 있으셔. 자칭 프로 퇴사러라는 감자씨. 첫 에피소드는 감자씨의 출근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억 서울의 지하철 러쉬를 통과해 번듯한 건물을 지나지나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옥탑 사무실에 도착. 감자씨의 유일한 동료 고구마씨와 버티며 일하고 있다. 볼수록 복장터지는 소라게 대표와 가리비... 소기업이기에 디자인팀이라 해도 여러 일을 맡아서 하는 고구마씨와 감자씨... 첫 직장인 고구마씨 버티다 퇴사결정을 내리고.... 소라게와 가리비는 아파도, 장례식장에 있어도 고구마씨를 불러대며 마지막까지 쥐어짜 댄다. 다행이 고구마씨는 퇴사 후 여행을 다녀오고 멋진 고구마로 탈바꿈이 된다. 고구마씨 머리의 새싹이 꽃이 되어 있었다.
소라게와 가리비와 감자씨 ㅎㅎ 고구마씨를 대체할 인력을 뽑지 않으시고 가리비씨가 대신하신다고ㅎㅎㅎㅜㅜ 감자씨.. 소라게씨와 가리비씨는 회사 이전 며칠 남겨두고 감자씨에게 회사 이전을 통보한다. 와 뭐 이런.... 1시간 20분.. 최대 2시간이 걸리는 출근길... 가리비씨는 지하철, 마을버스 타고 내려 10분 정도 걸어오면 된다고 쉽게 말하는데.... 복창터집니다.
감자씨 퇴사 결정을 하게 됩니다. 5개월만 버티자... 네 잘 결정하신 겁니다. 감자씨...
대리로 승진했지만 말만 대리, 연봉도 그대로, 회사 이전으로 길어진 출근 시간, 악화된 건강, 체계가 잡히지 않은 소라게와 가리비씨. 어욱. 감자씨 퇴사 통보하고 퇴사까지 속 시원했다. 감자씨는 그 후 정식 작가가 되었고, 고구마씨는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고.. 훈훈한 결말이라 좋다. 좋은 퇴사. 퇴사하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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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오귀스트 르누아르 아트 포스터 시리즈
오귀스트 르누아르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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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북 표지부터 몽글몽글한 느낌의 소녀? 여성이라니ㅎㅎ 발레그레한 뺨에 꿈꾸는 듯한 눈과 분홍빛 배경 와우...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내 공간의 작은 전시회”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작품들.

 


르누아르의 작품들 대체로 여성을 모델로 그렸는데 따스하고 정감있다. 춤추면서 저렇게 행복한 모습이라니... 보는 사람이 다 행복하다.

 



  비 내리는 날 길가의 여성들과 어린 소녀를 표현. 다들 검푸른색 우산을 쓰고 짙은 색깔의 옷을 입고 있지만... 봄이나 가을... 공기 중에 만연한 정취를 만끽하다 비가 내리고 우산을 쓰고 집에 가면 따뜻함이 반길 것 같은 느낌....

 

 

 

 

 

 

 

애기 너무 귀엽다.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식당으로 초대한 느낌. 그 부산스러움, 흥이 느껴진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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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에드가 드가 아트 포스터 시리즈
에드가 드가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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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간에 여는 작은 전시회”라니 멋지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의 작품 10개가 A3 사이즈 포스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마음이 끌리지만...


이 첫 번째 그림. 어느 겨울 아침, 파리를 배경으로 소녀가 발레 연습을 하는 모습. 아마도 소녀는 아침 일찍 가서 부단히도 연습을 하는 중일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첫 번째로 도착해, 차가운 공기를 뚫고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데우기 위해 움직이고...
소녀의 뒤로 보이는 차가운 느낌의 파리 배경이 아침 공기의 선연함을 말해주고 있다.
드가가 발레리나를 그리던 시절 발레리나는 지금처럼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하층민 소녀가 입 하나라도 덜어보기 위해 어려서 발레단에 입단하고,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한다. 벨 에포크라고 불리던 풍요로운 시기. 풍요로움에 찌들어 쾌락을 추구하던 부유한 남성들은 ‘성 상품’이었던 발레리나들의 스폰서가 되기도 한다.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들의 일상 모습이 아름답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보면, 더 눈길을 끄는 이유이다. 그는 발레리나뿐만 아니라 하층민 여성들을 화폭에 남겼다. 어쩌면 그들의 고통에 공감했던 것일 수도....

 


드가가 처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드가식’ 화풍은 아니었다고 한다. 30대쯤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시기에 하류층 여인들(발레리나)과 일상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가는 시력 저하에 대한 예술가로서 갖는 분노를 오히려 모델의 동작이나 몸짓 연구에 쏟았다고 한다. 말년에 그린 <국화 옆의 여인>은 화가로서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형태와 색의 경계, 인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확장할 여지, 여전히 남아 있는 그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고자 하는 화가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p. 188)
“사람들은 나를 무용가의 화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다.” – 에드가 드가

<방구석 미술관>, <줄리언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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