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그리스인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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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스의 양대 국가인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격전인 펠로폰네소스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30여 년 동안 지속된 펠로폰네소스전쟁은 육군에서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스파르타의 승리하고 아테네는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100100여 년에 걸친 아테네의 민주 정치가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어 등장하는 30인의 정권과 과두 정권을 주시하며 아테네가 어떠한 정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매우 궁금하다. 이때 리더로서 활약했던 크리티아스는 철학자 플라톤의 외삼촌이었으며 아테네 명문가의 출신이었고,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유자였다는 사실이다. 혼란스러운 아테네에 과두 정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동지들을 거느리고 귀국한 크리티아스는 과연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알려진 크리티아스, 철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리더로 말미암아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되는 소크라테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500명 재판관 판결은 유죄 250, 무죄 230표였기에 벌금만 내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펼친 정공법의 변명을 들은 뒤에 이루어진 최종 판결에서 유죄 360, 무죄 140표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에 사형이 결정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면 알 수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정리하려고 생각했던 재판관들을 소크라테스가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중략)

360명은 왜 분노했을까? 나는 이 시기 아테네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순간에 소크라테스가 나타나 벌금형이나 망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바로 그 소크라테스에게 시민들은 반발했다. 초조해하는 자신과 달리 평온한 소크라테스에게 분노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큰 차이의 투표 수로 결정된 사형 판결이었다. 이런 상상 말고는 처음에 유죄를 선언한 사람이 250명이었다가 이튿날 360명으로 증가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 도발적인 전술은 성공했다.

-p. 40~41

 

로마인 이야기로 알려진 이 책 그리스인 이야기 3」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당대 역사적 사건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두꺼운 책이지만 그리스의 역사에 흥미와 기대를 가지고 읽게 하는 책, 그리스인 이야기 1, 2권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저자를 따라 그리스인의 생각부터 인생, 정치와 문화, 사회, 외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동서 융합을 이룬 세계화의 선구자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거취를 흥미롭게 그려내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지 놀랍기 그지없다.

 

알렉산드로스는 달랐다. 스승이 말한 다음의 가르침에는 전혀 따르지 않았다.

그리스인은 동등한 친구로 대해도 좋지만 그리스인이 아닌 사람(즉 야만족)은 동물이나 식물과 같다고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페르시아로 갔을 때 알렉산드로스는 특히 이 가르침과는 정반대라고 해도 좋은 태도를 취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읽고 느낀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어쩔 수 없는 도시국가 시대의 그리스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달리 알렉산드로스는 도시국가를 초월한 그리스인이었다.

아무튼 스승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뛰어난 제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철학 자체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p. 223

 

저자는 다른 도서와는 달리 그리스의 쇠락에 대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스가 몰락해져 가는 과정에서 남기는 교훈은 무엇일까? 저자는 알렉산드로스라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인물의 유년시절부터 타고난 기질과 성격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단지 세계 역사 요약 부분에서 불과 몇 줄로 만났던 알렉산드로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잘 짜인 다큐를 보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읽었던 그리스인 이야기 3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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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 -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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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마라톤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진짜 능력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지.... 인간이 한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흥미롭다. 신체적인 능력만으로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저자는 손기정 선수가 남긴 말에 주목한다.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까지  뿐이다. 그다음은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다.”

 

어릴 적 꽤 달리기를 잘 하는 편에 속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만 달려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에 달리는 일을 멀리했던 기억이 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 인듀어는 국가대표 육상 선수 출신이며 물리학자이자 과학전문 칼럼니스트인 알렉스 허친슨의 저서이다.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뛰어난 운동선수나 모험가들이 세운 업적들과 그들이 이루어낸 성취의 원리를 밝혀내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인듀어에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질문이 존재한다.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 그 오래 견디는 힘과 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p. 12

 

건강 유지를 위해서 수분 섭취는 필수라고들 한다. 매일 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려고 하지만 어느 땐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선한 날씨라 그동안 쉬었던 운동에 슬슬 발동을 걸고 있다. 등산을 하려면 숨이 턱에 차오르면서 갈증이 나곤 해서 물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수분 섭취에 대한 이견들이 많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체질에 맞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탈수증상이 오면 수분 공급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탈수와 갈증도 연관이 있는가?’에 관한 설명이 진행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재미있는 것은 탈수와 갈증의 관계다. 흔히 탈수가 일어나면 갈증이 생기고 갈증을 느끼면 당연히 탈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의탈수증에서 엿볼 수 있듯이 탈수와 갈증은 별개라는 것이다.

-p. 14

 

지인들 중 오래전 교통사고 후 통증을 잊기 위해 마라톤을 하는 분이 있다. 진통제 한 알이 너무 강하다는 그분은 사고 후유증이 너무 심해 건강증진을 위해 마라톤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했다. 이 책 내용 중에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필수 능력으로 지구력을 강조한다. 극심한 환경에서 자제력을 잃지 않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의미라고 이해한다. 오래달리기, 철봉에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어느 것 하나 쉬운 운동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도 지구력이 부족한 것일 터 그렇다면 지구력 향상을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다.

 

지구력은 인간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인 동시에, 악을 쓰는 아이들과 함께 국제선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힘이기도 하다. 후자의 상황에 지구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소 비유적인 표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 사이에는 생각만큼 명확한 경계가 그어져 있지 않다. 안타까운 실패로 끝난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원정과 1915년 그의 탐험선 인듀어런스호가 빙산에 부딪쳐 난파되었을 때 원정대가 생존을 위해 견뎌야 했던 2년의 시간을 생각해 보자. 그들을 지탱한 힘은 이코노미석의 아이 떼를 견디게 해 주는 정신적 지구력이었을까? 아니면 순수한 육체적 지구력이었을까? 애초에 한 사람이 둘 중 하나만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p. 41~42

 

이 책은 인간의 한계 및 도전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학적 이론을 적용하며 원인과 결과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상황에서 발휘되는 그 에너지는 무엇일지 궁금했었다.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종종 만나기도 하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책, 인듀어가 엄홍길, 말콤 글래드웰, 애덤 그랜트 강력 추천도서로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지구력을 세계 최초로 과학적으로 탐구했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빛을 내는 지구력, 어느 사람은 지구력으로 좋은 결과를 내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더 많이 있다는 것, 과학적 탐구에 빛나는 지구력의 과학적 이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바 있는 엄홍길 산악인은 히말라야 등반 시 고통의 순간을 떠올리며 인간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산 정상에 올랐던 감격했을 것 같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미터 16좌 등정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답으로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가대표 육상 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라는 독특한 저자의 이력이 이 책 인듀어를 더욱 주목하게 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코라는 무엇이든 우리 뇌의 노력 다이얼을 돌릴 수만 있다면 지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간단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탈수나 근육 피로, 터질 듯 뛰는 심장을 포함해 어떤 요소라도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힘들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운동선수들은 이러한 몸의 신호에 적응하도록 훈련을 받고, 시간이 갈수록 더 적은 힘으로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 피로처럼 상대적으로 불분명한 요소들 또한 노력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마라톤을 하면서 몇 시간 동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집중하는 행위는 뇌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마코라 가설은 보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만약 정신적 피로에 익숙해지도록 뇌를 훈련할 수 있다면, 몸을 단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보다 적은 힘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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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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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우리나라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최연소 교수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수업은 20여 년 동안 식을 줄 모르는 명 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엔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로 다시 독자 앞에 선다.

 

철학이란 학자들이 한적한 곳에 앉아 홀로 사유하며 수행하는 행위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이런 경향의 철학적 이미지는 잘못된 것이며 철학이 대화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마이클 샌델, 중국과 만나다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움직이지 않는 통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자는 학문과 현실의 동떨어진 개념이 아닌 삶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적 대화는 문화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철학적 전통들 사이의 접촉점과 불일치의 지점들을 탐구한다는 입장에서 철학이 대화 사례이며 서양과 중국의 철학적 정통을 넘나들며 함께 사유한 실험물이라고 정의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치 이론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1990년대부터 21세기 초까지 현대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중국의 학자들은 샌델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특히 샌델의 구성적 자아관,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 중립성에 대한 비판에 주목했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논쟁도 연구했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불만 ,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간되면서 샌델의 정치철학이 중국에서 학계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란 무엇인지, 일상생활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市場) 방식의 추론이 미치는 해악, 더 일반적으로 말해 시장 기반 사회에 고유한 도덕적 결함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샌델의 정치철학은 학자들이나 일반 대중에게 정치 이론의 도움으로 일상의 도덕적 물음을 생각할 수 있게 영감을 주었다.

-p. 107~108


이 책 마이클 샌델, 중국과 만나다이 마이클 샌델의 저술들을 놓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중국철학 전공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탄생한 책이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소개말을 참고하며 조금 딱딱하지만 억지로라도 읽고 싶은 마음에 두꺼운 책이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바 있는 저자의 강연 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강의가 너무나 감명 깊었다. 다시 살아있는 강의를 기대하며 마주하게 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가 기대하며 주목하는 중국이란 나라가 장차 어떻게 부상하게 될까 하는 기대감도 떨칠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난 지금 명실상부한 종전선언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외 정세를 읽는 시야를 확보하게 해줄 책이라는 기대까지 거는 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매우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은 분명하다. 특정인이 정한 이론이나 주장에 무작정 동의하는 것보다 종국에는 같은 생각일지라도 나만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마련해 줄 것 같은 책이다.  


 

도가 사상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은 샌델의 논의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물론 그의 논의를 새롭게 조명해 줄 수도 있다. 첫째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역할, , 이익에 대한 공리주의적 이해와 연관된 절차적 계산에 대한 거부다. 고대 중국에서 경쟁하는 학파들이 제도화되면서 생겨났다고 받아들여지는 (아마도 이것은 오해인 듯하다) 이러한 계산적 사유 방식은 나중에 기계적 사유혹은 글자 그대로는 기계적인 마음이라 할 기심(機心, mechanical heart-mind)이란 말로 요약된다. 유명한 도가적 이상, 자발성혹은 스스로 그러함이라 할 자연(自然), ‘억지로 하지 않는 행위혹은 불간섭이라 할 무위(無爲)는 이러한 기계적 마음에 대한 원형적 대안들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상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 사물,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는 물론 그런 상호작용이 양산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p.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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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챈스의 외출
저지 코진스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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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오랜 시간 감동으로 남아 있는 까닭에 이 책 정원사 챈스가 더욱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무런 불편을 모른 채 묵묵히 살아가는 등장인물을 보며 비록 남들과 대등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간직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저마다 성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목격됩니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떤 소외감을 느끼게 될지 모르기에 안타깝지요. 이 책 「정원사 챈스의 외출」에 등장하는 챈스는 태어날 때 엄마와 사별하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고아인데 어르신이 맡아 기르게 됩니다. 대 저택 한편에서 정원을 관리하며 살고 있지만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자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챈스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바깥세상이 어떤지 관심조차 갖지 못한 채 정원에서의 삶이 마냥 만족스러운 사람이었지요.


챈스의 엄마는 챈스를 낳고 죽었다. 아무도, 심지어 어르신조차도, 누가 그의 아버지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읽고 쓰는 것을 배우지만, 챈스는 결국 글을 깨치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서 떠드는 말들도 대개는 이해하지 못했다.

-p. 16

 


​어느 날 갑자기 챈스를 돌봐주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챈스, 이상하게도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만나게 됩니다. 챈스에겐 유일했던 세상과의 통로가 TV였었고, 그런 TV 속 세상이 챈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큽니다. 아무런 준비라곤 없었던 챈스, 정원사 챈스가 만나는 일들이 그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를 가져다줍니다. 이 책은 우연히 마주치는 사건과 인물들이 챈스에게는 절호의 찬스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때 고아였던 챈스, 우연한 사고로 금융 재벌가에 식객으로 들어갔는데 그 주인은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었던 겁니다. 천애 고아에서 거물급 정계 인사까지 승승장구하는 챈스와 같이 운이 좋은 사람이 물론 없을 것입니다. 현대의 비즈니스맨으로도 비유되는 '정원사'라는 표현은 매우 의미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작고 아담한 한 권의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으며 교훈까지 얻게 해주는 예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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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둘째 별글아이 그림책 4
서숙원 지음, 김민지 그림 / 별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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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때이죠. 각 가정마다 많이 낳으면 둘 이상을 넘지 않는 실정이고 또 결혼을 한 사람들의 경우 출산 계획이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다 자녀 가정에서 자란 부모 세대들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둘째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저희 집의 경우 1남 1녀, 첫 아리는 첫째라 특별하고 둘째는 둘째라서 더 고귀하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키웠지요. 옷을 사주거나 장난감 등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할 경우 두 아이에게 차등을 주지 않고 똑같이 해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둘째 아이는 오빠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지요. 이 아이들 부모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해주었는지를 모르는 걸까요? ​하긴 남들이 자신들의 부모를 ​ 부르는 호칭이 쿤 아이의 이름을 따서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마치 소외된 느낌을 받을 것도 같아요.


이 책 「내 이름은 둘째」은 별글아이 그림책으로 4~6세 유아가 읽으면 좋을 책으로 권장됩니다. 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라도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림책이었고요, 형제나 자매 없이 홀로 자라는 아이들보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상황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제공받는다는 정점을 발견하게 될 것 같아요. 집에서부터 사회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지만 나름 서운한 일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첫째와 셋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왠지 부모의 관심이 못 받는 것 같은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럴때 둘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내 이름은 둘째」, 이 책에 나오는 둘째 연두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뭔지 모르게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고 있거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언니라 세워주고 동생이라 더 챙겨주고 돌봐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느 곳에서든 몹시 작아 보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연두를 봤다면 마치 심술을 부리는 아이인 줄 오해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마음이 상헌 아이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연두처럼 둘째라서 속상한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보고 위로받을 것 같아요.

 


혹시 둘째라서 슬픈 친구들이 있나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죠. 이 책 읽으며 아이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예쁜 그림책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웃고 자신감을 찾게 될 것 같아 이 책 추천해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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