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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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언젠가는 이 거리를 떠날 거야, 이 모래도시에는 나의 불우를 가리키는 저 실체도 없는 모래들이, 마치 나의 불우를 내가 이 지상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확인할 도리 없이 떠다닌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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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 - 2014 한국연구재단 우수저서 예술문화총서 3
구본호 지음 / 해피북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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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은 공공부지의 활용, 길거리에 설치된 분수나 가로등 디자인, 특성화 거리, 폐가를 리모델링한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사업 등을 모두 포함한다. 단지 예쁘게 꾸미는 것만이 공공미술의 역할은 아니다. 사랑하고 싶은 도시, 오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예쁘게 하기‘는 도시 재생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만, 첫 번째 단계는 아니다. 벽화마을의 실패 사례가 많은 것은 첫 번째이자 종착점으로 ‘예쁘게 하기‘가 실행된 것에 있다. 언제나 미술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존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외지인의 방문만으로는 ‘예쁜 마을‘을 유지할 수 없다.

아름다움으로써의 미술은 수단이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고치고 길을 내고 불을 밝힌-사랑하고 싶은 도시, 볼 거리와 체험할 거리가 있는-관광객이 오고 싶은 도시, 그리하여 삶의 터전으로 점찍게 되는-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공공미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자 올바른 도시 재생이다.

리뷰 전문: https://m.blog.naver.com/blue_bluhen/223643040176

시민들이 작품에 참여하고 그것을 사용할 때 비로소 공공미술은 완성된다 - P246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원과 녹지, 숨막히는 공간의 조밀도, 척박한 시각 환경 등의 궁핍을 해소할 방법으로서 미술은 개입을 한다. - P114

예를 들면 놀이터의 안전 점검, 불편한 통행 시설 조사하기 등의 수요조사를 통해 ‘마을지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거기에서 나온 제안이 관청의 정책에 반영된다면 지역민으로서 주인의식과 참여 정신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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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물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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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사이에 둔 두 개의 형체는 완전히 겹쳐질 수 없다.거울의 두께만큼의 거리가 존재하고 미묘하게 어긋난다.그러나 분명 그 둘은 반복되고 있다.
배수아의 글은 그런 수미상관을 갖는다. 장르는 시이자 소설이다. 하얗게 시야에 들어오나 손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눈결정처럼 영영 만질 수 없고,프랙탈은 그 짧은 순간에는 모두 읽어낼 수 없다.대위법으로 진행되는 꿈과 현실.어떻게 이런 글을 쓰는지 늘 경이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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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
아리안 샤비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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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양산은 쉽고 편하다. 반면에 논리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왜냐하면 상대가 무논리니까. 답이 없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겠는가? 그보다야 그것이 무논리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게 나을 것이다. 애초에 무논리를 상대로 증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기는 하다.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에서는 그러한 무논리 바이러스를 하나하나 해부대에 올린 다음 ‘자, 이것 봐.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했던 바이러스는 이렇게 분해하는 거고, 사실은 전부 빈껍데기에 불과해.‘라고 말해준다.

https://tobe.aladin.co.kr/n/2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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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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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는 ‘아이오와 일기‘라고 되어 있다. 일기라는 것은 그 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로 쓰는 글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같은 속도로 기록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과거가 된다. 지금도 눈을 통해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음악, 손에 닿는 세계의 감촉은 수많은 감각 기관과 뇌를 거쳐 재가공된 과거다. 그런 과거를 기록하기란 절대로 순정의 기록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여기에 인용된 것처럼 ‘네 삶을 순서에 맞게 묘사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일 것(p.265, 에두아르 르베, <자살>)‘ 이고 문보영 작가는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중에도 퇴고를 하는 사람이다. 애써 사실에 맞추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항복해버린 글이 얼마나 좋은지. 조리되어 배달된 과거를 예쁜 그릇에 2차로 담는 일처럼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일기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싶은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나는 글에 묻어나오는 글쓴이의 모습을 상상하며(그는 키가 유독 작고 딱히 바지런한 성향은 아닌 모양이다)공원 벤치에서 주운 일기를 정신없이 읽다가 집까지 가져온 사람이 되고 만다.

리뷰 전문-자기만의 낯선 방
https://tobe.aladin.co.kr/n/235759

그의 책을 읽으면 온통 글쓰기 부스러기로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이건 책이 아니라 소보루 빵이다 - P249

아이오와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동료 작가들은 말한다. "너의 현실은 한국에 있잖아." 그런데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건 뭐지? - P227

어떻게 해서 일기 속에서 시간은 팽창할 수 있으며 죽지 않을 수 있는지를(.....)시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리.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뻔뻔해지리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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