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의 탄생 - 대한민국의 최전선에서 거센 물살을 마중한 도시
유승훈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평점 :
한 번 생각해봤다.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 그냥 사투리하고, 해운대하고,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이런 단편적인 정보 말고는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 난 부산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뭐 부산을 무시한다거나 무관심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무관심하다면 이 책을 읽지도 않았겠고, 무시한다기엔 난 내가 사는 도시도 잘 모른다.
이 책은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부산이란 도시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런 이유로 어떤 식으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는지 알려주니까. 그런데 좀 아쉽다. 본격적으로 부산이란 이런 도시가 되었고, 현재는 이런 도시다! 하면서 전개해나가야할 순간에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버린다. 부산은 민주화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야도에서 여도가 되었다! 그 다음은?
개인적으로 근대 시대나 조선 시대 이야기는 크게 감흥 있게 보지는 않았다. 표지에서 보이는 근대의 분위기는 근대~현대로 흘러간다는 암시라 여긴 탓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시대를 섭렵해서 그런지 디테일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내가 원한 부분이 딱 그 디테일이었는데... 심지어는 나열하는 사실조차도 디테일함이 모자라다.
문체 자체도 선호하는 식이 아니다. 조금만 더 딱딱했으면 부산시개론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니. 꼭 이런 역사를 다루는 서적이 딱딱한 문체를 써야할까, 요즘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라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책 자체는 재밌게 읽었다. 현대 부산의 시작은 느끼게 해주었고, 요즘 하고 있는 트로피코라는 게임에서 무산자 계층이 판잣집을 마구 지어대는 모습을 보고 부산에서 생겨나는 판잣집들이 아무리 부숴도 왜 아무리 지어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야 더 치열하고 어이없는 상황이겠지만.
그 밖에도 자잘하게 근대, 조선 때에 단편적인 여러 정보를 넣어두었으니 부산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