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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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으면서, 있어야 할 내용은 있고 재밌는 역사책은 오랜만입니다. 저자인 박훈 교수님이 가진 노련함 때문일지, 편집부가 공을 들인 덕택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딱 원하는 만큼 뽑아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구성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약간 시간 순서에 집착하는 편인데 인물 중심으로 쓰다보니 중간중간 설명을 해줘도 약간 머리가 아파집니다. 근데 이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 그렇고, 인물 개개인을 설명할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인물 배치를 따지면 어느 정도는 시간 순서에 맞춘 편입니다.

시작을 여는 느낌의 요시다 쇼인은 서술된 내용만으로 강렬함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의 시작을 여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고, 그에 맞춰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인물입니다.

잘 알지는 못해도 이름만큼은 자주 들어왔던 사카모토 료마, 인기 있을 만한 불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높으신 양반들이 있는 곳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협상을 주도하고,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항상 제가 하는 생각이 나라면 그 자리에서 그럴 수 있었을까 하고 상황에 저를 대입시켜봅니다. 저로서는 그런 자리에 있을 수조차 없겠지만 있다고 해도 적대하는 둘을 동맹으로까지 이끌어가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크게 감흥을 못 느꼈습니다. 저는 딱히 사무라이에 대한 로망도 없고, 말로가 제 감정상으로는 동조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말을 맞이했는데 띄워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작을 열고, 흐름을 일으키고, 이에 충실했던 인원도 인원이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본 사람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쿠보 도시미치라는 존재에게 뭔가 감정을 이입했던 거 같습니다.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하게 되었을지 감이 안 잡히네요.

이렇듯 이 책은 네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분량에 비해서 밀도가 높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 다른 무엇보다도 저자가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는 역시 다른 것인지, 아니면 이분이 대단해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 둘 다 더 신뢰하게 될 거 같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을 하나 꼽자면 지도가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시각화 자료가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사건이 진행될 때 지역 단위로 벌어지는 일이 있으면 좀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느꼈던 거 같습니다. 크게 지장이 올 정도는 아니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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