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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평점 :
최근 범죄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범죄 기네스북, 지나가면서 읽은 범죄나 형법 관련 사례들 등. 늘 학문적으로 접근한 적은 없지만 지적 유희 정도로는 만지작거리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저에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연쇄살인범 혹은 변태살인범들을 농밀하게 다룬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릴 때마다 짜릿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내용 자체가 너무 자극적이라 제 평생 기억에 남는 책일 정도니까요.
범죄 기네스북은 짤막짤막하게 범죄들을 서술해놓았습니다. 디테일은 없다고 하더라도 주제에 관한 내용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내용이라 나름대로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 제가 바라던 바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작부터 역덕에게는 친근(?)하다고 할 수 있는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나옵니다. 그리고 재판 관련해서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로젠버그 부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흥미가 가는 부분이 있겠지만 뭔가 연속성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정말 거의 언급만 하고 넘어가서 제가 호기심이 생길 때쯤에는 내용이 끝나버리고 맙니다. 물론 50가지 범죄 사건을 채워넣어야하니 이런 접근 방식이 더 맞아떨어집니다. 역덕이나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빡빡하니 이해도 되고요.
바라던 바가 어떻게 되었든 책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관심도 없던 부분을 짚어내주기도 하고, 이런 사건이 있었어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위충현과 고부겸이 가진 일화를,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로 몰랐을 거고, 이런 사례는 단순한 언급만으로도 너무나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할 부분, 제가 유독 불편했던 부분은 카네기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오해하지말라고, 카네기를 악인으로 모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정도 안 좋은 내용만을 이야기해놓고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 그냥 책임 회피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카네기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은 없지만 그 당시 상황은 이렇게 압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고, 그것만으로 카네기를 평가하기도 어려우니까요. 이런 책의 한계는 이런 곳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거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한 내용, 한 내용 읽어가면서 역사 사례를 알게 되는 책입니다. 생각없이 읽기도, 생각을 하면서 읽기도 좋은 무난한 책이라 주변인에게도 추천해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