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부정하며 자존감이 계속해서 하락해있던 찰나에 나의 주원인이 무엇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신 저자의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강박과 살아갑니다>는 마음의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무척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강박증이라는 까다로운 질환을 아주 현실적이고 다정하게 분석해 주었어요. 많은 사람이 강박을 단순한 깔끔함이나 유난스러운 성격 정도로 치부하곤 해요.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이 뇌의 기능적 오작동이자 불안을 통제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원치 않는 불길한 생각이나 충동이 불쑥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이를 '침투적 사고'라고 명명하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생각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여기고 책임지려할 때 발생하곤 해요.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다 보니 이를 상쇄하기 위해 손을 계속 씻거나 확인을 거듭하는 반복 행동에 빠져들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시각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나의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강박을 완벽하게 박멸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버리는 것입니다. 불안을 억누르려 할수록 용수철처럼 더 강하게 튀어 오르기 마련이에요. 오히려 그 불안을 삶의 자연스러운 손님으로 인정하고 곁에 둔 채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원리인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하되, 매번 해오던 확인이나 강박 행동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참아내는 연습입니다. 처음에는 죽을 것처럼 괴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안의 파도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정신과 의사의 전문적인 식견이 담겨 있으면서도 문체는 한없이 따뜻하고 섬세합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실제로 겪는 고충과 생생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깊은 위로를 받게 돼요.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요. 증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들에게 마음의 병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네줍니다. 덕분에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어요. 끝없는 확인과 불안 때문에 일상이 지치고 자존감이 무너져내릴 때가 많았는데 내 마음을 괴롭히던 실체를 정확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공포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나의 연약함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오늘도강박과살아갑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