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진화>를 읽으면서 생명과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요. 사실 저는 가족력으로 인해 주변에 암 환자가 많았고, 투병 과정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본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항암 치료를 견디고 있는 친지가 곁에 있다 보니 암이라는 존재에 항상 예민할 수밖에 없었지요. 평소에도 어떻게 하면 이 가혹한 질병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기존의 의학 서적들이 암을 뿌리 뽑아야 할 외부의 침입자나 고장 난 부품으로 묘사했다면, 이 책은 암을 생명 진화의 역사 그 자체로 해석했어요. 다세포 생물이 등장하면서 세포들이 서로 협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암은 이미 그 이면에 존재해 왔다는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모든 세포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원을 나누고 성장을 조절할 때, 혼자서만 무한히 증식하며 자원을 독점하는 암세포의 행동은 마치 사회적 규칙을 어기는 '사기꾼'과 흡사하네요.저자는 암을 완전히 박멸해야 할 전쟁의 대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우리 몸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공존하며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길 권해요. 강력한 약물로 모든 암세포를 죽이려 할수록 오히려 내성을 가진 강한 암세포들이 살아남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주변 지인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는데요. 생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암세포의 적응 전략을 역이용하는 치료법은 질병을 대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 대목입니다.암은 우리 생명 활동의 필연적인 그림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두려움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인 공격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질병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지를 깨닫게 된 기회였어요. 가족력 탓에 늘 '암'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두려움이 앞섰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차분하게 질병을 마주할 힘을 얻게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암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우리 자신의 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겠지요. 질병을 증오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조절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 책의 시선은 투병 중인 가족을 둔 저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와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지혜들을 남겨주었습니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