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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박갑성 지음 / 예미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퇴직을 1여 년을 앞둔 시점부터 퇴직하기까지의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담은 도서.
한 직장에서 32년의 긴 기간 동안 근무해오며 함께 해온 동료들과의 시간, 추억들을 뒤로하고 그곳을 떠나가는 듯한 모습이 담긴, 우리들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십 가지의 감정들이 교차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어둑한 새벽 시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게 어엿 30년이 되었고, 때로는 출근을 재촉하는 알람시계 소리가 성가시는 날도 있었을 테고, 때로는 계속해서 해결되고 있지 않은 일들로 동료들과 머리 싸매 고민하던 날이 있었을 테고. 퇴근 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맥주 한 잔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기도 했던 나날들.
그렇게 퇴직까지 남은 1년의 시간을 시인으로서 글로 표현을 하며 엮은 도서 한 권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우리들의 아버지의 삶이 이런 것일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지칠 때도, 힘들 때도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꿋꿋하게 일을 나가야만 했던 순간들.
일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당장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의 선배님을 한참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어요. 높은 직책으로, 이제 근무하는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분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셨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철없이 마냥 부러워하던 때. 퇴직을 코앞에 두고 얼마나 복잡한 마음이셨을지, 그리고 인생의 제2막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불안감을 느끼셨을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요.
30여 년간의 직장 생활을 겪으며 무수히 많았던 생각들, 감정들을 글로 표현한 저자의 작품 속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 저에게는 많이 와닿았어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현명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시곗바늘은 잠깐도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그 시간들도 지나가 언젠가 그 시기를 상기시켜볼 수 있는 과거가 되어있을 거라고.
글을 통해 저보다 앞서 많은 사회를 경험하고 삶을 살아오신 인생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