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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스 드빌레르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철학의 위로 - 일상 언어에 숨어 있는 ‘왜’를 찾아 위대한 철학자들과 나누는 내밀한 위로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김태권 그림, 이정은 옮김 / 리코멘드 / 2025년 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신간을 읽게 되었다. 진정 철학 입문서인 것이다. 로랑스드빌레르의 <로랑스 드빌레르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철학의 위로> 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의 길목에서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이유 없이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 머릿속은 온갖 질문들로 가득 차는데,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때. 그렇게 막막한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철학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철학은 무겁고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나는 한때 그것을 멀리했다. 대학 시절, 강의실에 울려 퍼지던 철학자들의 낯선 언어와 복잡한 개념들은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마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인생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 나는 철학의 품에서 다시 따뜻한 위로를 찾게 되었다.
로랑스 드빌레르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철학의 위로』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특별한 책이었다. 오랫동안 철학을 멀리했던 나조차도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을 만큼, 그의 문장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철학이란 철학자들의 복잡한 이론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지, 우리는 왜 끊임없이 바쁜지, 선택의 순간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철학이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다. 대학원 시절, 독일어 원서로 철학 수업을 듣던 나 자신. 철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팠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내가 철학을 공부한 이유는 단순했다. 삶의 본질을 알고 싶었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마주한 철학은 차갑고 난해했다. 그래서 나는 철학에서 멀어졌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철학을 마주한 지금, 나는 깨닫는다. 철학이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내뱉는 말 속에서 철학과 그 의미를 찾는다. 그가 이야기 하는 주제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에서 희망은 단지 하루를 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바탕에 늘 깔려 있어야 날마다 하루를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그에 따르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고요한 새벽과 잠 못 이루는 밤까지 간절히 살고 싶게 만든다. 희망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삶에 대한 사랑이자, 내일을 향한 다짐이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미래의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려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흥미로운 소설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삶은 그저 우연과 반복,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다. 자신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면 단조롭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도 가치가 생긴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며, 스스로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 과정이야말로 삶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늦더라도 하는 편이 낫다.” 후회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면서 위안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바로 정말 늦은 때다!” 삶에는 리듬이 있어서 모든 일이 그만의 박자를 따라 진행된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때는 이미 적기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 태도이다.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고, 그 어떤 역할도 연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우리는 변하고 어떤 의미에서 ‘타락’한다. 어른이 되면 온전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결국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아이처럼 순수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때 우리는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된다.
진정으로 선한 사람은 못된 행동이 얼마나 쉽고 매혹적인지 알면서도 착하게 행동하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착함이 ‘나약함’이 아니라 ‘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런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그들은 미덕뿐만 아니라 단단한 마음까지 지닌 강인한 존재들이다. 선함이란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깊은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 선택이며, 결국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끌어준다. “바로 그게 인생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살아가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삶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의 표현이다. 삶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는 여정이 된다. 우리의 인생이란 결국, 그 모든 불완전함 속에서도 끝없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빛나는 것이다.
드빌레르는 철학을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서 풀어간다. 플라톤, 니체, 쇼펜하우어, 칸트, 사르트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지만, 그는 이들의 철학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오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철학을 우리 삶과 연결시켜 쉽게 풀어낸다.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쫓는다. 돈, 명예, 성공, 사회적 인정…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다. 사랑, 우정, 진실, 용기,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 철학은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는 과정이며, 드빌레르는 그 여정을 우리에게 부드럽게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