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경제를 거창한 이론이나 복잡한 수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관세전쟁, 환율전쟁, 통화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해 미중 패권 다툼, 희토류, 일본의 승부수, AI가 불러온 위기와 기회를 거쳐 한국의 반도체와 방산, 바이오 산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처음에는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경험은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나는 이 구성 자체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공부의 방식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개별 사건을 암기하듯 아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짚어낼 줄 아는 능력. 그것이 바로 '경제 해상도'를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환율과 통화전쟁을 국가 간의 '체급 차이'로 설명한 대목이었다. 나는 그동안 환율이 오르내리는 것을 그저 시장의 수요와 공급, 혹은 중앙은행의 정책 발표에 따른 단기적 반응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근본에는 두 나라의 경제력 격차라는 훨씬 크고 구조적인 힘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왜 한국은행이 물가와 고환율을 동시에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신중하게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지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동시에 그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지 몰라도 내수 경제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경제 정책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당장의 처방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제의 체급 자체를 키우는 근본적인 체력 단련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