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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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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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오랫동안 '천재'라는 단어에 얼마나 낭만적인 안개를 씌워왔는가 하는 것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 반 고흐의 정신질환, 칸딘스키의 공감각, 실비아 플라스의 우울증. 이런 이름들을 나열하면 자연스럽게 '광기와 천재성은 한 뿌리에서 자란다'는 오래된 통념이 떠오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신화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들의 천재성은 질병 '덕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질병에도 '불구하고' 발현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구분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라고 느껴졌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어떤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고통받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소비할 때, 그 고통 자체를 미화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정신병을 앓았기에 그런 걸작이 나왔다'는 식의 서사는 듣는 사람에게는 매혹적이지만, 실제로 그 고통을 살아낸 당사자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계속 상기시킨다. 신경학자인 저자가 임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것이 '거의 뇌졸중 환자들'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예술사 속 인물들이 실험실의 표본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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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부분은 안톤 레더샤이트와 오토 딕스처럼 편측무시(반측 공간 무시) 증후군을 겪은 화가들의 이야기였다. 뇌졸중으로 인해 세계의 절반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사람이,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예술이 단순히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구성하려는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뇌가 인식하는 현실이 왜곡되었을 때, 그 왜곡된 현실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증언이 된다. 예술이 현실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드러낸다는 저자의 관점은, 뇌과학과 미학을 잇는 가장 설득력 있는 다리였다.


마틴 라미레스의 이야기 또한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정신병원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어떤 미술 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오직 표현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충동만으로 방대한 작품을 남긴 사람. 그는 멕시코 예술의 전통에도, 미국 예술계의 어떤 흐름에도 속하지 못한 채 홀로 존재했다. 이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나는 예술을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이 얼마나 제도와 계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라미레스의 그림은 어떤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순수하게 '인간이 표현하려는 원초적 욕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자가 강조하듯, 이런 주변부의 예술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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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기억, 망각에 대한 장 역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명이라는 절망 앞에서 그는 오히려 기억과 시어(詩語)로 도피하지 않고 맞섰다. 그에게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심지어 굴욕과 불행조차 예술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는 태도는 단순한 긍정주의가 아니라, 한계를 다루는 하나의 방법론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흔히 한계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만, 보르헤스는 한계를 '재료'로 바라보았다. 이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이 책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LLM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공지능과 창의성에 관한 논의도 개인적으로 가장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체하기보다는 그 존재만으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고 본다. 콜링우드의 미학 이론, 즉 창작이란 감정을 명료하게 하고 형태를 부여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언어로 묘사하는 행위만으로는 진정한 발견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인간과 도구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생성형 인공지능 앞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위협이 아니라 하나의 '틈'으로 본다. 사진의 발명이 회화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회화를 재현의 의무에서 해방시켰듯, 인공지능도 예술가들에게 기계가 다다를 수 없는 영역, 즉 신체화된 고통과 결핍, 구체적인 생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으로 더 깊이 파고들 여지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결핍'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보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결핍을 채워야 할 구멍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그 구멍을 메우려 하기보다, 그 구멍의 모양 자체를 작품의 형식으로 삼았다. 뇌전증이 만들어낸 도스토옙스키의 숭고함에 대한 감각, 공감각이 만들어낸 칸딘스키의 색채 언어, 편측무시가 만들어낸 딕스의 왜곡된 구도. 이들은 모두 자신의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고유한 방식을 부정하지 않고, 그 방식을 그대로 언어화했다. 정신질환은 낭만화될 대상이 아니라 이해받고 치료받아야 할 고통이며, 동시에 그 사람이 세상을 지각하는 고유한 방식은 존중받아야 할 다양성이라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니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신경다양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나 역시 앞으로 누군가의 '다름'을 마주할 때, 그것을 결함으로 재단하기 전에 그 사람만이 가진 지각의 결을 먼저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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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 공유되는 순간 완성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원칙
로빈 랜다.그레그 브라운 지음, 최은아 옮김 / 알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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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광고는 매일 수천 개씩 쏟아지지만, 그중 하루가 지나도 머릿속에 남는 것은 손에 꼽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어떤 이야기는 사라지고, 어떤 이야기는 계속 회자되는가." 저자들은 그 답을 기술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부터 이야기를 좋아하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모닥불 앞에서 전해지던 옛이야기든, 지금의 숏폼 영상이든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사람은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고,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이 소개하는 여러 사례 중 InBev의 맥주 뚜껑 프로젝트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사 로고를 뚜껑에서 빼고 그 자리에 음식점, 물, 차량 호출 서비스 브랜드의 할인 혜택을 넣어, 술을 마신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유도한 캠페인이다. 제품을 파는 광고가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것이야말로 "공유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의 조건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책은 이렇게 공유되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정리한다. 사람들의 화제가 되고, 기존의 대화를 증폭시키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바꾸고, 브랜드의 가치와 일치하며,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거움이나 영감을 주고, 세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브랜드 스토리는 광고이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은 부분은 "브랜드가 아니라 수용자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이야기라도 결국 그것을 듣는 사람의 삶과 감정에 가닿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나이키의 사례가 특히 그렇다. 나이키의 신발은 소재나 기능 면에서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한다. 그 차이는 물리적 성능이 아니라 감정적 연결에서 나온다는 설명을 읽으며, 결국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제품 스펙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현대자동차의 슈퍼볼 캠페인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아기, 강아지, 유명인이라는 광고 업계의 오래된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고, 해외에 파병된 군인과 고향의 가족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캠페인이 특별했던 이유는 화려한 연출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의 진짜 감정을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란 결국 우리가 실제 사람과 맺는 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마음을 여는 사람은 우리를 웃게 하거나, 진심을 보이거나,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적인 요소들도 흥미로웠다. 특히 "감정의 반전"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영화 〈기생충〉이나 도브의 "뷰티 스케치" 캠페인처럼, 하나의 감정에서 정반대의 감정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다는 설명은, 좋은 광고와 좋은 이야기가 결국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그리고 그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청중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조언은, 비단 광고뿐 아니라 어떤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책은 신뢰의 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짚는다. 광고라는 매체 자체를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고, 한번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답한 소비자가 다수라는 조사 결과는 다소 냉정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가 진심인지 아니면 마케팅을 위한 겉치레인지 금방 알아챈다는 뜻이다. 버거킹이 경쟁사 매장 근처에서만 1센트에 와퍼를 살 수 있게 한 캠페인처럼 다소 엉뚱하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도 결국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정직하게 자극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진정성 없는 기교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브랜드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브랜드만이 장기적인 팬덤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메시지가 자칫 특정 집단을 소재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에서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캠페인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화려한 연출보다 그 이야기 속 사람들을 얼마나 존중하는가에서 성패가 갈린다는 뜻으로 읽었다.


"우리 브랜드는, 혹은 나 개인은 어떤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고 있는가." 제품의 스펙을 나열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라는 저자들의 말은 비단 광고업계 종사자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콘텐츠를 만들거나, 조직을 운영하거나, 심지어 개인의 SNS 계정을 운영하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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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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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지는 소설이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이 작품이 그렇다. 인류가 서서히 소멸을 향해 가는 수천 년의 시간을 그려낸다는 이야기의 얼개를 접하는 순간, 나는 문득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사랑하고 미워하고 다투고 화해하는 이 모든 감정의 소란스러움이 실은 얼마나 연약하고 유한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 속 미래에서 인간은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을 갖지 않는다. 눈이 셋이고 코가 없는 존재, 초록빛 피부로 광합성을 하는 존재,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존재, 복제되어 무수히 늘어난 '나'들. 이 낯선 형상들은 공포스럽다기보다 오히려 애잔하게 다가온다.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얼마나 변형시켜야 했는지를, 그 필사적인 적응의 흔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형의 끝에서 인류가 도달하는 곳은 다툼도 없고 질투도 없는, 고요하고 평평한 세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온 평화에 가깝다. 그런데 왜 그 평화는 이토록 쓸쓸하게 느껴지는가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 본다. 다툼이 없다는 것, 경쟁심과 질투가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 인간을 괴롭혀온 많은 고통의 뿌리가 뽑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뿌리와 함께 뽑혀 나가는 것은 다툼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 안에는 동시에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더 잘 살고 싶다는 열망, 미지의 것을 향한 호기심이 함께 얽혀 있다. 감정은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미움을 없애려면 사랑까지 함께 무디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인간들이 점점 움직이지 않는 식물처럼 변해간다는 설정은, 바로 그 무뎌짐의 극단적인 형상화로 읽힌다. 갈등할 능력을 잃은 존재는 동시에 갈망할 능력도 잃는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 낯선 유전자와 만나고 싶다는 욕망마저 사라진 존재는 결국 태어난 자리에서 뿌리내린 채 움직이지 않게 된다.


소설이 그리는 세계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아이들이 공장에서 태어나고 부모가 아이를 잊어버린다는 설정이다.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세계, 이름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상실이라는 감정조차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잃을 대상과의 결속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우리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의 소중함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그 연결을 완전히 지워버린 세계는 고통도 없지만 동시에 삶의 밀도도 없다.


작품의 시간축은 수백 년, 수천 년 단위로 흐른다. 이 거대한 시간의 스케일 앞에서 나는 우리가 매일 겪는 다툼과 갈등, 자기기만과 자기 긍정, 비관과 낙관이 얼마나 왜소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인간다운 몸부림인지를 새삼 느꼈다. 인간은 어리석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밀어내고, 사랑한다면서 상처를 준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압도하고, 우리의 모든 다툼과 노력이 그저 부질없는 발버둥으로 보이는 시대가 온다 해도, 그 발버둥 자체가 생명이 자신을 지속시키려는 안간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설을 덮으며 내가 붙든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끈 것은 다툼과 미움이었지만, 그 다툼과 미움을 완전히 소거한 세계 역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온기마저 앗아간다는 역설. 우리는 아마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서로 다투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그 불완전한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어리석고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종이 너무 빨리 고요해지지 않기를, 너무 이르게 식어버리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어쩌면 평화가 아니라, 이 서투르고 뜨거운 다툼의 능력, 그리고 그로부터 태어나는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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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솔루션 - 일 잘하는 리더는 AI 프롬프트로 솔루션을 설계한다
이인우 지음 / 천그루숲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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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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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더의 솔루션>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문 생각은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문제를 잘게 쪼개고 핵심을 정리하는 능력이야말로 리더십의 본질”이라는 소박한 말이었다. 요즘처럼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쏟아내는 시대에, 오히려 이 문장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AI가 정보와 초안을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리더의 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리더의 솔루션을 ‘익숙한 관성을 벗겨내고, 데이터와 맥락으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며 내일의 성과를 설계하는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그럴듯한 대안을 여러 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를 정의하는 일이다. 책에서 강조하듯 현장의 보고는 대개 “문제가 있습니다”처럼 막연하게 시작되고, 그 덩어리를 상황·영향·원인의 순서로 구조화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AI는 좋은 질문에는 좋은 답을 주지만, 애초에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 그중에서도 리더의 몫이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리더십은 정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AI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설계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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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은 ‘핵심 한 줄’이다. 현상, 원인 가설, 우리가 바꿀 지점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자료에서 여러 초안과 시나리오를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풍부함이 팀을 더 산만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무엇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성형 AI 시대일수록 리더가 핵심 한 줄로 팀의 에너지를 모으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느꼈다. AI가 아무리 많은 대안을 만들어내도, 그 대안 중 어느 것이 지금 우리 조직의 맥락과 가치에 맞는지 판단하고 선언하는 것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책은 좋은 솔루션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실행의 출발점을 ‘리더의 충분한 설명’과 ‘팀원의 깊은 이해’에서 찾는다. 이 부분은 AI 시대에도 전혀 대체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업무 지시서를 대신 작성해줄 수는 있어도, 팀원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만들어진다. 협업에 대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협조하지 않는 부서를 움직이고, 상사의 판단을 돕는 상향 협업을 설계하는 일은 결국 관계와 맥락에 대한 섬세한 이해에서 나온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조직 안의 이해관계, 감정, 신뢰의 결을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리더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필살기’ 개념도 새롭게 다가왔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초안과 분석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리더를 리더답게 만드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에서 나온 자신만의 판단 기준과 강점일 것이다. 책이 강조하듯 강점은 ‘반복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나만의 방식’이며, 이는 AI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오직 현장에서 부딪히며 축적한 감각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AI 시대의 리더십 경쟁력은 결국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와 ‘AI가 줄 수 없는 나만의 판단을 얼마나 단단히 갖고 있는가’가 함께 맞물려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성형 AI는 리더의 일 중 상당 부분, 특히 정보 탐색과 초안 작성, 대안 나열의 영역을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정의하고, 핵심을 한 줄로 압축하며, 사람을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 실행으로 이어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오히려 AI가 정보 격차를 줄여줄수록, 리더의 가치는 ‘무엇을 물을 것인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누구와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결국 리더의 솔루션이란,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문제 앞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태도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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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야? 파이썬 데이터 모델링 & 머신러닝 - 동영상 강의로 배우는 실전 데이터 분석법(핵심노트+오픈채팅+유튜브)
윤영빈.오환.이용희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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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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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 회의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AI'와 '데이터'라는 단어가 오간다. 보고서 초안을 챗봇이 몇 초 만에 뽑아주고, 자료 정리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나는 그 결과물을 '잘 쓰는 사람'일 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데이터를 '조금 더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그 '제대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도 답하지 못했다. 파이썬 문법은 어느 정도 익혔고, 표를 불러와 정리하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가지고 무언가를 예측하거나 판단하는 모델을 만드는 단계, 즉 머신러닝으로 넘어가는 순간 길이 뚝 끊겼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막막함, 그것이 요즘 내가 자주 마주치는 감정이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이미 대형 언어 모델이 코드를 짜주고 분석까지 대신해 주는 시대에, 굳이 회귀 분석이나 결정트리 같은 개념을 손으로 익힐 필요가 있을까. 처음에는 나도 이런 생각으로 공부를 미뤄왔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생성형 AI가 잘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빠르게 조합해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내 상황에 맞는지, 숫자가 실제로 타당한지, 모델이 과적합되지는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몫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 AI가 만들어 준 회귀식이 그럴듯해 보여도 결정계수가 지나치게 낮거나, 분류 모델의 재현율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면 그 숫자의 의미를 읽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문제를 알아챌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 시대일수록, 결과물을 검증하고 방향을 잡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데이터 모델링 감각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도구가 똑똑해질수록 그 도구를 부리는 사람의 기초 체력이 얕으면, 결국 잘못된 결과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프롬프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면 '왜 이 방법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결과만 소비하게 된다. 나는 이번 기회에 결과를 받아쓰는 사람에서, 최소한 그 결과가 어떤 원리로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단계 올라서고 싶었다.


이런 고민 끝에 데이터 모델링과 머신러닝 입문을 위한 실습서 한 권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파이썬 문법과 데이터 분석을 어느 정도 익힌 다음 단계, 즉 예측과 판단을 위한 모델을 직접 만들어보는 단계를 다루는 책이었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복잡한 알고리즘부터 들이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데이터 모델링이 무엇인지,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이 어떻게 다른지를 짚는 과정이었다. 그다음에야 수치형 데이터와 범주형 데이터, 결측치와 이상치 처리, 스케일링처럼 모델을 만들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준비 과정으로 넘어갔다. 이 순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머신러닝 공부의 진짜 어려움은 알고리즘 자체보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감각'을 기르는 데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에는 평균과 분산, 상관관계 같은 기초 통계를 다시 짚은 뒤 선형 회귀와 다중 회귀, 비선형 회귀로 확장하고, 이어서 로지스틱 회귀와 결정트리, 랜덤 포레스트 같은 분류 모델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여기서 중요하게 다가온 점은,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정확도와 정밀도, 재현율 같은 지표로 그 모델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이끈다는 점이었다. 모델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모델을 믿어도 되는지 검증했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흐름을 따라가며 새삼 깨달았다. 전체 구성은 데이터 준비, 회귀, 지도 학습, 비지도 학습, 성능 개선을 거쳐 마지막에는 캐글 실전 프로젝트로 마무리되는 형태였다. 이렇게 학습 순서가 한눈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입문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처지에서, 최소한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도를 얻은 셈이었다.


책에는 학습 계획이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데이터 모델링, 회귀 모델, 지도 학습, 비지도 학습,모델 성능 강화, 실전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이 계획을 보며 든 생각은, 하루에 무리해서 많은 내용을 욱여넣기보다 주 단위로 목표를 잡고 예제 코드를 직접 손으로 실행해 보는 방식이 나 같은 입문자에게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이었다. 실습 환경으로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웹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도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고사양 컴퓨터나 복잡한 개발 환경 구축 없이 코드를 바로 실행하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시작 단계에서 흔히 겪는 진입 장벽 하나를 걷어내 주는 셈이었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강의 영상이나 저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혼자 공부하다 포기하기 쉬운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안전망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결과를 빠르게 얻는 법'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생성형 AI가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코드와 분석 결과에 기대어, 정작 그 안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뒤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데이터 모델링과 머신러닝의 학습 순서를 다시 짚어보면서,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결과를 판단하고 책임질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앞으로는 책의 계획을 참고 삼아, 데이터를 준비하는 법부터 회귀와 분류, 군집화, 그리고 모델 성능을 점검하는 과정까지 차근차근 손으로 실행해 볼 생각이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주 하나씩 코드를 실행하고 그 결과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삼으려 한다. 생성형 AI가 답을 대신 써주는 시대일수록, 그 답을 알아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일이 결국 나를 대체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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