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의 마인드 -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에 관하여
김찬희(김진짜) 지음 / 터닝페이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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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성공이 미덕이고 실패가 치명적 결함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진짜님의 <진짜의 마인드>는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혁명적이다. 실패는 피해야 할 독이 아니라 성장의 필수 영양소라는 것이다. 축구 유튜버에서 서울대 출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한 사상가로 변모한 저자의 여정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된 좌절과 시행착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내적 성장의 기록이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자기계발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성공의 공식을 제시하는 대신,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첫 번째 핵심 개념은 실패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일반적으로 실패는 목표 달성의 실패, 즉 부정적 결과로 인식된다. 하지만 김진짜는 실패를 매력적인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재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경험을 의미 있는 서사로 재구성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위기와 실패의 순간들은 우리 삶에 깊이와 텍스처를 부여한다. 평탄한 성공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성이 바로 여기서 탄생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실패의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발견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관점 전환의 핵심은 실패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데이터로 분석하는 태도다. 실패했을 때 자책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그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교훈을 체계적으로 추출하는 것이다. 이는 실패를 미래 성공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실용적 접근법이다.

김진짜의 철학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개념은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된 것이다. 우리는 종종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정작 통제 가능한 내적 요소들을 소홀히 한다. 통제 가능한 영역은 주로 우리의 태도, 노력의 방향과 강도, 학습과 성장에 대한 의지, 그리고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다. 반면 타인의 반응, 시장의 변화,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들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저자는 이 구분을 명확히 하고 에너지를 통제 가능한 영역에만 집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과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특히 불안과 걱정을 다루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걱정의 대부분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현재 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으로 전환하면, 불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실제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 번째 핵심 개념은 실행력의 중요성이다. 김진짜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는 것보다 불완전하더라도 실제로 시도해보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현상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다. 실행 중심의 사고방식은 여러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실제 행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피드백과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도 현실과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변수들을 직접 경험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둘째, 실행은 자신감과 역량을 동시에 키워준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더 큰 도전에 대한 용기가 생긴다. 또한 실패 경험조차도 다음 시도에서 피해야 할 함정을 미리 알려주는 귀중한 정보가 된다. 셋째, 실행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일과 실제로 해보는 일 사이에는 종종 큰 차이가 있다.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학습 철학은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진 그가 말하는 진정한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첫째, 메모와 기록의 중요성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서울대 메모법'은 단순히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생각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아이디어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도구다. 메모는 외부 기억 장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사고의 명료성을 높여준다. 둘째, 언어 능력의 근본적 중요성이다. 저자는 영어보다 국어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로서 언어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모국어를 통한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평생학습의 관점이다. 성인이 된 후의 학습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습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맞는 학습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진짜의 <진짜의 마인드>가 전달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자기만의 언어와 철학을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생각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일관된 판단 기준과 행동 원칙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철학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가 있을 때 비로소 외부의 압력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책은 실패와 좌절을 피하려 애쓰기보다는 그것들을 성장의 원료로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적 가이드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인정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의 마인드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관점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외부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 내적 안정성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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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커의 시대 - 정보 과잉 시대의 생존법
이상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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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바다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손끝으로 얻을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소식이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 숨겨진 함정이 있다.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손에 쥐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집어 들 것이다. 밤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장실에 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심지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상일까.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춤과 함께 사색의 숲으로 인도하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상호님의 <딥시커의 시대>였다.

우리는 지금 '초미세 지루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단 몇 초의 여백도 견디지 못하고 즉시 자극을 찾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짧은 순간, 신호등 앞에서의 잠깐, 이런 작은 틈새마저도 스마트폰으로 채우려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멍하니 있을 수 있는 능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이 기기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들이 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파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우리를 더 깊은 필터 버블 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좁은 세계에 갇혀가고 있으면서도, 마치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한다.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쏟는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은 어떠한가. 남의 일상을 구경하느라 정작 내 일상을 돌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나만의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어제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이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중한 시간을 스마트폰 화면 속 무한 스크롤에 바치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의 짧은 영상들. 이것들이 과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패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전두엽은 자기조절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아이들은 집중력과 사고력을 제대로 기를 기회를 잃게 된다. 퍼즐처럼 정해진 답만을 찾는 사고가 아니라, 레고처럼 창의적으로 조합하고 구성하는 사고력을 길러야 할 시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멍 때리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시간.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시간. 이런 시간 속에서 진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진다. 창의성과 통찰력은 바쁜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고요한 여백 속에서 자라난다. 또한 독서의 힘을 재발견해야 한다. 책은 우리를 깊은 사고의 세계로 안내한다. 소셜미디어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달리, 책은 긴 호흡으로 복잡한 사유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준다. 한 페이지, 한 줄, 한 단어에 머물며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런 경험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피상적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잠시라도 혼자 있으면 즉시 스마트폰을 찾는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회다. 고독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와 만날 수 있고, 삶의 방향을 돌아볼 수 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워져 온전히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ICT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기,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기, 하루 중 특정 시간대는 완전히 디지털 디톡스 시간으로 정하기 등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는 시간이다. 더 나아가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자연스러운 기분 전환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위적인 도파민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검색엔진에 의존해 즉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

너무나 많은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 모든 정보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열 개의 무의미한 정보보다 하나의 깊이 있는 통찰이 더 가치 있다. 실험 정신을 가져야 한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평소 보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거나, 익숙한 루틴을 바꿔보는 것. 이런 작은 실험들이 우리의 관점을 넓히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얻은 통찰을 나누는 태도가 중요하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지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빠른 것이 아니라 깊은 것, 많은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다. 변화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침실 밖에 두고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것.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정보에 휩쓸려 사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삶으로의 전환. 그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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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헤아리기 수업 - 관계가 버거운 당신에게 필요한 멘탈 퍼스널 트레이닝
우첸 지음, 하진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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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으로 부터 여러가지 상처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상처는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상처를 경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감정과 관계는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특히, 상처받기 쉬운 마음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마음은 때로는 지나친 자책, 부정적인 자기 인식, 그리고 고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직면해야 겠지만 쉽지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우리가 겪는 상처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언을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우첸의<마음 헤아리기 수업>이다.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 상처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시선 하나하나가 피부에 닿는 바늘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내향적인 성격 탓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늘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말 한 마디를 건네기 전에도 수십 번 되짚어보고, 상대방의 표정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는 계속 생겨났고, 관계는 자꾸만 어긋났다. 왜 나는 이렇게 쉽게 상처받는 걸까. 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통하는데, 나만 이렇게 서툴고 조심스러울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스스로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부턴가 높은 성벽이 쌓여있었고, 그 성벽 너머로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으려 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화가 나거나 슬플 때면 주변 어른들은 "그런 건 금방 잊어버려"라거나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들을 억누르고 감추는 데만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묻어둔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져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를 덮쳐왔다. 누군가 나에게 차갑게 대할 때, 혹은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부정적 감정들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마치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용수철이 튕겨 나오듯이. 그럴 때마다 나는 당황했고, 그 감정의 크기에 압도되어 더욱 움츠러들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문제는 부정적 감정 자체가 아니었다. 그 감정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들을 돌아보면, 나는 늘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즉시 마음의 문을 닫았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날카로운 말을 하면 그것을 나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로 받아들였다. 이런 반응들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들, 거절당했던 기억들이 내 마음속에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놓았고, 나는 그 지도만 보고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도는 이미 오래되었고, 지금의 나와 지금의 상황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피곤해서 짧게 대답했을 뿐인데 나는 그것을 거절로 읽었고, 상대방이 다른 일로 바빠서 연락을 못했을 뿐인데 나는 그것을 무시로 해석했다. 내가 가진 낡은 감정의 지도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성숙이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완벽하게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나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었다. 실제로는 독립성과 의존성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관계를 맺는 것일 뿐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려 노력하는 것.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조금 더 편안해졌다. 관계에서 상처받는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즉각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곧바로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던 것이다. 이제는 그런 순간이 오면 잠시 멈춰 서려고 한다. 내 마음속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을까?' '상대방은 정말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였을까?' '내가 놓치고 있는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냉정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연습해나가고 있다.

마음 헤아리기는 결국 거울을 닦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거울이 흐리면 상대방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나 자신도 명확하게 보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그 거울을 닦아나가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한 거울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어딘가에는 얼룩이 있고, 때로는 김이 서려 흐려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닦아나가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향인으로서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여전히 상처받을 때도 있을 것이고, 오해가 생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조금 더 지혜롭게, 조금 더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타인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마음 헤아리기의 여정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내향인인 나에게는 특별히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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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입력 스킬 100 - AI와 인문학의 랑데뷰
윤창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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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과 올해 ICT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챗GPT일 것이다. Chat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GPT)와 Chat의 합성어이다. ChatGPT는 2022년 프로토타입으로 시작되었으며, 다양한 지식 분야에서 상세한 응답과 정교한 답변으로 인해 집중을 받았다. 비영리기업인 OpenAI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지분 양도에 따른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모든 이들의 이목을 한번에 받았다. ChatGPT는 인공지능의 지도 학습과 강화 학습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입력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이 질문에 대해서 기준의 학습 데이터(Pre-trained Data)를 기반으로 답을 생성하는 생성형 알고리즘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빅데이터가 제공되면, 최소의 시간 안에 최적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올해 인기를 반영하듯 엄청난 종류의 챗GPT 관련 책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독자들이 향후 챗GPT를 이용할 때,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책GPT를 더 유용하게 쓸 수 있게끔 챗GPT 입력스킬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책인 출간되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윤창환님의 <챗GPT 입력스킬100>이었다.

우리는 지금 질문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검색창에 단어 몇 개를 던지고, 즉석에서 나오는 답변에 만족하며, 더 깊이 파고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윤창환 교수가 제시하는 통찰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그는 ChatGPT를 정보 검색 도구가 아닌 '디지털 소크라테스'로 재정의하며,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철학적 담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가 기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기술적 스킬이 아닌 '사유 기술'로 승화시킨다. "입력의 기술이 곧 철학의 시작"이라는 그의 명제는 우리가 AI와 나누는 모든 대화가 곧 인간의 사고 과정을 반영한다는 깊은 성찰에서 출발한다. 이는 마치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었던 산파술의 현대적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10가지 핵심 카테고리는 분류체계를 넘어서 사고의 건축학적 구조를 보여준다. 각각의 원리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마치 교향곡의 악장처럼 조화를 이룬다. 먼저 구체성(Specificity)은 모든 효과적인 소통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체성은 세부사항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정밀성을 의미한다. "소설을 써줘"라는 막연한 요청 대신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써줘"라고 구체화할 때, AI는 비로소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맥락(Context)의 제공은 AI와의 대화에서 특히 중요하다. 인간은 대화 상대와 공유하는 배경지식이 있지만, AI는 매번 새로운 대화에서 백지상태로 시작한다. 따라서 적절한 맥락 설정은 AI가 인간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페르소나(Persona) 설정은 가장 흥미로운 기법 중 하나다. AI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그 관점에서 사고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10세 아이의 눈높이에서"와 같은 페르소나 설정은 AI의 응답 스타일과 내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예시(Example)의 힘은 종종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시는 추상적인 설명보다 훨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런 스타일로 써줘"라고 말하며 실제 예시를 보여주는 것과 "재미있게 써줘"라고 막연히 요청하는 것 사이에는 천지 차이가 있다. 포맷(Format) 지정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물의 형태를 미리 정의함으로써 AI가 어떤 구조로 답변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분석해줘"가 아니라 "1. 현황 분석, 2. 문제점 도출, 3. 해결방안 제시 순서로 분석해줘"라고 요청할 때 얻는 결과물의 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된다.

논리·분석(Reasoning)과 창의성(Creativity)은 언뜻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효과적인 프롬프트에서는 이 둘이 절묘하게 결합된다.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면서도 창의적 접근을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다. "햄릿의 복수 지연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되, 현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해줘"와 같은 요청이 그 예다. 저자가 제시하는 산파술(Maieutics)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대신, AI가 단계적으로 사고 과정을 전개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지 말고, 각 단계별로 추론 과정을 보여주면서 최종 결론에 도달해줘"와 같은 방식으로 AI의 사고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톤·매너(Style)의 조절은 AI와의 대화를 한층 더 인간적으로 만든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톤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술적 톤, 친근한 톤, 유머러스한 톤 등을 적절히 선택함으로써 목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피드백(Feedback) 시스템은 AI와의 대화를 단발성 질의응답이 아닌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전시킨다. "이전 답변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줘",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자"와 같은 후속 질문들은 대화의 깊이를 더해간다.

저자가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은 인간과 AI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세계다. AI는 방대한 정보 처리 능력을, 인간은 창의적 질문 능력을 각각 담당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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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멘탈을 위한 마음의 기술 -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당신에게
권예진 지음 / 다른상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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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오늘은 또 누구의 말에 마음이 흔들릴까?' 어제 동료가 던진 농담 섞인 한 마디가 밤새 머릿속을 맴돌고, 친구의 무심한 표정 하나가 며칠째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예민하다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나조차도 때로는 이런 내 모습이 답답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가진 이 투명한 마음은 단순히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유리처럼 투명해서 모든 것이 다 보이고,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는 것 같지만, 그 투명함 때문에 세상의 미묘한 감정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것처럼 느끼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나만의 특별한 안테나라는 것을.

내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의 지도가 있다. 어린 시절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라고 들었던 말들이 하나둘 쌓여 만들어진 지도.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게 만든 경험들이 새겨진 지도. 그 지도 위의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특히 누군가가 나를 비판할 때마다 그 오래된 상처들이 다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아픔.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고,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혹시 내가 실수했나,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건 아닌가 끊임없이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 상처들이 나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키워준 것임을. 내가 아팠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고, 그래서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늘 '혹시'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혹시 나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진 걸까, 혹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세상을 적대적인 곳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판단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라고 한 번 더 질문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차가운 표정이 정말 나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사람만의 다른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한 말이 정말 이상한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작은 의심들이 쌓이면서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 대부분은 나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누군가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해도, 그것이 내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늘 큰 변화를 꿈꿨다. 하루아침에 강해지고 싶었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다 보니 작은 진전들을 놓치고 있었다. 오늘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덜 아팠다는 것을, 한 달 전보다는 회복이 빨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작은 성공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심호흡을 세 번 하고 진정했다는 것, 친구와의 대화에서 내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 상처받았지만 그 감정을 일기에 써서 정리했다는 것.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평소 같으면 며칠은 끙끙앓았을 상사의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집에 돌아와서 그 말 속에 담긴 조언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느꼈다. 내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늘 주는 쪽이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내 의견을 숨기고, 미움받을까 봐 항상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는 더 피곤해졌고, 나는 점점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예민한 것도, 누군가는 둔감한 것도 모두 그 사람만의 특성일 뿐이다. 나는 나대로, 상대방은 상대방대로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에서도 경계선을 그어보려고 한다.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내 탓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을, 내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어색하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단단한 마음을 위해서는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있었던 좋은 일 세 가지를 떠올려보는 것,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특히 감정 일기를 쓰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그 감정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라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감정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작은 자기 돌봄의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내 마음에 작은 안전지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유리 멘탈이라는 말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그것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이고,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빛나는 개성이다. 앞으로도 이 투명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며, 조금씩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성장해나가고 싶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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