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멘탈을 위한 마음의 기술 -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당신에게
권예진 지음 / 다른상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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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오늘은 또 누구의 말에 마음이 흔들릴까?' 어제 동료가 던진 농담 섞인 한 마디가 밤새 머릿속을 맴돌고, 친구의 무심한 표정 하나가 며칠째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예민하다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나조차도 때로는 이런 내 모습이 답답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가진 이 투명한 마음은 단순히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유리처럼 투명해서 모든 것이 다 보이고,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는 것 같지만, 그 투명함 때문에 세상의 미묘한 감정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것처럼 느끼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나만의 특별한 안테나라는 것을.

내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의 지도가 있다. 어린 시절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라고 들었던 말들이 하나둘 쌓여 만들어진 지도.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게 만든 경험들이 새겨진 지도. 그 지도 위의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특히 누군가가 나를 비판할 때마다 그 오래된 상처들이 다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은 아픔.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고,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혹시 내가 실수했나,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건 아닌가 끊임없이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 상처들이 나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키워준 것임을. 내가 아팠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고, 그래서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늘 '혹시'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혹시 나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진 걸까, 혹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세상을 적대적인 곳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판단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라고 한 번 더 질문해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차가운 표정이 정말 나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사람만의 다른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한 말이 정말 이상한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작은 의심들이 쌓이면서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 대부분은 나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누군가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해도, 그것이 내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늘 큰 변화를 꿈꿨다. 하루아침에 강해지고 싶었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다 보니 작은 진전들을 놓치고 있었다. 오늘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덜 아팠다는 것을, 한 달 전보다는 회복이 빨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작은 성공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심호흡을 세 번 하고 진정했다는 것, 친구와의 대화에서 내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 상처받았지만 그 감정을 일기에 써서 정리했다는 것.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평소 같으면 며칠은 끙끙앓았을 상사의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집에 돌아와서 그 말 속에 담긴 조언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느꼈다. 내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늘 주는 쪽이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내 의견을 숨기고, 미움받을까 봐 항상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는 더 피곤해졌고, 나는 점점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예민한 것도, 누군가는 둔감한 것도 모두 그 사람만의 특성일 뿐이다. 나는 나대로, 상대방은 상대방대로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에서도 경계선을 그어보려고 한다.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내 탓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을, 내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어색하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단단한 마음을 위해서는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있었던 좋은 일 세 가지를 떠올려보는 것,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특히 감정 일기를 쓰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그 감정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라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감정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작은 자기 돌봄의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내 마음에 작은 안전지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유리 멘탈이라는 말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그것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이고,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빛나는 개성이다. 앞으로도 이 투명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며, 조금씩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성장해나가고 싶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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