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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지 않을 용기 -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연습
천하이센 지음, 박영란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꿈을 가져라", "목표를 향해 달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정작 그 꿈이 누구의 것인지 묻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박수 쳐줄 만한 것을 원하는 건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는 평생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좇았다. 그에게 중학교 음악 교사로서의 일상은 무의미했고, 가족이나 다른 관계는 부차적이었다. 오직 무대 위에 서는 그 순간만이 진짜 인생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토록 기다리던 기회 를 잡은 바로 그날, 그는 맨홀에 빠져 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 직전까지 그는 "이제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의 인생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은 준비 과정일 뿐이었고, 진짜 삶은 항상 미래 어딘가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꿈의 잔인함이다.
꿈은 우리에게 방향을 주지만, 동시에 현재를 무가치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꿈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불행을 참아낸다. 승진하면, 결혼하면, 집을 사면, 아이가 대학에 가면... 끝없이 행복을 유예한다. 하지만 경마장의 말처럼 눈가리개를 쓴 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길가에 핀 꽃도, 옆에서 함께 뛰는 사람도, 지금 이 순간의 햇살도 보지 못한다. 영화 속 이발사는 어린 시절 수의사를 꿈꿨지만 경제적 이유로 이발사가 됐다. 누군가 그를 동정하려 하자 그는 말한다. "난 지금도 좋아요." 그는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느끼고, 손님들과의 대화를 즐기며, 매일 누군가를 더 나 은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일에서 의미를 찾았다.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그의 삶은 충만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꿈을 이루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패한 인생을 산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단지 다른 곳에서 의미를 발견했을 뿐이다. 일상의 작은 성취, 관계 속의 따뜻함, 기술의 숙련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 이런 것들이 삶을 지탱하는 진짜 기둥이다. 꿈은 필요하다. 하지만 꿈이 삶보다 커져서는 안된다. 꿈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풍요롭 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꿈을 활용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와 웃고, 음악을 듣고, 바람을 느끼는 이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된다. 꿈은 그 삶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드는 향신료 같은 것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성장하라", "발전하라".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뒤처지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보다 "무엇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인가"일지 모른다. 변화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끝, 중립지대, 새로운 시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고 바로 '새로운 시작'으로 뛰어들려 한다. 하지만 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짜 시작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사직서를 낸 다음 날부터 바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은 애도의 시간이다. 그 직장에서 보낸 시간, 형성했던 관계, 익숙했던 루틴, 그 모든 것과 작별하는 시간. 이 과정 없이는 새로운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때로는 변화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다. 모두가 이직을 꿈꿀 때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가는 것,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 이것도 용기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그 선택이 진정으로 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들이 기대 해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도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책에서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결국 저자의 이야기들은 하나로 수렴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꿈을 이루지 못해도, 부모와 완벽한 관계가 아니어도, 계속 변화하지 못해도, 우리는 충분하다. 행복은 어딘가 먼 곳에 있지 않다. 꿈을 이룬 후에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느끼고, 생각하고, 관계 맺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성장이 자기 부정에서 출발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나는 부족 해. 더 나아져야 해"가 아니라, "지금의 나도 괜찮아. 그리고 더 나아질 수도 있어"여야 한다.
한 어머니가 떠나는 아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본다. "네가 떠나면 외롭겠지만, 내 외로움을 네가 떠나지 못할 이유로 삼지 않겠다." 이것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 나는 완벽하지 않아. 하지만 내 불완전함을 내가 행복하지 못할 이유로 삼지 않겠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용기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 지 않을 용기.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비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동시에, 내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 두 진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완성한다. 지금을 받아들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지금을 온전히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