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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회복력 - 아파서 시작한 일, 몸을 살리는 회복의 비밀
박희연 지음 / 바이북스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이 차갑다는 것은 우리 감각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견딜 만하다고 여기며 외면해온 신호들이 쌓인 결과다. 우리는 추위를 느끼면서도 '원래 손발이 찬 편'이라고 말하고, 잠들지 못하면서도 '요즘 바빠서'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차가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다. 저자가 발견한 진실은 복잡한 의학 이론이 아니었다. 체온이 생명이라는, 지극히 근본적인 원리였다. 몸이 차가워지면 면역은 무너지고, 순환은 막히며, 통증과 불면이 찾아온다. 그 악순환의 출발점에서 그는 따뜻함이라는 해법을 찾았다. 겉만 덥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중심까지 온기가 스며들게 하는 것. 하루 20분의 찜질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발견은, 거창한 치료법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린 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내 몸을 '참는 대상'으로만 여겨왔는가 하는 반성이었다. 피곤해도 커피로 버티고, 잠이 부족해도 일정을 우선하고, 손발이 차가워도 '체질'이라 치부했다. 회복을 미루는 것이 곧 삶을 미루는 일임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수면은 쉬는 시간만의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몸이 스스로를 복구하고, 면역세포가 깨어나며, 하루를 정리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잠은 늘 뒤로 밀린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으며, 밤은 유일하게 나만의 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불면의 고통 속에서 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얼마나 긴지, 수면이 부족할 때 통증이 얼마나 증폭되는지를 온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기 시작하면서, 깊은 잠을 되찾았다. 같은 시간에 눕고 일어나는 습관, 잠들기 전 몸을 이완시키는 루틴, 전자기기와의 거리 두기 같은 실천은 새롭지 않지만, 체온 관리와 결합되면서 현실적인 힘을 얻는다. 나 역시 매일 밤 잠들기 어려운 사람이다. 침대에 누워서도 머릿속은 여전히 할 일 목록을 정리하고, 내일을 걱정한다. 충분히 잔 것 같지 않은 상태로 아침을 맞는 일이 반복되면서도, 그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잠을 지키는 일이 나를 지키는 일임을 상기시킨다. 회복은 잠 속에서 일어나고, 내일의 에너지는 오늘 밤의 온기에서 비롯된다.
몸이 굳으면 마음도 굳는다. 순환이 막히면 염증이 쌓이고, 통증은 일상을 잠식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순환과 스트레칭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굳은 곳을 풀어주며, 막힌 곳을 흐르게 하는 것. 케겔운동, 림프 마사지, 두피 마사지, 족욕 같은 방법들은 '운동'이라는 부담 대신 '돌봄'이라는 언어로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부위별 찜질에 대한 설명이다. 배를 따뜻하게 하면 소화뿐 아니라 면역력까지 살아나고, 눈과 귀를 데우면 긴장이 풀리며, 발을 따뜻하게 하면 전신의 순환이 개선된다. 이는 몸이 분리된 부분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한 곳을 돌보는 것이 전체를 돌보는 일이 된다. 나는 그동안 몸의 신호를 무시하는 데 익숙했다. 어깨가 뻐근해도 그냥 참았고, 허리가 아파도 일단 끝내고 보자는 식이었다. 하지만 참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돌보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임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아침과 밤, 일과 중간에 나를 잠시 살피는 행위 자체가 회복이다.
책은 마음의 태도도 다룬다. 두 마리 늑대 이야기, 불안과 분노, 감사와 평안 중 어느 쪽에 먹이를 줄 것인가,는 회복이 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일깨운다. 체온을 높이는 일은 곧 삶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고, 매 순간 감사와 희망을 선택하는 태도가 결국 몸을 살린다. 작가가 '들꽃잠'이라는 이름에 담은 의미도 마찬가지다. 들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강인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향기를 내뿜는다. 척박한 땅에서도 묵묵히 피어나는 들꽃처럼, 우리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복할 수 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오늘 조금 더 따뜻하게 나를 대하는 선택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기적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따뜻함을 건넨다. 몸을 데우고, 잠을 지키고, 순환을 돕고, 굳은 몸을 풀어주는 일. 그 반복 속에서 몸은 스스로 할 일을 시작한다. 나에게 이 책은 '건강해져야지'라는 거창한 다짐보다, '이제는 나를 좀 덜 혹사시키며 살고 싶다'는 작은 마음을 남겼다. 불면과 피로, 손발의 차가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을 갉아먹는 불편함을 그냥 참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다정하게 다가올 것이다. 회복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당장 무엇을 바꾸라고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몸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조금 더 따뜻하게 나를 대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