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로 이어지는 디자인 법칙 - 감각을 넘어 확실한 수익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생존법
양희선 지음 / 지콜론북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펼친 이유는 더 잘하고 싶어서였다. 디자인을 더 잘하고, 기획을 더 잘하고, 결국엔 일을 더 잘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한 건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습니까?" 나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이 채워야 한다고 믿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서 할 일 목록이 자동으로 재생되고, 잠들기 전엔 오늘 하지 못한 일들을 되새기며 자책했다. 그런 나에게 "여백은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라는 문장이 꽂혔다. 디자인에서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시선이 머물고 호흡이 고르게 되는 필수 요소라고 했다. 빽빽하게 채워진 화면은 정보가 많아 보여도 실제론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다. 여백이 있어야 중요한 것이 보이고, 그래야 사람이 행동한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그동안 하루를 빈틈없이 채우는 것을 성실함이라고 착각했다. 쉬는 시간조차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그러다 보니 금세 지쳤고, 지치니 집중력이 떨어졌고,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완벽하게 하려다 시작조차 미루는 패턴. 이 모든 게 여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오늘 계획한 일의 80%만 해도 괜찮다고. 남은 20%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으로 두어도 된다고. 그 여백이 내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기록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나는 항상 '제대로 된 글'을 쓰려고 했다. 완결된 생각, 논리적인 구조, 누군가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문장. 그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키보드 앞에 앉았다. 당연히 그런 날은 거의 오지 않았고,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진짜 기록은 쓸 말이 없을 때부터 시작된다"는 문장을 읽고 무릎을 쳤다. 기록은 완성된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완성해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아무 말이나 적어도 괜찮다. 오늘 마신 커피가 맛있었다거나, 출근길에 본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다거나, 그런 사소한 문장들이 쌓이면서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형태가 드러난다. 책에서 저자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아무 말이나 적었다고 했다. 처음엔 의미 없는 낙서 같았지만, 며칠 지나니 반복되는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고. 그 반복이 바로 자기 내면이었다는 것. 우리는 늘 같은 불안에 멈추고, 같은 욕망을 되뇌고, 같은 패턴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기록은 그것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나도 내일 아침부터 해보려 한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려 들지 말고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한 줄이라도 적어보기. 그게 "오늘도 피곤하다"든, "커피 마시고 싶다"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쓰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 시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기록은 처음엔 감정의 배출이지만 어느 순간 패턴이 되고, 그 패턴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 일의 결정도 명확해진다고 했다. 디자인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될 때, 삶에서 어느 길로 갈지 망설여질 때, 쌓아온 기록 속에서 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리듬'이었다. 디자인에서의 리듬, 일에서의 리듬, 삶에서의 리듬. 좋은 디자인은 일정한 박자와 템포가 흐르고, 그 흐름이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고 했다. 삶도 그렇다. 나만의 리듬을 가진 사람은 흔들려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그동안 속도에 집착했다. 남들보다 빨리 끝내야 하고, 더 많이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 리듬은 무너지고,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작은 신호들로 먼저 찾아온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사라지고, 사소한 결정조차 버거워진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었다. 규칙적인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 다음 행동에 대한 고민이 줄어든다. 반복은 예측 가능성을 만들고, 예측 가능성은 여유를 만든다. 그 여유 속에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속도도 따라온다. 책에 나온 한 문장이 계속 맴돈다. "120%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80%의 꾸준함을 지키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 나는 늘 120%를 목표로 했고, 그래서 금방 지쳤다. 이제는 80%를 목표로 하되, 그걸 매일 반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루틴을 만들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어제 하지 못했다고 오늘도 포기하지 않는 것. 무너지면 다시 시작하고, 흔들리면 돌아올 중심을 가지는 것. 그게 리듬이고, 그 리듬이 삶을 지탱한다.

매일 아침 한 줄이라도 적고, 하루에 한 가지만 관찰하고, 작은 선택이라도 스스로 내리고, 80%의 꾸준함을 지키는 것. 그렇게 조용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이 결과를 만들고, 결과가 신뢰로 이어진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조용히 계속해보는 태도다. 화려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흔들려도 중심으로 돌아오고, 방황해도 금방 회복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건,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리듬이라는 것이다. 번아웃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일의 방식.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삶의 태도.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이제 시작되었다. 작은 실행을 조용히 반복하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