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심리학
현도 지음 / 민족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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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가진 세대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와 연결되고,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물건이 문 앞에 도착한다. 부모 세대가 평생 모아야 살 수 있었던 집을 젊은이들은 대출로 앞당겨 소유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우리는 이토록 많이 가졌는데도 불안한가. 왜 통장 잔고가 늘어날수록 더 큰 숫자를 갈망하게 되는가. 현도 스님의 '탐욕의 심리학'은 탐욕을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로, 학습되고 반복되는 심리적 패턴으로 접근한다. 탐욕은 나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내면화한 삶의 방식이다.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빨리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 욕망의 사다리에는 끝이 없다는 점이다. 연봉 5천만 원을 목표로 했던 사람은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7천만 원을 꿈꾼다.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면 두 채를, 한 지역에서의 성공을 이루면 더 넓은 무대를 원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준점의 이동 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불만족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욕망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다.

책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불교 철학과 현대 심리학을 절묘하게 교차시키기 때문이다.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갈애 (tanha)'는 단순한 욕구가 아니다. 그것은 필요를 넘어선 집착, 반복 학습된 심리적 습관이다.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자연 스러운 욕구지만, 배부른데도 계속 먹고 싶어 하는 것은 갈애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을 가지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미 충분한데도 더 쌓아두려는 강박은 탐욕이다. 현대 심리학은 이를 '보상 회로의 둔감화'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작은 만족으로 도 충분했던 뇌가, 반복된 자극에 점점 무뎌지면서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파민 시스템은 성취 그 자체 보다 '더 큰 성취에 대한 기대'에 반응한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의 기쁨보다, 그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순 간의 조바심을 더 자주 경험한다. 저자는 이를 '마음의 작동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탐욕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가 학습한 패턴이다. 우리는 '더 많이 가져야 안전하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왔다. 어릴 적 부모의 불안, 학창시절의 서열 경쟁, 취업 시장의 치열함, 부동산 광풍 속의 패닉 바잉. 이 모든 경험이 '부족함에 대한 공포'를 내면 깊숙이 각인시킨다. 그리고 그 공포는 끝없는 축적의 욕망으로 전환된다.

탐욕은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우리는 비교와 경쟁을 구조화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SNS는 타인의 성공을 실시간으로 전시하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추천한다. '남들은 다 가졌는데 나만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제 일상의 감정이 되었다. 청소년들은 성공을 재산과 명성으로 측정하는 법을 배운다. 가상자산 열풍은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영끌 빚투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정당화한다. 이 모든 것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이다. 시스템이 우리에게 '더 많이 가지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속삭이고, 우리는 그 속삭임을 내면화한다. 책은 이를 '시대의 병'이라고 진단한다. 탐욕은 더 이상 개인의 윤리적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성장 중심의 경제 체제, 승자독식의 경쟁 논리, 소비를 미덕으로 포장하는 자본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집단적 증상이다. 우리는 모두 이 시스 템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공모자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현도 스님은 불교를 금욕의 종교로 오해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불교는 욕망을 억누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신 불교는 욕망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탐욕으로 변질되는지를 '관찰'하라고 말한다. 관찰은 곧 자유의 시작이다. 내가 왜 이것을 원하는지, 이 욕망이 진짜 필요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비교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그 욕망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 다. 탐욕은 무의식적일 때 가장 강력하다. 그것을 의식의 빛 아래 꺼내는 순간, 절대적 힘은 약해진다. 책이 제안하는 것은 ‘덜 가지는 삶'이 아니라 '덜 지배당하는 삶'이다. 소유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소유가 나를 정의하고, 내 가치를 결정하며, 내 불안을 좌우하는 방식이 문제다. 재물이 삶의 수단일 때는 자유롭지만, 재물이 삶의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된다.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정명, 즉 바른 생계는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재물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되, 그것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성찰하라는 것이다. 탐욕의 반대는 가난이 아니라 자족이다. 자족은 적게 가진 상태가 아니라, 가진 것으로 충분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상태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소유 중심에서 존재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 가진 것 ' 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 했다. 학벌, 직장, 연봉, 집, 차, 명품. 이 모든 것이 나를 규정하는 기호가 되었다. 그러나 이 기호들은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쳐간다. 책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가진 사람인가, 아니면 어떤 사람인가. 당신의 가치 는 소유로 측정되는가, 아니면 존재 자체로 충분한가. 이 질문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매일 아침 일어날 때, 타인과 나 를 비교할 때,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실천적 질문이다. 탐욕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탐욕 에 포획되지 않는 길은, 결국 마음의 회복에 있다. 불안을 소유로 메우려 하지 말고, 불안의 뿌리를 직시하는 것. 결핍을 채 우려 애쓰지 말고, 결핍이 어디서 오는지를 이해하는 것.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의 충분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탐욕의 심리학'은 불안과 결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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