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코리아 2026
(사)미래학회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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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6년을 맞아서도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으 계속되고, 전세계에서의 전쟁과 갈등은 여전히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러 측면들을 분석하고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시그널 코리아 2026> 현재 우리를 둘러싼 변화들은 더 이상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AI 기술 혁신은 산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방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국방의 변화는 외교 관계를 뒤흔들고, 외교의 역학은 다시 경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규제는 기업의 생존 여부를 좌우하고, 세대 간 불평등은 국가 재정의 방향성을 근본부터 뒤바꾼다. 나비효과다. 나비효과가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연쇄 반응이라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구조적이고 필연적인 상호침투다. 각각의 시그널은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망 속에서 서로를 강화하고, 견인하며, 때로는 충돌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희토류 공급망 전쟁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기술 주권 논쟁을 촉발한다. 상업 기술이 군사화되는 흐름은 민간 영역과 안보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도시 인프라는 사이버 공격과 기후 위기의 교차점이 된다. 이런 복잡계 속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나의 이슈를 해결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지점에서의 해법이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별 이슈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관통하는 통찰이다. 그리고 그 통찰의 출발점은 바로 시그널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저자들이 포착한 시그널들 중 날카로운 것은 기술과 권력의 관계 변화다. 과거에 기술은 권력의 도구였다면, 이제 기술 그 자체가 권력이 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먼저 상용화하는 국가는 암호 체계의 주도권을 쥐게 되고, 인공지능의 표준을 장악하는 주체는 산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희토류를 통제하는 자는 첨단 무기 체계의 생산 여부를 결정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능숙한 집단은 새로운 형태의 계급을 형성한다. 히 주목할 것은 '소버린 AI'라는 개념이다. 국가가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충돌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경쟁이 아니라 문명의 방향성을 둘러싼 투쟁이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 그것이 반영하는 가치, 그것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 - 이 모든 것이 결국 누구의 세계관을 반영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술 중립성이라는 신화는 이미 무너졌다. 기술은 그것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주체의 의지를 담는다.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롬프트 지배계급'의 등장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질문하는 능력은 새로운 형태의 문해력이 되고 있다. 같은 도구를 쥐고 있어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이것은 기술 접근성의 문제를 넘어선 인지적 격차의 문제다. 알라딘의 램프가 모두에게 주어졌다 해도, 그 램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인간 지능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보고서는 세 가지 인간형을 제시한다. 외장 지능으로 신이 된 호모 데우스, 생각을 외주화한 호모 모로스, 그리고 지혜를 갖춘 호모 소포스. 이 분류는 단순한 유형론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에 대한 경고이자 제안이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한다는 장밋빛 전망과, 기술이 인간을 무력화시킨다는 암울한 예측 사이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떤 능력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인공지능이 답을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쩌면 그것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일지 모른다. 숙련 기술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물리적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손의 지식이 더 중요해진다.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능력만큼이나, 그것을 실제로 생산해낼 수 있는 제조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알고리즘은 복제될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 노동자의 암묵지는 쉽게 이전되지 않는다.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은 코드가 아니라 현장에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들이 제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화두는 세대 간 정의다. 현재 세대가 누리는 혜택의 비용을 미래 세대가 치르게 되는 구조적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히 환경 문제나 국가 채무의 차원을 넘어선,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디지털 이민자, 디지털 네이티브, AI 네이티브로 이어지는 세대 분류는 단순한 기술 친숙도의 차이를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 차이를 반영한다.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들 사이에서, 공동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이 현재 세대인가 미래 세대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누구의 이해관계를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세대 영향 평가 제도의 도입 제안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모든 정책 결정이 미래 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도록 제도화한다는 것은, 시간의 정치학을 민주주의 시스템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이것은 추상적인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 설계의 문제다.


미래 전쟁의 양상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육해공 영역을 넘어 사이버, 우주, 심지어 인지 영역까지 전장이 확장되고 있다. 도시는 이 모든 영역이 교차하는 최전선이 된다. 물리적 인프라와 디지털 네트워크가 결합된 현대 도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취약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 전쟁은 이 새로운 전장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물리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외교력, 대체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이 모두 결합되어야 한다. 전쟁은 더 이상 전장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연구실에서, 공장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그리고 코드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휴먼 인텔리전스의 개념도 진화하고 있다. 물리적 AI 로봇의 등장은 스파이 활동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로봇이 정보를 수집하고, 백도어가 설치된 칩들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상황에서,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신뢰의 문제는 기술적 검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모든 시그널이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시대에 진입했다. 변화의 속도도, 범위도, 깊이도 모두 이전과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학의 역할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가능성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어떤 미래가 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미래들이 가능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시그널을 읽는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운명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탐색하는 행위다. 2026년 붉은 말의 해는 이미 시작되었다. 말발굽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기 전에, 땅은 이미 떨리기 시작했다. 그 미세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가,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 파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에 대비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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