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땀 - 내 몸을 다시 켜는 순환 스위치
박민수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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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땀을 흘리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 식당까지의 짧은 이동에서, 저녁 퇴근 후 집까지의 거리에서. 하루 종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정작 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사무실, 자동문이 열리는 건물,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식사.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몸을 사용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졌다. 문제는 이것이 '덜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쳐 움직임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사냥하고, 채집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오르고 땀이 흐르며 순환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낸다. 몸은 에너지를 쓸 이유를 찾지 못하고, 땀샘은 언제 작동해야 할지 잊어버린다.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기계가 녹슬듯이, 우리의 생리 시스템 또한 조용히 기능을 잃어간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 박민수 박사가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했다는 질문, "검사 수치는 정상인데 왜 계속 힘들죠?"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현대 의학의 정밀한 검사로도 포착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느껴지는 몸의 이상. 그것은 고장이 아니라 '정지'의 상태다. 순환이 멈추고, 리듬이 깨지고, 반응성이 사라진 몸.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에서는 서서히 꺼져가는 불씨와 같은 상태다.

우리는 땀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해왔다. 더우면 나고, 운동하면 나는 것. 그저 체온 조절을 위한 부산물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땀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신호 체계다.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자율신경이 각성하며, 호르몬이 분비되는 일련의 과정 끝에 비로소 피부 위로 땀방울이 맺힌다. 단 한 방울의 땀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몸의 시스템이 협력한다. 건강한 땀과 그렇지 않은 땀의 차이는 명확하다. 운동 후 흐르는 투명하고 맑은 땀은 몸이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흘리고 난 뒤 개운함이 느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다음 날 컨디션이 좋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질 좋은 땀이다. 반면 끈적하고 냄새가 강하며, 흘리고 나서도 답답함이 남는 땀은 몸속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거나, 대사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땀이 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운동을 해도 땀이 잘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땀샘의 기능 저하를 의미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근육이 위축되듯, 땀샘 역시 오래 쉬면 기능을 잃는다. 약 200만에서 400만 개에 달하는 땀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자율신경 전반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땀이 멈췄다는 것은 땀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순환 시스템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박민수 박사가 제시하는 답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하루 한 번, 땀을 흘리는 것. 거창한 운동 계획도, 극단적인 건강법도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몸이 반응할 만큼의 자극을 주는 것이다.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양'이 아니라 '반응'이다. 많은 사람이 땀을 많이 흘려야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달리거나, 사우나복을 입고 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과도한 발한은 오히려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땀의 질이다. 몸이 자연스럽게 온도를 높이고, 혈관을 열고, 순환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땀. 그것이 진짜 건강한 땀이다. 땀을 흘릴 때 우리 몸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말초 조직까지 산소와 영양분이 전달된다. 림프의 흐름이 개선되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진다. 피부 모공이 열리며 쌓여 있던 피지와 각질이 밖으로 밀려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하면서 신경계의 균형이 회복된다. 한마디로 땀은 몸과 마음을 함께 정화하는 통로인 셈이다.

건강이란 결심이 아니라 순환이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비싼 건강검진을 받아도, 순환이 멈춘 몸은 회복되지 않는다. 반대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면, 그 작은 자극이 쌓여 몸 전체의 시스템을 깨운다. 이것이 '1일 1땀'의 핵심 메시지다. 현대인이 겪는 만성 피로, 낮은 체온, 수면 장애, 소화 불량 같은 증상들은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 세포 에너지 대사의 둔화, 자율신경계의 리듬 상실, 호르몬 조절의 미세한 어긋남.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무너질 때 몸은 지치고 차가워지며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점에 '땀의 부재'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어떤 날은 10분 걷기로, 어떤 날은 집 앞 계단 오르기로, 또 어떤 날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한 번, 몸에게 "너는 살아 있어, 반응해도 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 신호가 쌓이면 몸은 조금씩 깨어난다. 땀샘이 다시 작동하고, 혈관이 유연해지며, 자율신경이 리듬을 되찾는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결심한다. 올해는 꼭 운동하겠다고, 건강해지겠다고. 하지만 대부분 몇 주를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다. 왜일까.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다. 갑자기 헬스장 등록하고, 극단적인 식단을 시작하고, 무리한 운동 계획을 세운다. 몸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1일 1땀'이 제안하는 것은 극단이 아니라 일상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오늘 10분 걸었다면 내일은 12분, 모레는 15분. 작은 증가가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 체질이 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땀이라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오늘 내가 흘린 땀이 어땠는지, 흘리고 난 후 기분이 어떤지, 다음 날 컨디션은 어떤지를 관찰하면서 내 몸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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