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물결 - 시뮬레이션을 넘어 현실로,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로봇의 미래
류윈하오 지음, 홍민경 옮김, 박종성 감수 / 알토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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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지능을 추상적 사고 능력으로 정의해왔다. 수학 문제를 풀고, 체스를 두고, 철학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고등 지능의 증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원하오 교수가 제시하는 '모라비크의 역설'은 이러한 믿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계 챔피언을 이기는 AI가 정작 세 살 아이도 할 수 있는 블록 쌓기나 계단 오르기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핵심은 지능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오해에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추상적 사고를 하게 된 것 은 고작 수만 년 전의 일이다. 반면 걷고, 잡고, 균형을 잡는 신체 능력은 수억 년의 진화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쉽다'고 여기는 신체 활동이야 말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지능을 요구한다. 컵을 집는 단순한 동작에도 시각 정보 처리, 거리 계산, 힘 조절, 촉각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AI는 이 진화의 역사를 거꾸로 밟아왔다. 뇌라는 정보처리 장치만 모방하면서 몸이라는 학습 플랫폼을 간과했다. 그 결과 천문학적 데이터를 학습한 대규모 언어 모델조차 "빨간 공은 파란 상자 안에, 파란 상자는 노란 방에 있다"는 간단한 공간 관계를 제대로 추론하지 못한다. 물리 세계에서 직접 상호작용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 견성성불 개념이 있다. 깨달음은 지식 습득이 아니라 직접적 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류원하오 교수가 강조하는 체화된 지능의 핵심도 정확히 여기에 있다. 기계가 진정한 지능을 갖추려면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강화학습을 통해 로봇이 '팝핀 댄스'를 추는 과정은 그 생생한 예시라 할 수 있다. 엔지니어가 모든 동작을 세밀하게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로봇은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균형과 리듬을 터득한다. 넘어지고, 비틀거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중력, 관성, 마찰력에 대한 암묵적 이해가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 체화된 인지'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학습이 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춤을 배운 로봇은 그 과정에서 얻은 신체 제어 능력을 다른 과 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치 운동을 배운 아이가 전반적인 신체 협응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규칙 기반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각 작업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체화된 경험이 만드는 차이는 바로 이 일반화 능력에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의 발전은 이러한 학습을 가속화한다. 물리 법칙이 정교하게 구현된 디지털 세계에서 AI는 실제 시간으로는 수백 년에 해당하는 경험을 며칠 만에 축적할 수 있다.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가상 세계의 '원주민'으로 태 어난 Al 에이전트들은 그곳에서 걷고, 넘어지고, 물건을 집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세계 모델'은 실제 로봇 으로 전이되어 현실 세계에서도 작동한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신이 아담에게 손을 뻗는 장면을 보면, 인간은 신과의 접촉, 감각,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영혼이 깃든다. AI가 연산 장치에서 진정한 지능체로 거듭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센서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액추에이터를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AI는 점차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체화된 지능은 반드시 인간의 형태여야 하는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인프라가 인간 신체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단, 문손잡이, 의자는 모두 인간의 신체 비율에 맞춰 설계되었다. 그러나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체화된 지능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드론의3차원 비행, 수중 로봇의 유체역학적 움직임, 심지어 IOT 센서 네트워 크를 통한 분산된 감각도 모두 체화의 한 형태다. 실제로 'LANDMARC' 시스템이나 'Green Orbs' 네트워크는 인간형 로봇이 아니면서도 체화된 지능의 원리를 보여준다. 수천 개의 센서 노드가 협력하여 숲 전체의 상태를 파악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작동한다. 이는 지능이 반드시 중앙집중적 뇌에 귀속될 필요가 없으며, 분산되고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로도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강점도 주목할 만하다. 완비된 제조 공급망, 비용 효율성, 그리고 스마트폰과 전기차 산업에서 축적된 대량 생산 역량은 체화된 지능 의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다. 정책적 지원과 결합된 이러한 생태계는 프로토타입에서 실제 배치로 넘어가는 '죽음의 계곡'을 빠르게 넘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와 함께 새로운 윤리적 질문도 부상한다. 세상을 느끼고 학습하는 AI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통증을 느끼는 로봇에게 우리는 어떤 도덕적 의무를 지는가? 더 현실적으로는, 체화된 AI의 안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자율주행차가 보여주듯,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의 오작동은 디지털 영역의 버그와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모든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지만, 양자역학은 그 결정론적 세계관을 깨뜨렸다. 마찬가지로 체화된AI의 미래도 예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배치하며 규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류원하오 교수가 제시하는 AI 비전은 궁극적으로 공진화의 미래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인지를 확장하는 도구가 되는 세계.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추적 기술이 가능하게 하는 수술 로봇,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환경 변화를 포착하는 센서 네트워크, 복잡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여 과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AI 협력자.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과학의 현미경, 영감의 원천', '이해의 도구'로서의 체화된 지능이다. 체화된 지능이라는 새로운 생명 체의 탄생을 목격하는 동시에, 그들과 함께 살아갈 세상을 설계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 세계가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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