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AI, 실전으로 뛰어든 3년의 기록 - 공공기관 팀장이 전하는 AI 정책·기획·활용의 시간
심형섭 지음 / 프리렉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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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회사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순간은 회의 중 누군가 "AI로 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묻는 때다. 그 질문 뒤에는 두 가지 전혀 다른 기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진정한 호기심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은 전문가니까 답을 알겠지'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문제는 나 역시 그 답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ChatGPT로 메일 한 번 써본 경험만으로 AI 전문가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 사람들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솔직히 나도 처음 ChatGPT를 써봤을 때, 이것이면 웬만한 업무는 다 해결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깨달았다. AI는 내가 질문을 정교하게 다을 수 있을 때만 유용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정교함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그 분야를 얼마나 잘 아느냐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이런 반쪽짜리 이해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본 화려한 AI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맥락이 생략되어 있다. 그 회사의 데이터 인프라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어떤 조직 문화가 뒷받침되었는지는 3분짜리 영상에 담기지 않는다. 우리는 결과만 보고 과정을 건너뛰려 한다. 마치 다이어트 전후 사진만 보고 중간의 고된 운동과 식단 조절은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가 말한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비유가 가슴에 와닿는 이유는, 우리 조직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AI 전략을 수립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한다. 그러면 실무진은 다른 회사 사례를 찾아보고, 비슷한 것을 따라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조직의 고유한 문제나 강점과는 무관한, 그저 '남들도 하니까' 하는 AI 도입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평가 기준의 부재다. "이 AI 시스템이 제대로 작 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제대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정확도? 속도? 사용자 만족도? 비용 절감? 이 모든 것? 아무도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도입 후에도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저 "AI 도입했다"는 실적만 남을 뿐이다. 컨트롤타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정책도 수립되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여전히 혼란이다. 중앙의 큰 그림과 현장의 구체적 실행 사이에 다리가 없다. 마치 지도는 있는데 길이 없는 것 같다. 각자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내고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

AI 관련 업체들과 미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극명한 격차다. 어떤 업체는 우리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하지만 어떤 업체는 PPT만 화려할 뿐, 실제 구현 능력은 의심스럽다. 더 심각한 것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기존 SI 업계의 DNA"는 정말 뼈아픈 지적이다. 혁신보다는 안정성, 도전보다는 관례. 이런 마인드로 는 진정한 AI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은 여전히 이런 업체들을 선호한다. 왜?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일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 실패했을 때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러니 차라리 검증된(사실은 안주하는) 대형 업체를 선택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조직에서 "실험했다가 실패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성공 사례만 공유되고, 실패는 숨겨진다. 그러니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진정한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개인 활용 사례였다. 3년간의 일기, 1,095개의 감사 일기, 4,000개가 넘는 옵시디언 노트. 이 방대한 기록이 있었기에 AI를 통한 심층 분석이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기록되지 않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니다"에 서 "'분석되지 않는 기록은 단순한 추억일 뿐"으로 철학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기록하고 있는가? 업무 보고서 나 회의록은 쓰지만, 진짜 중요한 것들 즉, 내 생각의 흐름, 의사결정의 배경, 실패의 교훈 등은 기록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하지만 저자의 사례를 보니 후회스럽다. 만약 내가 지난 10년간의 업무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했다면, AI는 내게 얼마나 귀중한 통찰을 줄 수 있었을까? 문제는 기록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도 2017년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AI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훨씬 전부터. 그는 AI를 위해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기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 AI 분석의 자산이 되었다. 이것이 핵심이다. AI는 도구일 뿐, 진짜 가치는 내가 쌓아온 데이터에서 나온다.

책 제목은 "어쩌다 AI"지만, 사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AI를 도구로만 쓸 것인가, 아니면 내 삶과 일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일 것인가. 수동적으로 끌려갈 것인가, 능동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나는 오늘부터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도 괜찮다. 옵시디언이든, 노션이든, 심지어 메모장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그 리고 내 분야의 고유한 맥락과 AI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려 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 기록하고 배우면 된다. AI 시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불완전한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AI와 함께 성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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