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있다 - 부상한 중국을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
조창완 지음 / 에이원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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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집단적 감정 중 가장 복잡하고 뜨거운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중국에 대한 것일 게다. 거리의 현수막부터 일상적 대화까지, 우리는 서슴없이 이웃 국가를 비하하고 조롱한다. 71.5%라는 압도적인 부정 인식률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어떤 불안과 두려움의 표현이다. 조창완의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불편하다.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현실을 정면으로 들이밀기 때문이다. 28년 전 IMF 위기 당시 우리의 공장이 되어주던 그 나라가, 이제는 고속철도 시장의 74%를 장악하고, 과학기술 대학 순위에서 2위부터 11위까지를 독식하며, 두 개의 성(省)이 한국 전체 GDP를 넘어선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변화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가? 왜 객관적 현실 대신 유튜브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에 기대려 하는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 세월 문화적, 역사적 우월감을 가져왔던 우리에게, 중국의 급격한 성장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차이나 콤플렉스'라는 진단은 그래서 정확하다.

광둥성 하나의 인구가 1억 2천만 명이다. 한국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넘는다. 그들의 지역 내 총생산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장쑤성 역시 마찬가지다. 산둥성과 저장성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이것은 한 나라의 일개 지방행정구역이 우리나라 전체와 맞먹거나 능가한다는 의미다. 수치는 계속된다. 세계 고속철도의 4분의 3이 중국 땅을 달린다. 세계 교육기관 순위에서 서울대가 51위, 카이스트가 73위일 때, 중국의 대학들은 상위권을 휩쓴다. 이러한 데이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외면할 것인가?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냉정한 인식이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판단의 필요성이다.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우리가 자랑하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위협적인 경쟁자이거나 곧 추월할 기세다.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가지 희망을 제시한다. 한국이라는 땅 자체가 가진 가치, 즉 농수산물과 관광산업이 그것이다. 영토의 크기로는 승부할 수 없지만, 땅의 질로는 경쟁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책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는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용의 등에 타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데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인은 중국인을 싫어하지만, 중국인은 여전히 한국인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사드 배치와 팬데믹으로 악화된 관계 속에서도 중국 일반 대중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회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강화군 청소년과 중국 저우산시 청소년의 교류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 3일의 만남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헤어지는 아이들. 정치와 이념, 편견을 걷어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그렇게 자연스럽다. 10만여 명의 중국 유학생과 동포들이 한국 거리의 비하 현수막을 보며 어떤 기분을 느낄지 상상해보라는 저자의 촉구는 날카롭다. 매불쇼의 진행자가 했다는 말이 핵심을 찌른다. "이것은 친중이 아니라 친한이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중국을 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불태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는 독특한 접근을 시도한다. 위화, 모옌, 류츠신 등 중국 현대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자는 제안이다. 위화의 '원청'이 보여주는 1900년 무렵 혼돈의 중국, 류츠신의 '삼체'가 던지는 우주적 상상력.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한 그 소설 말이다. 문학은 때로 통계나 경제지표보다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프랑스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흩어진 중국인 작가들이 보여주는 국제적 감각. 그들의 문학세계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경제 규모를 넘어선, 살아 숨 쉬는 중국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작가 한강을 외국인이 알면 우리가 반가워하듯, 중국 작가를 아는 한국인은 중국에서 환영받는다는 저자의 지적은 문화 교류의 본질을 짚는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위를 유지할 미래 먹거리를 찾을 것인가? 중국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역사가 증명하듯, 한중이 협력할 때 양국 모두 번성했고 위기를 극복했다.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모바일 결제에서부터 인공지능 관광산업까지, 그들은 매일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이것을 위협으로만 볼 것인가, 기회로도 볼 것인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던 나라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을 제대로 알자.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내고, 알고리즘이 왜곡한 이미지가 아닌 실제 중국을 보자. 일대일로가 무엇인지, 톈궁 우주정거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희토류 장악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하자. 그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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