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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 잘하고 싶었어 - 스피치 라엘의 성장과 꿈을 만드는 공감의 언어
최윤정(스피치 라엘) 지음 / 북스고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를 오해하며 살았다. 유창함이 곧 실력이라 믿었고,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소통 능력이라 착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말은 공간을 채우지만 마음은 채우지 못한다. 말은 많지만 전달되는 것은 없고, 길게 늘어놓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렇게 처음으로 결핍을 느꼈다. 진짜 말을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이 담긴 언어를 전하고 싶다는 갈망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 읽은 <진짜 말 잘하고 싶었어>는 그 결핍의 정체를 정확히 짚어주는 책이다. 책이 특별한 이유는 스피치 기술서가 아니라 마음 회복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을 꾸미는 법 대신, 말을 막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발표 시간만 되면 숨고 싶던 아이, 이름이 불릴까 두려워 고개를 숙이던 그 소녀가 기상캐스터가 되고 19년차 스피치 강사로 성장한 과정은 흔히 이야기되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마주하고,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진짜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회복의 기록이다.
우리는 종종 말의 문제를 기술의 문제로 치환한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법, 목소리를 크고 또렷하게 내는 법. 그러나 저자가 발견한 진실은 다르다. 말이 막히는 이유는 발음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 속 상처와 압박감이 만들어낸 불안 때문이라는 것. 마음이 닫혀 있으면 아무리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도 공허할 뿐이다. 반대로 마음이 열려 있으면 서툰 표현도 진심으로 전달된다. 결국 말의 시작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인 것이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기상캐스터가 된 저자의 이야기는 이를 증명한다. 그녀를 합격 시킨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었다. 인생을 계절에 빗대어 쓴 자기소개서, 기상캐스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확신에 찬 답변. 그 안에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말은 결국 마음의 확신에서 나온다. 그 확신이 있을 때 단어 하나에도 진심이 묻어나고, 그 진심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공감한 부분은 '말을 잘하려 애쓰느라 지쳤던 사람'이라는 표현이었다. 정확히 내 이야기였다. 나는 말을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내 마음을 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분위기를 끊지 않으려 계속 말을 이었지만, 그 말들은 표면만 맴돌았다. 깊이가 없었고, 같은 이야기를 길게 늘여 반복했다. 전달은 되는데 공감은 남지 않았다. 왜일까. 이제야 안다. 내가 정작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하기의 어려움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발표 시간의 두려움, 사람들 앞에 서면 빨개 지던 얼굴, 실수를 했을 때의 창피함. 이런 기억들이 쌓여 말 앞에서 움츠러드는 마음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마음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언어를 제한한다. 말하기 전에 이미 실패를 예상하고, 거절당할까 두려워 진심을 숨긴다. 그렇게 우리는 안전한 말, 상처받지 않을 말만 골라 하게 된다.
책에는 이론만 담긴 것이 아니다. '스피치 비밀 노트'와 '오늘의 미션'이라는 실천 도구가 있어 독자가 직접 체득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말하기는 결국 실천을 통해서만 성장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는 19년간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수강생들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연습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따뜻하다. 말을 못해서 괴로웠던 사람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느껴진다. 저자 자신이 그 길을 걸어왔기에 독자의 두려움과 불안을 이해한다. 그래서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자신의 속도로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말의 기술보다 말을 만드는 마음의 상태가 먼저라고, 그 마음이 회복되면 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한다.
나는 책을 두 번 읽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공감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깊이를 느꼈다. 같은 문장인데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기술적인 조언을 찾았다면, 두 번째는 그 조언 뒤에 숨은 마음을 보게 되었다. 진짜 말을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유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고, 많은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이며,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진심 어린 전달이다. 말하기는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전달된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한다. 칭찬이라는 긍정의 언어로 분위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진짜 소통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19년 경력이 만들어낸 통찰이다.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원하는 것은 다르다. 진짜 내 마음 을 전하고 싶고, 상대의 마음에 닿고 싶으며, 말로 관계를 만들고 싶다. 말을 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 <진짜 말 잘하고 싶었어>는 정확하다. '진짜'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가짜 말, 꾸며진 말, 안전한 말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말하기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더 이상 말을 많이 하려 애쓰지 않겠다. 대신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겠다. 말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상대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이 말이 진심인지 물어보겠다. 그리고 확신이 서면 그때 말하겠다. 서툴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내가 담겨 있는가이다.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말을 하게 되었 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복이 일어난다. 말의 회복이 곧 마음의 회복이고, 마음의 회복이 곧 삶의 회복이다. 저자가 말을 못하던 아이에서 스피치 강사가 된 것처럼, 우리도 변화할 수 있다.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