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식습관 - 하버드 의대 교수의 면역력 높이는 건강 식이 원칙
캉징쉬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레몬한스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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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입안이 헐거나 목이 붓는 증상을 '열이 났다'고 가볍게 넘긴다. 나 역시 그랬다. 피곤하면 입술이 트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구내염이 생기는 것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캉징쉬안의 <면역력 식습관>은 이런 사소한 증상들이 사실은 우리 몸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임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유전자와 대화하며 몸의 화학적 균형을 결정한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이 대화가 어긋나면 세포 단위에서 손상이 시작되고, 만성 염증이 지속되며, 결국 암, 당뇨, 심장질환 같은 중대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병은 입으로 들어온다'는 옛말이 분자생물학적으로 정확한 진실이었다는 점이다.

책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핵심 영양소를 제시한다. 섬유질, 항산화물질, 그리고 오메가-3 지방산. 이들은 우리 몸의 생존 전략이다. 섬유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특히 흥미로웠다. 같은 탄수화물이지만 밀가루와 달리 흡수되지 않는 섬유질. 일견 쓸모없어 보이지만, 바로 이 '흡수되지 않음'이 그 힘의 원천이다. 물을 머금고 부풀어 장을 청소하고, 독소를 배출하며, 당과 지방의 흡수를 조절한다. 저자는 이를 '혈당을 조절하는 당', '장의 암 예방 파수꾼', '천연 다이어트 약'이라 부른다. 현대인의 식단을 떠올려본다. 흰 쌀밥, 정제된 밀가루, 과일 주스. 우리는 섬유질을 제거하고 당분만 농축한 음식들로 배를 채운다. 이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타는 것과 같다. 당이 빠르게 혈류로 흡수되고,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며, 세포는 혼란에 빠진다. 항산화물질은 체내에서 과도하게 타오르는 불을 끄는 소화기다. 우리 몸은 에너지 를 만들면서 필연적으로 자유라디칼이라는 부산물을 생성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체내에서 너무 세게 타오르는 불'이다. 자유라디칼은 세포막을 공격하고, DNA를 손상시키며, 노화와 질병을 촉진한다. 현대 의학은 염증을 질병의 공통 분모로 본다. 관절염, 동맥경화, 알츠하이머, 심지어 우울증까지도 만성 염증과 연결되어 있다. 항산화물질은 이 염증의 불씨를 잡는다. 채소와 과일의 선명한 색깔들(토마토의 빨강, 시금치의 녹색, 블루베리의 보라)은 시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몸속 소화기의 색깔인 셈이다.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한 설명은 우리의 지방 공포증을 재고하게 만든다. 지방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피하려는 현대인들. 하지만 모든 지방이 적은 아니다. 오메가-3는 뇌 기능을 유지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심혈관 건강을 지킨다. 문제는 우리 몸이 이를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체내 장기의 화학 성분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는 이 화학 성분과 소통하며 몸의 정상적 작동을 유지한다 " 라고 설명한다. 음식을 연료가 아닌, 유전자와의 정보 교환 매체로 보는 관점이다. 우리 유전자는 수십만 년간 자연 식품에 맞춰 진화했다. 그런데 지난 백 년간 식품 산업은 자연에 없던 가공식품들을 쏟아냈다. 트랜스지방, 고과당 옥수수 시럽, 인공 첨가물. 우리 유전자는 이런 '낯선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고, 세포는 오작 동하며, 면역 체계는 혼선에 빠진다. 이는 마치 영어만 아는 사람에게 갑자기 중국어로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다. 메시지는 전달되지만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현대 사회를 괴롭히는 만성 질환의 폭증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도, 가장 많이 아픈 세대가 되었다. 저자는 무엇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섬유질, 항산화물질, 오메가-3-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식단을 재구성하는 것. 이는 특별한 슈퍼푸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먹던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전통 한식의 지혜와 일치한다. 다양한 나물과 채소, 발효 식품, 통곡물, 생선. 우리 할머니들은 분자생물학을 몰랐지만, 경험적으로 건강한 식단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서구화된 현대 식습관이 이 지혜를 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식단을 반성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간편식에 의존하고, 달다는 이유로 가공 음료를 마시며, 편하다는 이유로 정제 곡물을 선택했다. 각각의 선택은 사소해 보이지만, 하루 세 끼, 일 년 천 끼, 십 년이면 만 끼가 쌓인다. 이 선택들이 누적되어 내 세포의 운명을, 건강의 궤적을 결정한다.

이론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책은 복잡한 영양학을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지침으로 번역해 준다. 흰 쌀 대신 현미나 잡곡을 선택하기, 간식으로 과자 대신 견과류나 과일 먹기, 육류보다 생선 섭취 늘리기, 다양한 색깔의 채소 챙기 기. 거창하지 않지만 꾸준하면 변화를 만드는 습관들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작은 염증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구내염, 피부 트러블, 만성 피로, 이런 증상들을 그저 가벼운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 몸이 보내는 불균형의 메 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약에 의존하기보다 근본적으로 식단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매 끼니마다 선택한다. 그 선택이 세포와 대화하고,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며, 염증을 키우거나 줄인다.

오늘의 식사가 10년 후의 건강을 만든다. 질병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세포의 작은 불균형에서 시작해, 면역 기능 장애로 이어지고, 만성 염증이 되며,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발전한다. 책을 덮으며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 음식들이 내 유 전자와 건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저자가 선물하고 싶었던 '건강을 먹는 지혜'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건강한 삶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의 누적이다. 섬유질, 항산화물질, 오메가-3, 이 키워드를 기억하며, 오늘부터 한 끼 한 끼를 더 의식적으로 선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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