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세상을 대하는 자세, 타인을 마주하는 방식, 존재하는 방법이다. 경청하는 사람은 세상에 귀 기울인다. 새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자연의 언어를 듣는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리듬을 찾아낸다. 침묵 속에 숨은 의미를 알아차린다. 경청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귀 기울인다. 내면의 목소리, 몸의 신호, 감정의 흐름. 자신을 제대로 듣는 사람만이 타인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자기 경청은 타인 경청의 전제 조건이다. 경청하는 삶은 느린 삶이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여유를 가진다. 효율성보다 의미를, 속도보다 깊이를 추구한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속도 경쟁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다. 경청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높이는 일이다.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고, 열려있되 무분별하지 않으며, 수용적이되 주체성을 잃지 않는다. 이것이 경청의 균형이다.
우리는 말의 시대에 산다. 하루 종일 말이 쏟아진다. 뉴스, 광고, SNS, 대화. 그러나 정작 진정한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 말은 많아졌지만 이해는 부족하다. 표현은 자유로워졌지만 공감은 희소해졌다. 이런 시대에 경청은 혁명적이다. 말의 홍수 속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것, 자기 주장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효율성을 포기하고 존재에 집중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주류에 대한 도전이다. 경청은 또한 희망이다. 분열된 사회, 고립된 개인, 단절된 관계 속에서 경청은 다리를 놓는다.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고, 이해의 가능성을 열며, 공존의 토대를 마련한다. 오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면, 그 사람의 하루는 달라질 것이다. 판단없이 수용한다면, 그 사람은 용기를 얻을 것이다. 온전히 현존 한다면, 그 사람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듣는다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고, 존중의 표현이며, 인간성의 회복이다. 말보다 강한 힘, 그것은 바로 듣는 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