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포비아는 단지 조직 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다. 시대적 불안감이 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안정과 회피를 선택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불확실성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성과를 보장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언제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리다. 실제로 신임 팀장들의 대다수는 승진 이후 행복감보다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고백한다. 특히 요즘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과보호와 경쟁의 양극단을 동시에 경험했다. 부모 세대의 지나친 보호 속에서 실패의 경험이 부족했고,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했다. 그 결과 자기효능감은 낮고, 불안은 높으며,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두려운 심리 상태를 갖게 되었다. 리더라는 자리는 이들에게 불완전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위험천만한 무대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디지털 환경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평가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관리하고 감정까지 통제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주목받는다는 것은 곧 표적이 된다는 의미다. 튀면 다치고, 눈에 띄면 비난받는 시대에, 누가 자발적으로 리더라는 무대 위에 서고 싶겠는가.
리더 포비아를 이해하려면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그들은 조직에 깊이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연결을 원하지만, 그 방식을 스스로 정하고 싶어 한다. 전통적인 조직은 소속의 형태를 미리 정해놓고 구성원에게 그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느슨하지만 유의미한 연결, 필요에 따라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는 유연한 소속감을 선호한다.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 세대는 현재의 희생이 미래의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경험을 중시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희생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보상을 기다리는 일로 여겨진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이들에게 이는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체성의 기준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소속된 조직과 직급이 자신을 정의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정체성의 핵심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조직 밖에 있는 세대에게, 조직 내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