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포비아 - 요즘 세대는 왜 리더를 두려워하는 걸까?
정인호 지음 / 바이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승진 시즌이다."축하합니다. 팀장으로 승진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말은 더 이상 기쁜 소식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과거 승진은 성취의 정점이자 사회적 성공의 증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책임의 무게만 늘어나고, 권한은 축소되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평가와 비판 속에서 홀로 버텨야 하는 자리. 그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이 특히 MZ 세대들이 인식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실제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팀장 이상의 직책을 맡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지나친 성과 압박,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의 크기, 그리고 자신이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는 불안감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그들은 직급과 권위보다 자신의 전문성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리더가 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희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리더 포비아'라 부른다. 리더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리더라는 자리 자체를 기피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개인의 소극적 태도나 세대의 특수성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 구조와 사회 문화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리더 포비아의 가장 큰 원인은 권한과 책임 사이의 불균형이다. 과거의 리더는 의사결정권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권위를 가졌다. 하지만 현대의 리더는 위로부터는 지시를 받고, 아래로부터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끼인 존재'가 되었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실시간 평가 시스템은 리더의 모든 행동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킨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으며, 성공은 팀의 것이지만 실패는 리더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리더가 실제로 잘못한 것이 없어도 책임의 자리에 놓인다는 점이다.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원인을 리더에게서 찾는다. "리더가 더 잘했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분위기 속에서 리더는 자동적으로 희생양이 된다. 심지어 리더의 감정과 인간적인 면까지 소비된다. 구성원의 불만을 듣고, 위로를 건네고,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역할로 여겨지지만, 정작 리더 자신은 위로받을 곳이 없다. 조직은 리더를 키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리더를 버텨내게 만들 뿐이다. 살아남은 자만이 리더가 되는 구조 속에서, 그 생존 과정은 심리적 소진과 고립을 대가로 치른다. 리더 포비아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자 방어기제다.


리더 포비아는 단지 조직 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다. 시대적 불안감이 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안정과 회피를 선택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불확실성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성과를 보장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언제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리다. 실제로 신임 팀장들의 대다수는 승진 이후 행복감보다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고백한다. 특히 요즘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과보호와 경쟁의 양극단을 동시에 경험했다. 부모 세대의 지나친 보호 속에서 실패의 경험이 부족했고,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했다. 그 결과 자기효능감은 낮고, 불안은 높으며,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두려운 심리 상태를 갖게 되었다. 리더라는 자리는 이들에게 불완전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위험천만한 무대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디지털 환경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평가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관리하고 감정까지 통제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주목받는다는 것은 곧 표적이 된다는 의미다. 튀면 다치고, 눈에 띄면 비난받는 시대에, 누가 자발적으로 리더라는 무대 위에 서고 싶겠는가.

리더 포비아를 이해하려면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그들은 조직에 깊이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연결을 원하지만, 그 방식을 스스로 정하고 싶어 한다. 전통적인 조직은 소속의 형태를 미리 정해놓고 구성원에게 그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느슨하지만 유의미한 연결, 필요에 따라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는 유연한 소속감을 선호한다.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 세대는 현재의 희생이 미래의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경험을 중시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희생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보상을 기다리는 일로 여겨진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이들에게 이는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체성의 기준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소속된 조직과 직급이 자신을 정의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정체성의 핵심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조직 밖에 있는 세대에게, 조직 내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리더 포비아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리더십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리더십을 정의하는 방식에 있다. 권위와 통제에 기반한 낡은 리더십이 시대와 맞지 않을 뿐이다. 새로운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질문으로, 통제가 아니라 연결로,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작동해야 한다. 구글의 연구는 성과가 높은 팀의 핵심 요소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다. 리더가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다. 이케아는 리더가 얼마나 많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었는지를 핵심 지표로 삼는다. 실적보다 관계, 통제보다 신뢰가 중심에 있는 리더십이다. 이러한 리더십을 '동반향상 리더십'이라 부를 수 있다. 리더는 혼자 앞서가는 존재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걸으며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존재다. 성공도 실패도 함께 나누고, 학습의 과정 자체를 공유한다. 리더가 완벽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 리더 포비아도 사라진다.


리더 포비아는 리더십의 실패가 아니라 진화의 신호다. 리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대는, 동시에 리더십을 새롭게 정의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카리스마 넘치고 완벽한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수하며, 그 과정에서 함께 배우는 리더를 원한다. 조직은 리더를 감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원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리더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리더 개인도 완벽함의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신뢰를 만드는 시대다. 리더 포비아를 극복하는 길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성장의 언어로 바꾸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리더라는 자리는 여전히 어렵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립의 무게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연결의 과정이 될 때, 비로소 리더십은 두려움이 아닌 가능성이 된다. 승진의 순간, 불안보다 설렘이 앞서는 조직. 리더가 된다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리더 포비아는 극복해야 할 문제만 아니라, 우리 시대가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는 귀중한 신호다. 그 신호에 귀 기울일 때, 리더십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