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맹비오 지음 / 인디펍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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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누군가의 청춘 고백을 엿본 기분이랄까. 아니, 어쩌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어떤 감각을 깨운 것 같기도 하다. 책은 로큰롤에 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살아남기'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가 무대 앞에서, 흙먼지 날리는 페스티벌에서, 작은 클럽의 땀 냄새 속에서 발견한 건 단순히 좋은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어떤 힘이었다. 세상이 나를 규격화하려 할 때, 정답을 강요할 때, 그 압박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같은 것이다.

저자가 서태지부터 실리카겔까지 15팀의 밴드를 소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건 음악 평론이 아니다. 콘서트에서 받은 충격을 일기장에 급히 적어 내려간 것 같은, 생생한 감정의 기록이다. 카세트테이프의 A면과 B면으로 나뉜 구성도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따스함이랄까. 나는 저자와 세대가 조금 다르다. 내 청춘의 사운드트랙은 해외 록이 더 많았고, 국내에선 발라드와 댄스가 주류였던 시절을 지나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저자의 글에 공감이 된다. 왜일까 생각해봤다. 이 책이 말하는 건 결국 "로큰롤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가. 책임은 무거워지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들은 끊임없이 나를 시험한다.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려 애쓰지만, 가끔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럴 때면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흐릿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랜만에 음악을 틀었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국카스텐. 내 청춘 어딘가에 있었던 밴드들. 그리고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밴드들까지. 음악이 흐르는 순간, 묘한 일이 일어났다. 젊을 때 느꼈던 그 감각이 돌아왔다. 열정이라고 하기엔 과하고, 자유로움이라고 하기엔 막연한, 그런 어떤 것이랄까..

로큰롤은 "나는 이렇게 산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음악이었다.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정답을 고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음악. 굳이 멋을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던지는 날것의 용기. 그게 로큰롤이었다. 저자가 무대 앞에서 울고 웃었던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건 단순히 좋은 공연을 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그 공간에서, 가슴이 쿵쾅대는 그 순간에, '나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생각한다. 로큰롤 스타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에게 '달라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정해진 길을 벗어나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도 괜찮다는 걸. 그들의 음악은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함께 견디자는 연대의 메시지다. 나이가 들수록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모험은 줄어들고, 타협은 늘어난다.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내 안의 어떤 것이 소리친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냐고. 이렇게 살고 싶었냐고 말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로큰롤이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워주는 음악. 단단한 벽을 통과할 힘을 주는 소리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이 버겁고 무기력해질 때, 자신을 붙잡아 준 건 거창한 위로가 아니었다고. 가슴이 쿵쾅대는 로큰롤 음악을 들으면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로큰롤은 도피가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로큰롤이 필요하다. 음악을 다시 틀어본다. 볼륨을 조금 더 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를 다시 나답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아직 로큰롤을 들을 수 있다면, 아직 가슴이 뛸 수 있다면, 나는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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