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투자자를 위한 미국 주식 불패 공식 - 현직 해외 주식 전문 PB 연수르의 실전 투자 생중계
김연수(연수르)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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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투자에 관한 책들은 넘쳐난다. 그중 상당수는 복잡한 차트 분석, 난해한 재무제표 해석, 혹은 '남들이 모르는 보석'을 찾아내는 비법을 다룬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대한민국 투자자를 위한 미국 주식 불패 공식>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정반대다. 투자는 어려워야 성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쉬워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 역설적 주장의 핵심은 확률에 있다. 투자자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을 낼 확률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수천 개의 중소형주 중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아내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대형 성장주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올라타는 것이 쉽고 따라서 '확률이 높은' 투자다. 실제로 나스닥100 지수와 러셀2000 지수의 장기 성과 비교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초대형주로 구성된 나스닥100이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을 압도적으로 앞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이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미국 주식 투자가 쉬운 투자가 될 수 있는 구조적 이유다. 많은 투자자들이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아는 것'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헤게모니가 AI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자의 성공은 정보의 희소성이 아니라 해석의 깊이에서 온다.


가치 투자와 성장 투자의 차이는 저평가주와 고평가주의 선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축에 대한 관점의 차이다. 가치 투자는 ' 현재 저평가된 것 ' 에, 성장 투자는 ' 미래에 정당화될 고평가 '에 베팅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성장주 투자의 핵심은 바로 이 ' 정당화 ' 메커니즘이다. 주가가 먼저 오르고, 기업은 그 상승을 실적으로 뒷받침한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면, 기업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이익을 실제로 만들어낸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 비싸 보이지만 더 비싸지는 '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수많은 테마주가 급등하지만, 대부분은 기대만 남긴 채 실적 부진으로 추락한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실제 이익 성장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드물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S&P500 기업의 70% 이상이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다. 기대를 현실로 바꾸 는 능력, 이것이 미국 기업들의 진짜 경쟁력이다. 성장주 투자에서 밸류에이션은 전통적 의미를 잃는다. PER이 50배 100배든, 트렌드가 지속되는 한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익 성장률이 밸류에이션 확장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번 올라탄 트렌드에서 내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매도했다면, 같은 기준으로는 다시 살 기회를 얻지 못한다.


미국 주식 투자가 쉬운 이유는 정보가 많아서만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 자체가 투자자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압도적인 유동성이다. 유동성은 곧 주가 상승의 용이성을 의미한다. 같은 호재라도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주가가 더 쉽게, 더 높이 오른다. 코로나19 시기의 경이적인 주가 상승이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에 기인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유동성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둘째, 가격의 대표성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주가가 정말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 정보가 신속하게 가격에 반영되고, 인위적인 왜곡이 적다. 이는 기술적 분석이 실제로 작동하는 시장, 추세가 존재하는 시장을 만든다. 투자자는 차트와 흐름을 믿고 투자할 수 있다. 셋째, 진정한 주주자본주의다. 미국 기업들은 정말로 주주를 위해 일한다. CFO는 주가 관리를 핵심 업무로 인식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환원한다. 한국 기업들이 쌓아두기'에 급급할 때, 미국 기업들은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준다. 넷째, 산업이 기업을 만드는 생태계다. 미국에서는 정부와 시장이 함께 미래 산업을 육성한다. AI, 우주항공, 자율주행 등 거대 트렌드가 만들어지면, 그 산업 전체가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을 함께 끌어올린다. 개별 기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어떤 산업에 속해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이다.

책은 핵심은 향후 3년을 주도할 6대 키워드 분석이다. 에이전틱AI, 임베디드 AI, TV 광고의 진화, 자율주행, AI 광고, 클라우드 게이밍. 이것들은 테마라기 보다는 , 실제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메가 트렌드다. 특히 AI 광고 영역에서의 통찰은 예리하다. 구글, 메타, 아마존이 AI 시대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된 이유는, 그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하던 일을 더 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AI는 타기팅 효율을 높이고, 광고 단가를 올리고, 결국 이익률을 개선시킨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 필요도, 고객을 설득할 필요도 없다. 그저 기존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된다. 이것이 산업 분석의 핵심이다. 어떤 트렌드가 어떤 기업에게 '자연스러운' 수혜를 주는가?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트렌드와 정렬되어 있는 기업을 찾는 것.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피지컬 Al 경쟁,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전쟁,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반도체 대결 등 빅테크 간 경쟁 구도 분석은 기업 비교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하는 나침반이다.


성장주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는 타이밍이다. 연수르는 이를 위해 '트렌드-실적-주가'의 흐름 을 읽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주가 상승의 가장 좋은 모멘텀은 이익 성장이다. 하지만 그 이익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트렌드에서 온다. 세상이 변하고, 산업이 변하고, 그 변화 속에서 기업이 성장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재무제표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성장주 주가 폭발의 '두 가지 지점'이다. 첫 번째는 시작이 트렌드를 인지하는 순간, 두 번째는 실적이 그 트렌드를 확인해주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두 번째 지점에서야 뛰어들지만, 진짜 수익은 첫 번째 지점에 들어간 사람들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첫 번째 지점을 포착할 수 있을까? 바로 산업과 트 렌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시장이 아직 저평가하고 있는 변화를 먼저 인지하는 것이다. 컨센서스와의 밀당도 중요하다. 시장의 기대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이 반복되면 주가는 지속 상승한다. 반대로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순간 급락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컨센서스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IR 자료, 애널리스트 리포트, 경영진 가이던스를 종합해 시장의 기대 수준을 파악하고, 그것이 보수적인지 공격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수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투자 복기 루틴이다. 매일, 매주, 매년 자신의 투자를 돌아보고,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기록한다. 성공한 투자에서는 운과 실력을 구분하고, 실패한 투자에서는 교훈을 추출한다. 이런 복기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는 한 번의 대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한 번 성공하는 것은 누 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반복하려면, 내가 왜 성공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저자의 투자 철학은 겸손에 기반한다. 시장은 항상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주가가 오르면 그것을 인정하고, 내리면 그 이유를 찾는다. 자신의 분석이 틀렸을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새로운 정보 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것이 바로 '효율적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려운 투자를 추구하지 말고, 쉬운 투자를 선택하라.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모두가 아는 것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라. 개별 기업의 특수성에 매몰되지 말고, 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라. 미국 시장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동성, 투명성, 주주 친화성, 산업 생태계. 투자자는 이 시스 템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물론 '올라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트렌드를 읽는 눈,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타이밍을 포착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학습 가능하고, 반복 가능하며, 체계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투자의 성공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과 꾸준한 실행에서 온다. 연수르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방향이다. 미국이라는 시장, 성장 이라는 철학, 산업이라는 관점, 데이터라는 도구, 그리고 겸손이라는 자세. 이 다섯 가지가 모여 '불패 공식'을 만든다. 결국 투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이 아니라, 확률을 높이는 게임이다. 가장 높은 확률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쉽고 가장 확실한 투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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