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역설이 있다. "좋은 실적이 발표되면 주가가 떨어진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적이 좋으면 당연히 주가도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주가는 '미래의 기대'를 반영한다. 좋은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그 기대를 먹고 주가는 미리 오른다. 실적 발표 전 몇 주, 심지어 몇 달 전부터 주가는 상승한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실적이 발표되는 순간, '기대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면 더 이상 오를 이유가 없다. 이것이 바로 '재료 소멸'이다. 셀트리온 사례가 전형적이다. 램시마의 유럽 판매 호조, 트루 시마 허가, 코스피 이전 상장 등 온갖 긍정적 재료가 쏟아졌고, 주가는 30만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모든 재료가 실현된 뒤,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왜? 더 이상 새로운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형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중소형주, 테마주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계약 체결, 정부 과제 선정, 신제품 출시' 같은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급등한다. 하지만 그 뉴스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종목으로 옮겨간다. 따라서 실적 발표 직전에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미 기대는 주가에 반영되어 있고,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급락하고, 기대를 충족해도 '재료 소멸'로 하락할 수 있다. 오히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조정받을 때가 진짜 매수 타이밍일 수 있다. 그때는 기대가 아니라 실제 숫자를 보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