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의 100세 설계 수업 - 3050에게 필요한 노후 준비 참고서
강창희.유치영.신상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오래 사는 세대가 되었다. 의학의 발전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제 100세까지 사는 것이 더 이상 희귀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길어진 수명만큼 우리의 준비가 충분한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퇴직 연령은 점점 빨라지는데 은퇴 후 생존 기간은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의 부족함을 실감하고 있다. 5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약 5억 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그 대부분은 거주하는 주택에 묶여 있어 실제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과거처럼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1980년대만 해도 부모의 노후를 자녀가 책임진다는 응답이 72%였지만, 2023년에는 12%로 급감했다. 이제 노후는 철저히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창희의 100세 설계 수업>은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종합 설계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노후 준비를 돈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자산 전체의 구조적 재편과 삶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많은 젊은 세대들은 노후 준비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을 살기도 바쁜데 수십 년 뒤를 걱정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명확하게 말한다. 100세 시대의 노후 준비는 20~3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핵심에는 연금이 있다. 복지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보면, 고령자들이 수억 원의 목돈을 보유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 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복지선진국인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노후 주요 수입원 중 공적·사적 연금이 60~90%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29%에 불과하다. 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후자금을 아무리 많이 모아두어도, 자신의 수명보다 그 돈의 수명이 짧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돈이 바닥날까봐 쓰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이 평생 들어온다면, 그 불안감은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충분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가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매월 적은 금액이라도 30~40년 장기간 불입해야 노후생활비로 활용할 만한 연금을 만들 수 있다. 책은 3층 연금 구조를 제시한다. 1층은 국민연금으로,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지는 공적연금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하는 종신연금이라는 점에서 가장 유리한 금융상품이다. 2층은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3층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이 세 층을 탄탄히 쌓아나가는 것이 20~30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노후 준비인 것이다. 또한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다. 본업에서 얻는 수입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 엔진이기 때문이다.


책의 강점 중 하나는 인생 단계별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40대가 되면 건강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며 운동을 습관화하고, 특수질병보험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자녀 관련 지출을 줄이고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 교육과 결혼 문제에 대해 부부가 공통된 인식을 갖는 것이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50대는 가계자산 구조조정의 시기다. 이 시기는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가장 많은 때다. 따라서 부채 상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특히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부부가 부채를 안은 채로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욱 서둘러야 한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부동산의 장기 가격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50대에 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퇴직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인생 100세 시대에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과 같은 순환형 삶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퇴직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60대가 되면 재산을 늘리는 노력보다 현역 시절에 모아둔 재산 정도에 맞추어 살아가는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추어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70대가 되면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르는 노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편보다 오래 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책은 투자에 대해서도 명확한 원칙을 제시한다.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쏠림 투자 성향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변동성이 큰 종목에 레버리지를 활용하거나, 가상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50년 넘는 금융투자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단언한다. 개인이 변동성이 큰 상품을 빈번하게 매매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책은 금융자산을 용도별로 3개의 주머니로 나누어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저축 주머니로, 몇 개월 이내에 지출해야 할 생활비나 비상금을 넣어두는 곳이다. 두 번째는 트레이딩 주머니로, 단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이 주머니는 '오락용'이라고 생각하고 보유 금융자산의 2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자산형성 주머니다. 이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주머니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기본 전략으로 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이 대표적인 예다. 30~40년 장기적립식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시장 리스크와 개별 종목 리스크를 방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단기 시황 예측은 전설적인 투자자들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급락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좋은 주식을 사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분산투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한 종목에 집중하면 그 기업의 고유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여러 종목으로 분산하면 어느 한 종목의 손실을 다른 종목의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식, 채권, CMA 등 리스크의 정도가 다른 투자 대상에 분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책은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며 자산관리 전략을 3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산을 적립하면서 운용하는 단계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퇴직하기 직전까지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지출보다 수입이 많으므로 남은 돈을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에 장기·분산 운용하여 자산을 축적해나가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퇴직 직후부터 80세 전후까지로, 모아둔 노후자금을 인출해 쓰면서 운용하는 단계다. 정기적인 급여소득이 없으므로 생활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노후자금에서 인출해야 하지만, 남은 자금은 계속 운용해야 한다. 세계적 평균치로 보면 노후자금 총액의 연 4% 정도를 생활비로 인출하면서 남은 자금은 정기예금리 플러스알파 정도의 수익률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생활비를 줄이고 연금을 활용하며, 약간의 근로소득이라도 얻으려는 노력이다. 퇴직 후의 3대 불안인 돈, 건강, 외로움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일'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80세 전후부터로, 자산운용에서도 졸업하여 인출해 쓰기만 하는 단계다. 판단력이 흐려지므로 대부분의 자금을 예금이나 CMA 같은 원금손실 염려가 없는 상품에 넣어두고 인출해 쓰기만 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노후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생활비를 절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후의 가장 큰 불안은 결국 '언제까지 소득이 들어올 것인가'다. 이 책은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한다.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는 방법으로 임의가입제도, 연기연금제도, 임의계속가입제도, 추후납부제도, 크레딧제도 등을 소개한다. 특히 연기연금은 주목할 만하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대신 더 인상된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는데, 1년을 늦추면 7.2%, 5년을 늦추면 36%가 더해진다. 다만 늦게 받는 만큼 수령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본인의 소득 상황, 건강 상태, 은퇴 계획을 종합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도 중요하다. 특히 DC형 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연금자산 운용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할 것인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할 것인지, 국내에만 투자할 것인지 국제분산투자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책은 ISA와 IRP의 차이점도 명확히 설명한다. 사회 초년생이 결혼자금 등 단기 자금 마련을 원한다면 ISA가 적합하고, 장기적인 노후 소득원을 만들려면 연금계좌가 적합하다. 연금계좌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 연말정산 시 환급액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이를 다시 재투자하면 장기적인 자산 형성에 더 도움이 된다.


책은 한 번 읽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라, 인생의 단계가 바뀔 때마다 다시 펼쳐보는 참고서다. 사회 초년생은 20~30대를 다룬 부분을, 퇴직을 앞둔 50대는 자산 구조조정과 연금 설계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하다.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5060대에 시작해서는 너무 늦다. 그 연령대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사는 길밖에 없다.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2030대부터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퇴직하지만,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인생은 더 길어지고, 준비는 늦출수록 더 어려워진다.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꾸는 첫걸음,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가장 현실적이고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