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리뷰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 회사에서 음성 인식 기기가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상황을 불편해하던 사람이, 결국 인공지능과의 상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은 100번을 들어도 짜증내지 않고,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는다. 완벽한 경청자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위로일까. 인간 상담사는 불완전하다. 자신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때로는 내담자가 원치 않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의 증거가 아닐까. 인공지능의 위로는 알고리즘이 생성한 텍스트일 뿐, 진심 어린 마음의 교류는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을 선택하면서, 진정한 연결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 관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아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한다. 완벽히 안전한 관계는 진짜 관계가 아니다.
자신의 외모를 다른 사람보다 34퍼센트 높게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는 모두 자기 얼굴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 접촉 효과' 때문이다. 매일 거울에서 만나는 얼굴은 가장 익숙한 얼굴이고, 익숙한 것은 호감을 낳는다. 이 사실은 자존감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뇌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것은 왜 자기혐오가 위험한지도 설명한다. 가장 자주 마주하는 대상이 자기 자신인데, 그 대상을 싫어한다면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 신호를 받게 된다. '치어리더 효과'도 흥미롭다. 혼자 있을 때보다 집단에 있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현상인데, 이는 뇌가 평균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흐릿한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뇌는 불완전한 정보를 이상형으로 채워 넣는다. 이 모든 연구는 우리 지각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버전이다.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할 때, 그것은 상대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내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책은 뇌와 뇌를 직접 연결하는 '브레인넷' 실험도 소개한다. 원숭이 세 마리가 각자 맡은 축을 조정해 가상공간의 공을 움직이는 실험에서, 뇌가 직접 연결되었을 때 놀라운 협력이 가능했다. 각 원숭이는 전체 목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신호에 반응했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벽한 팀워크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닮았다. 우리는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연결망을 통해, 개인의 행동은 집단의 성과로 이어진다. 차이는 우리의 연결이 기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감정으로, 언어로, 공감으로 연결되어 있다. 브레인넷이 주는 진짜 통찰은, 완벽한 소통이 반드시 깊은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침팬지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지 못해도 신뢰한다. 프레리들쥐는 동료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위로한다. 공감은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