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3분 영어 스피치
박신규 지음 / PUB.365(삼육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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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어 학원 입구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던 스물다섯 살 겨울이 떠오른다. 유리문 너머로 자신 있게 영어를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나는 여전히 영어 앞에서 움츠러드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엔 문장이 가득한데, 입 밖으로는 단어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목구멍에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내게 누군가 물었다. "하루에 딱 1분만 영어로 말해볼 수 있어?" 1분이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읽고 실험해 본 영어 스피치 방법. <하루 1/2/3분 영어 스피치>였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 문제는 잘 풀리는데, 막상 말을 하려면 입이 굳어버린다. 문법은 완벽하게 알고 있는데, 실제 대화에서는 어색한 단어 나열만 반복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영어를 지식으로만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마치 수영 이론서만 읽고 물에 뛰어들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영어는 근육 운동에 가깝다. 입 근육이 영어 발음에 익숙해져야 하고, 뇌가 영어 문장 구조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반복과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완벽주의다. 우리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 원어민 같은 발음을 구사하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언어는 소통의 도구다. 완벽하지 않아도 의미가 전달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 중 원어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각국의 억양이 섞인 영어가 지구촌 곳곳에서 당당하게 통용되고 있다. 세 번째는 '나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형화된 대화는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건 내 취미, 내 감정, 내 일상을 표현하는 능력인데, 우리는 그런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 타인의 이야기를 번역하듯 말하다 보니, 영어가 나와 분리된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저자가 설계한 체계적 커리큘럼은 일반 회화책과 다르다. 그저 예문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문장을 확장하고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영어는 머리로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입으로 익히고 몸으로 기억하는 기술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반복과 익숙함'이다. 같은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뇌가 영어 문장 패턴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만든다. 마치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처음엔 모든 동작을 의식하지만, 익숙해지면 생각 없이도 페달을 밟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단계별 학습 구조가 명확하다. 각 주제마다 스피치 가이드로 시작해 기본 틀을 제시하고, 대화 연습으로 실전 감각을 익히고, 스피치 단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확장하고, 마지막으로 복습 퀴즈로 학습을 정착시킨다. 이 네 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력이 성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이야기'로 말하게 만드는 설계다. 단순히 예문을 외우는 게 아니라, 제시된 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내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하면 기계적인 암기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표현력이 길러진다.

영어 교재를 펼치면 대부분 일상과 동떨어진 주제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내 취미, 내 직업,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말하는 능력이다. 총 10개 파트, 50개 주제로 구성된 이 학습법은 실제 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들을 다룬다. '내 이야기' 파트에서는 자기소개, 성격, 강점과 약점, 인생의 전환점 같은 주제를 다룬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면접을 볼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반드시 필요한 표현들이다. 나는 이 파트를 연습하면서 단순히 이름과 직업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얻었다. '취미 생활' 파트는 특히 유용했다. 독서, 운동, 요리, 여행처럼 보편적인 취미부터, 사진, 음악 감상, 반려동물 같은 개인적 관심사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주제가 바로 취미다. 이 부분을 충실히 연습하니 실제 대화에서 할 말이 풍부해졌다. '일상' 파트에서는 아침 루틴, 출퇴근, 식사, 쇼핑 같은 매일 겪는 일들을 다룬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주제지만, 막상 영어로 표현하려면 막힌다. 하루 일과를 영어로 설명하는 연습을 하면서,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배열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건강' 파트는 요즘 시대에 특히 중요하다. 운동 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수면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주제로 대화할 일이 많아졌다. 실제로 외국 동료와 줌 미팅 전 스몰토크를 나눌 때 운동 이야기가 자주 나왔는데, 이 파트를 연습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MP3 파일은 생각보다 훨씬 유용했다. 출퇴근 시간에 이어폰을 끼고 반복해서 들었다. 처음엔 그냥 듣기만 했는데, 며칠 후부터는 따라 말하기를 시작했다. 섀도잉 기법이라고 하던가. 원어민 발음과 억양을 그대로 따라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영어 리듬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특히 대화 파트의 MP3가 좋았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실제 대화의 템포와 호흡을 익힐 수 있었다. 혼자 스피치 연습만 하면 자칫 일방적인 말투가 될 수 있는데, 대화 MP3를 들으면서 상호작용하는 영어를 배웠다. 표현 정리 PDF는 복습용으로 최적이었다. 각 파트별로 핵심 표현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틈틈이 확인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5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30초, 이런 자투리 시간에 PDF를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모든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별도 비용 없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어, 추가 투자 없이도 충분한 학습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요즘 대부분의 학습 자료가 구독료를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양심적이다.

스피치 훈련의 진짜 효과는 일상에서 나타났다. 카페에서 영어로 주문할 때, 예전엔 미리 외운 문장을 로봇처럼 말했다. 이제는 바리스타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50개 주제를 연습하면서 익힌 다양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온라인 미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외국 동료와의 화상회의에서 예전엔 최소한의 발언만 했다. 이제는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농담도 던지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정리해주는 역할도 한다. 3분 스피치 훈련이 준 구조화 능력이 회의 발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여행에서의 경험도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 동남아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 식당 주인, 같은 숙소에 묵은 여행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취미, 음식, 여행, 문화 같은 주제들을 이미 충분히 연습해뒀기 때문에, 실전에서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거창한 학습 계획이 필요 없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 식당 대기 중에, 잠들기 전 침대에서, 단 3분이면 충분하다. 나는 이 시간을 '영어 호흡'이라고 부른다. 하루에 세 번, 영어로 숨 쉬는 시간. 아침 출근길 1분 스피치는 하루를 여는 의식이 됐다. 어제 있었던 일, 오늘의 계획, 지금 내 기분 같은 간단한 주제로 말하면서 영어 모드로 전환한다. 이렇게 시작하면 하루 종일 영어에 대한 감각이 깨어 있는 느낌이다. 점심시간 2분은 새로운 표현을 익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표현 정리 PDF에서 오늘의 표현 하나를 골라, 다양한 문장으로 만들어보는 연습을 했다. 같은 표현을 여러 맥락에서 써보니 확실히 내 것이 됐다. 잠들기 전 3분 스피치는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오늘 있었던 일 중 인상적인 것, 배운 것, 느낀 것을 영어로 정리한다. 이렇게 매일 영어 일기를 쓰는 셈이다. 다만 글로 쓰는 게 아니라 말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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