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영상 제작 - 직장인을 위한 미드저니
고희청.박범희 지음 / 성안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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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월요일 아침, 팀 회의에서 갑자기 날아온 요청이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신제품 론칭 캠페인 시안 좀 만들어 올려주세요." 마케팅 담당이지만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나로서는 늘 이런 순간이 부담스러웠다. 외주를 맡기자니 예산이 빠듯하고, 무료 템플릿을 쓰자니 경쟁사와 차별화가 어렵다. 파워포인트로 어설프게 만든 시안은 늘 상사의 "좀 더 감각적으로"라는 피드백과 함께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것이 미드저니였다. 처음엔 그저 또 하나의 AI 툴이려니 했다. 챗GPT로 일러스트를 만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무에 쓰기엔 퀄리티가 아쉬웠다. 하지만 미드저니는 달랐다. 몇 줄의 텍스트만으로 광고 촬영장에서 찍은 듯한 제품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브랜드 마스코트가 탄생했다. 디자이너의 손길 없이도 말이다. 사실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다. '이걸 배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디자이너만큼 잘하진 못할 텐데.' 하지만 몇 주간 미드저니를 활용하며 깨달은 건, 이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획자가 더 나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었다. 내 머릿속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고, 팀원들과 구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확장된 언어 같은 것이었다.


미드저니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디스코드라는 낯선 플랫폼이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나 쓸 법한 이 메신저에서 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이 구조가 오히려 장점이었다. 명령어 하나만 입력하면 되는 단순함. 복잡한 인터페이스 대신 대화하듯 작업할 수 있는 편안함. 진짜 마법은 프롬프트에 있었다. "A modern office workspace"라고 입력하면 평범한 사무실이 나오지만, "A bright, minimalist office workspace with natural sunlight, potted plants, and a MacBook on a wooden desk, editorial photography style"이라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잡지 화보 같은 이미지가 생성된다. 마치 사진작가에게 촬영 콘셉트를 설명하듯, 원하는 분위기와 디테일을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유용했던 건 스타일 레퍼런스 기능이었다. 우리 브랜드 가이드에 맞는 이미지 하나를 레퍼런스로 넣으면, 그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회사 블로그에 올릴 섬네일 이미지를 만들 때,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비주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이번엔 어떤 스톡 이미지를 써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내 기획 의도를 명확히 하는 훈련이 됐다. '내가 정확히 뭘 원하는가'를 언어화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회의에서도 "뭔가 세련된 느낌으로요"가 아니라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도로요"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미드저니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놀라웠던 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상황에서 쓸모가 있다는 점이었다. "예쁜 그림 하나 만들어주는 툴"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효과를 본 건 회의 자료였다. 신규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는 기획서를 만들 때, 텍스트로만 설명하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아 붙이는 식이었는데, 이젠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펫 프렌들리 카페에서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밀레니얼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타겟 페르소나를 시각화해 보여주자, 팀원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또 다른 활용처는 SNS 콘텐츠 제작이었다. 매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올라갈 콘텐츠를 준비하는 게 큰 부담이었는데, 미드저니 덕분에 훨씬 수월해졌다. 계절별 이벤트 배너, 제품 소개 포스트, 브랜드 스토리 일러스트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좋은 건, 스톡 이미지처럼 다른 브랜드와 겹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만의 고유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활용은 프로토타입 제작에서 나타났다. 신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외주 맡기기 전, 여러 방향성을 빠르게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미드저니로 다양한 스타일의 패키지 목업을 만들어 사내 설문조사를 돌렸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방향으로 실제 디자인을 의뢰했다.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었다. 심지어 채용 공고에도 활용했다. 우리 회사의 업무 분위기와 문화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만들어 채용 페이지에 실었는데, 지원자들이 "회사 분위기가 잘 느껴져서 지원했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천편일률적인 스톡 사진 대신, 우리만의 스토리가 담긴 이미지를 사용한 효과였다.


미드저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정적인 이미지도 좋지만, 요즘 트렌드는 단연 숏폼 영상이다. 릴스, 쇼츠, 틱톡... 15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영상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상 제작은 이미지보다 훨씬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미드저니가 이미지에서 영상까지 연결되는 워크플로를 제공한다는 걸 알게 됐다.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를 일레븐랩스에서 생성한 AI 보이스 내레이션과 결합하고, 캡컷으로 편집하면 완성도 있는 브랜드 영상이 탄생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신제품 티저 영상을 만들 때였다. 미드저니로 제품의 다양한 앵글 이미지를 생성하고, 각 이미지에 줌인/줌아웃 효과를 넣었다. 일레븐랩스에서는 브랜드 톤에 맞는 차분한 목소리로 제품 소개 멘트를 녹음했다. 배경음악은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에서 찾았고, 캡컷에서 모든 소스를 조합해 30초짜리 영상을 완성했다. 전체 작업 시간은 약 3시간. 외주를 맡겼다면 최소 일주일은 걸렸을 작업이었다. 더 재밌었던 건 스토리텔링이 담긴 브랜드 영상 제작이었다. 우리 회사의 친환경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을 시각화한 영상을 만들었다. 텀블러를 들고 출근하는 장면, 분리수거하는 모습, 나무를 심는 손길... 각 장면을 미드저니로 생성하고 이어 붙이니 감성적인 메시지 영상이 됐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AI가 만든 영상은 아직 전문 영상 제작사의 퀄리티를 따라가긴 어렵다. 디테일한 움직임이나 복잡한 편집 효과는 구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소규모 캠페인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큰 프로젝트는 전문가에게 맡기되, 일상적인 콘텐츠 제작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미드저니를 사용하며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게 '이미지 생성 툴'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건 일하는 방식의 변화, 더 나아가 직장인으로서의 역량을 확장하는 수단이었다. 예전엔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려면 디자이너의 도움이 필수였다. 기획서에 "이런 느낌으로"라고 설명하면, 디자이너가 해석해서 만들어주고, 수정 요청을 몇 차례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묘한 의도가 왜곡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초안을 만들 수 있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방향을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기반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확 줄어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시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예전엔 "이건 너무 황당한 아이디어라 제안하기 민망한데"라며 포기했던 콘셉트들을 이제는 일단 만들어볼 수 있다. 실패해도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과감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처음엔 "말도 안 돼"라는 반응을 받았던 캠페인 아이디어가, 시안을 보여주니 "이거 괜찮은데?"로 바뀌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물론 AI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미드저니는 내 머릿속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주는 도구일 뿐, 아이디어 자체를 만들어주진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획력과 창의성이다. AI는 그걸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행하도록 돕는 조력자다. 앞으로 생성형 AI는 더 정교해지고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다. 어쩌면 몇 년 후엔 미드저니 같은 툴을 못 쓰는 직장인이 희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익혀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법을 익히는 것이다. 미드저니를 시작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 기획서를 쓸 때, 회의를 준비할 때, SNS 콘텐츠를 만들 때의 자신감이 달라졌다. "이건 내가 못 하는 일"이라고 선 긋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완벽한 디자이너가 될 순 없지만, 내 아이디어를 혼자 힘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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