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잇기'다. 근대와 현대를, 과거와 현재를, 예술과 삶을 잇는 것. 저자는 47명의 예술가를 통해 보여준다. 1920년대 경성에서 고민하던 것과 2020년대 서울에서 고민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김주경과 정영주는 모두 도시를 그렸다. 주경과 노은주는 모두 정물화를 그렸다. 이상범과 권세진은 모두 수묵화를 그렸다. 이인성과 정수정은 모두 여성을 그렸다. 김기창과 현덕식은 모두 내면의 소리를 그렸다. 김환기와 손승범은 모두 시간을 그렸다. 장르도, 기법도, 시대도 다르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작품들을 통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독자의 삶으로 이어진다. 정영주의 불빛을 보며 "도시의 밤, 그 안에 가만히 안겨 있고 싶다는 바람"을 느끼고, 노은주의 꽃을 보며 "만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현덕식의 얼음을 보며 "못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술의 힘이다. 100년 전 그림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 캔버스 위의 점과 선과 색이 우리의 삶과 연결된다. 저자는 이 연결고리를 섬세하게 직조해내며, 독자들을 경성에서 서울로, 과거에서 현재로, 미술관에서 삶 속으로 이끈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를 읽고 나면,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다시' 가고 싶어진다. 한 번 스쳐 지나갔던 그림들 앞에 더 오래 서 있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나 자신에게, 내 삶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이 책은 미술사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근대와 현대를 잇는 것은 결국 시간이 아니라 삶이고, 그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