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튜던트 - 배움의 재발견
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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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배우기를 멈추고 시험을 보기 시작했을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부터 호기심은 점수로 환산되었고, 탐구는 정답 찾기로 축소되었으며, 성장은 등수로 측정되었다. 교실은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간이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주어진 문제를 푸는지를 겨루는 경기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정작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잊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배움이란 무엇이며, 학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대의 현자들은 배움을 삶 그 자체로 여겼다. 그들에게 학생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그릇이 아니었다. 스승의 곁을 따라다니며 함께 길을 걸었던 이들은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터득해갔다. 그 시대의 배움에는 교과서도, 시험지도, 성적표도 없었다. 오직 삶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경험과, 그것을 스스로 해석하고 내면화하려는 노력만이 있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교육의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배움을 제도 안에 가두면서, 본질적으로 자유롭고 역동적이어야 할 지적 성장의 과정을 경직되고 획일적인 절차로 만들어버렸다. 학생은 더 이상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가는 탐구자가 아니라, 정해진 커리큘럼을 소화해내야 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 제도의 발전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과거 소수의 특권층만 누리던 학습의 기회가 대중에게 열렸고, 체계적인 지식 전달이 가능해졌다. 중세 시대 장인과 도제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던 기술 전승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었다. 근대 이후 공교육의 확산은 사회적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며,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제도화의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었다. 배움을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단순화하고 정량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해의 과정은 시험 점수라는 하나의 숫자로 압축되었고, 개인의 고유한 성장 궤적은 표준화된 척도 위에서 비교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성찰과 변화의 여정이었던 배움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강화된 경쟁 중심의 교육 문화는 이러한 문제를 극대화했다.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은 끊임없이 동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 애쓴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공동체적 성장보다는 개인의 성취가 강조되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타인을 함께 나아갈 동반자가 아닌 이겨야 할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배움의 본질적 즐거움을 앗아가고, 학습을 고통스러운 생존 게임으로 변질시킨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이들조차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에 의미를 느끼는지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그렇게 학생들은 타인이 정한 기준을 좇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역사는 학생이 단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세기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제하려는 권위에 맹렬히 저항했다. 그들이 원한 자유가 언제나 건설적인 방향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전 세계를 휩쓴 학생 운동은 더욱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고, 기존 체제의 위선을 폭로하며,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했던 젊은이들은 단순히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받는 존재를 넘어, 사회 변화의 주체로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학생이라는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정의되어 왔음을 말해준다. 학생들은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기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협상하며, 자신들만의 의미를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교육 기관과 학생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했지만, 바로 그 긴장이야말로 교육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증명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학생들은 어떤가. 과거만큼 극적인 저항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학업 성취 외에 다양한 관심사를 탐색하고, 진로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기성세대가 당연시했던 가치들에 질문을 던진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여전히 제도의 틀 안에서 '비정상'이나 '이탈'로 간주되기 쉽다는 점이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이런 다양한 배움의 방식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배움을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 한정된 활동으로 보는 협소한 관점이다. 학생이라는 정체성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삶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며,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직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는 것 모두가 배움이다. 이러한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 교육은 전체 배움의 여정에서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단계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용기를 키우는 것. 이것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과도한 학습량, 지나친 경쟁, 획일화된 평가는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말살하고, 배움 자체에 대한 혐오를 키운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면 책을 멀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시도를 꺼린다. 십여 년간의 공식 교육이 오히려 평생학습자로서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린 셈이다. 이보다 더 큰 교육의 실패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교육을 꿈꿔야 할까. 먼저 평가와 서열화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기준 대신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답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배움을 개인의 고립된 활동이 아닌 공동체적 과정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료화하고, 다른 관점을 접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히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력의 가치를 배운다. 경쟁보다 협력을, 비교보다 연대를 강조하는 교육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배움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배울지, 왜 배우는지에 대한 결정에 학생이 참여할 때, 배움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탐구를 안내하고 지원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온라인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지역사회와 연계된 배움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경험을 인정하고 장려해야 한다. 학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배움의 장소는 아니다. 세상 전체가 교실이 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잠재적 스승이 될 수 있다.


배움이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다.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나이나 직업과 무관하게,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잃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교육의 미래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달하는 기술에 있지 않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평생 학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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