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챈스(Change Chance) - 변화가 기회를 만든다
서이타 지음 / 성안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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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변화의 순간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게으름이나 보수성의 문제가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복된 경험은 시냅스를 강화하고, 강화된 신경회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진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변화의 물결을 경험하게 된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 조직 개편, 업무 프로세스 변경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때마다 우리는 "왜 잘 되고 있는데 굳이 바꾸려고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현재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다시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 서이타 작가가 제시하는 통찰은 명확하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기업 내부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변화관리란 변화에 적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기업이 원하는 미래의 상태로 이끌어가는 능동적 과정이다.


성공적인 변화는 세 가지 요소의 유기적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리더, 직원, 그리고 기업문화가 그것이다. 이 세 요소는 각각 독립적이 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리더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 변화가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며,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리더십이 명령과 통제에 기반했다면, 현대의 리더십은 설득과 동기 부여에 기반한다. “리더는 단순히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변화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 변화가 가져올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그 비전의 일부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직원은 변화의 실행자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전략이 있어도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직원들이 변화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성장에 그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변화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가질 때, 직원들은 변화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기업문화는 변화를 유지하는 토양이다. 리더가 씨앗을 뿌리고 직원들이 싹을 틀어도,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문화의 몫이다. 기업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직의 역사 속에 녹아있고, 직원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된 것이다.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구조화되고 내재화된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으면 강력한 추진력이 된다.


흥미롭게도 변화를 시도한 기업의 70%가 실패한다는 통계가 있다. 왜 이렇게 많은 변화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지 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당하는 것'에 저항한다는 점이다. "나 빼고 전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솔직한 마음이다.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변화의 주체가 나 자신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는 선택권의 문제와 연결된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변화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변화는 저항하게 된다. 이유나 맥락을 모른 채 따라가야만 한다고 느낄 때, 변화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실패 요인은 변화를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혁신, 대변혁,'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거대한 구호는 오히려 직원들을 위축시킨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원리를 망각하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 작은 성공을 축적하면서 동력을 얻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켜야 한다. 변화를 극복하는 열쇠는 강점 기반 접근에 있다. 문제점을 찾아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찾아 확장하는 것이다. 조직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면, 변화는 덜 위협적이고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발적인 소집단 활동이나 소규모 팀이 공식 조직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단위에서 변화를 실험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점차 확산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변화관리가 경영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한 관점이다. 저자는 역사, 철학, 종교에서 변화의 지혜를 찾는다. 이는 변화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이며, 모든 시대, 모든 문화가 변화와 씨름해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역사는 변화의 실험실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메이지 유신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변화에 대한 풍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순신이 23전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전술적 우수성 때문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창의 적인 해법을 찾아내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은 변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니체의 낙타-사자-어린 아이 비유는 변화의 단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짐을 지고 견디는 낙타처럼 버텨야 하고, 그다음에는 사자처럼 기존의 것에 도전해야 하며, 마지막에는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창의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은 변화가 대립을 통해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종교는 변화의 근본적 동력을 제시한다. 거듭남, 깨달음, 돈오점수 같은 개념들은 모두 근본적인 변화를 다룬다. 특히 "사랑 빼고 다 바꾸자"는 명제는 변화의 핵심을 짚는다. 변화에는 불변의 중심이 필요하다. 모든 것 이 변하면 정체성을 잃는다.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나머지는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문제다. 조직의 변화도 결국 구성원 개개인의 변화가 모여 이루어진다. 저자가 제시하는 개인적 변화의 방법 들은 실천 가능하고 구체적이다. 달리기, 등산, 독서, 골프 같은 활동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달리기를 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이는 신체 활동이 뇌의 활동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등산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고, 독서를 통해 고수를 만나고, 골프를 통해 사람을 사귀는 것은 모두 일상의 패턴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얻는 방법이다. 목적을 아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자신의 목적을 알면 삶은 단순해진다. 목적은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노력과 에너지를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해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목적과 비전이 있으면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어떤 변화는 거부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변화는 기회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리더는 변화를 시작하고, 직원은 변화를 실행하며, 문화는 변화를 유지한다. 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 70%의 실패 확률을 극복하고 30%의 성공 사례가 되는 길은,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람 중심의 접근을 하며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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