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 지금 모든 자본은 AI를 향하고 있다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 시점 가장 핫한 주제인 AI... 이 AI의 글로벌 트렌드를 알아 볼 수 있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30년 전 인터넷 혁명을 복도했던 세대에게 지금의 AI 열풍은 데자뷔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이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다면, AI는 권력의 재구조화를 초래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오르고, 젠슨 황과 이재용, 정의선이 한자리에 모이는 8300조 규모의 회동이 이루어지는 현상은 기술 투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문명의 지배권을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전쟁터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산업혁명은 자본의 집중을 동반했다. 증기기관이 그랬고, 전기가 그랬으며, 인터넷이 그랬다. 그러나 AI 혁명은 이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과거의 기술들이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확장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영역을 대체하거나 증폭시킨다. 생산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 회 구조 전체를 뒤흔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압축 경영'의 현상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거 10명이 해내던 업무를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한 명의 중견 전문가가 해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고용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대량 채용 후 대량 해고라는 빅테크의 무자비한 인력 재편은 AI가 가져온 효율성의 이면이다. 지식노동자라는 안전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AI 인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백억 원이던 계약금이 이제는 조 단위로 치솟고 있다. 이는 AI 핵심 인재가 곧 국 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인식의 확산을 반영한다. 젊은 천재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지키며 글로벌 기업과 대등하게 협상하는 시대, 여성 엔지니어들이 AI 혁명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능력주의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극소수의 슈퍼스타와 대다수의 평범한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극대화되는 양극화의 서막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지정학은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과 닮아있다.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오픈AI, 구글, 메타로 대표되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는 명확하다. 그러나 하드웨어, 특히 피지컬 Al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위협적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가사노동을 학습하는 동안,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제조 현장에서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를 AI와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수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계획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한 사이, 중국은 제조업과 A를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과거 IT 시대에 소프트웨어만 중시하다가 하드웨어 경쟁력을 잃었던 일본과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애매하면서도 기회가 있다. AI 기술 수준 세계 6위라는 순위는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상위권 국가들과의 격차는 자본과 인프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2024년까지 한국이 확보한 GPU가 겨우 4천 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과는 달리, AI 연산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6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강점 덕분이다. 첫째, 반도체 제조 능력, TSMC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삼성의 존재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 제조업 인프라, 자동차, 전자,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피지컬 AI 시대에 빛을 발할 수 있다. 셋째, 인재 양성 시스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꾸준히 배출되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한국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하지만 이러 한 강점들이 자동으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넷스케이프가 브라우저 시장을 선도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챗GPT의 오픈A조차 위기설에 직면한 것처럼, AI 시대의 승자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혁신으로 결정된다. 한국이 3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 기업의 과감한 투자, 연구 인프라의 확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A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 경계의 소멸이다. 과거에는 패션, 게임, 교육, 금융, 헬스케어가 각각 분리된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메타 인더스트리의 본질이다. BTS 팬덤이10년 넘게 지속되는 이유는 음악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팬들은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나아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된다. 이러한 팬덤 경제는 과거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이 기획과 연출을, 미국이 자본 을, 일본이 제작을 담당하는 이 프로젝트는 더 이상 '어느 나라 작품'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이것이 과연 한국의 작품인가 라는 질문은 본질적으로 틀렸다. 메타 인더스트리 시대에는 국적보다 경험과 관계, 그리고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메타 인더스트리를 가속화한다. 과거 10억 원이 들던 창업 비용을 AI를 활용하면 1억 원으로 줄일 수 있다. 복잡한 전문 도구 없이도 누구나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의 민주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LMM(대규모 멀티 모달 모델)의 등장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창작과 편집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노 바나나와 같은 사례는 AI가 창작의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인비의 문명론은 AI 시대에도 유효하다. 문명은 탄생, 성장, 쇠퇴, 해체의 순환을 거치며, 그 전환점은 외부의 도전에 대한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던 독일과 일본은 AI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뒤처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혁신과 투자로 응전하며 새로운 문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어느 쪽에 속할 것인가? 한국의 AI 전략은 기술 개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인재 양성, 조직 구조의 혁신, 정부와 기업의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AI 주권의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AI 주권이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AI 모델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K-컬처는 한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방탄소년단부터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며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 팬덤 경제를 AI와 결합한다면 어떻게 될까? 팬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AI를 활용해 창작 과정을 혁신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한 다면, K-컬처는 문화 상품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빅테크의 독점과 인프라 종속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장악하고,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선진국 대열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30분, 혹은 1시간씩이라도AI를 공부하는 습관은 개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3년, 5년, 10년 후 우리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실력주의 시대의 도래는 AI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더 이상 학벌이나 인맥이 아니라, Al 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는 기회이자 위기다. AI 시대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우 리는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과감한 투자, 유연한 조직 문화, 정책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끊임없는 학습과 적응이 필요하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며, 그 권력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문명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한국의 미래를 만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