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만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 -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김헌경 박사가 알려주는 건강자립의 비밀
김헌경 지음 / 비타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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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부모님 세대를 보며 자주 생각한다. 언제부터 그분들의 걸음이 저렇게 조심스러워졌을까. 마루턱을 넘을 때도, 계단을 오를 때도, 심지어 평지를 걸을 때도 발을 살금살금 디디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젊은 시절 그토록 씩씩하고 활동적이셨던 분들이 이제는 '넘어질까 봐'라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서 낙상 사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것이 삶 전체의 궤도를 바꾸는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김헌경 박사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흔히 나이 들면 당연히 몸이 약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쇠는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준비함으로써 전혀 다른 노년을 맞이할 수도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낙상이 가져오는 연쇄 반응에 대한 설명이다. 한 번의 넘어짐이 골절로 이어지고, 골절은 장기간의 침상 생활을 강요하며, 그 과정에서 근육은 더욱 빠르게 소실되고, 결국 자립적인 삶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 이것은 통계나 연구 결과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목격하는 현실이다. 한 번의 사고가 독립적이고 활기찬 노년을 의존적이고 제한된 삶으로 바꿔버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근육 연금'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절묘하다. 우리는 노후를 대비해 금융자산을 모으고, 연금을 준비하고, 부동산을 마련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자산, 즉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어도 스스로 걷지 못하고,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없고, 식사를 스스로 할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한 노년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데이터들은 충격적이다. 하체 근력이 떨어지면 뇌 기능도 함께 감소한다는 연구,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의 수행 능력 이 수명을 예측하는 지표가 된다는 사실, 근육량 감소가 단백질 흡수 효율까지 떨어뜨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점. 이 모든 것이 근육이 힘을 쓰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 시스템의 핵심 기둥임을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근육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다. 걷기, 균형 잡기, 자세 유지 등의 신체 활동은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규칙적인 하체 운동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곧 뇌를 움직이는 것이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곧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 근육 연금을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명확하게 답한다. 지금 당장이라고. 40대부터 근육량은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하고, 50대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60대, 70대가 되어서야 운동을 시작하면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다. 중년 부터 꾸준히 근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노후 준비인 셈이다.

건강서적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이론적 설명에만 치중하거나, 반대로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운 운동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심지어 운동 경험이 전혀 없어도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GOG080 운동법, 인터벌 걷기, 좌식근육 강화 운동 등 각각의 운동은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이 이 운동법의 핵심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운동은 아무리 좋아도 지속하기 어렵다. 반면 간단하고 쉬운 동작을 매일 반복하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근력을 측정하고 점검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종아리 둘레를 재보는 것만으로도 근감소증 위험을 가늠할 수 있고, 의자에서 일어서는 속도와 횟수로 하체 근력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가 진단법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전문가를 만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운동만이 아니라 식습관, 수면, 생활 패턴까지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휴식 없이 과도하게 운동하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 이 책은 근력 강화를 하나의 고립된 활동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로 접근한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고, 실제로 삶에 적용 가능하다.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어떤 노년을 원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한 실천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10분이라도 스쿼트를 해보고, 계단을 한 층이라도 더 걸어 올라가고, 저녁 식사에 단백질 반찬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근육 연금'이 되고, 그것이 결국 나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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