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잘못 배워왔다. 학창시절 외웠던 연도와 사건들,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려도 무방한 지식의 더미. 역사는 그렇게 박제된 과거로, 추억의 앨범으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로먼 크르즈나릭이 제시하는 응용역사의 관점은 전혀 다른 지평을 연다. 역사는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이자, 위기를 돌파하는 기술이다.
21세기 인류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며, 인공지능은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진화하고, 민주주의는 피로에 지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불평등은 심화되고, 소비주의는 지구의 한계를 무시한 채 질주한다. 이 모든 위기의 공통된 뿌리는 무엇일까? 바로 '현재 중심주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만 매몰되어, 과거로부터 배울 줄도 모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질 줄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에 크르즈나릭은 과감한 제안을 한다. 미래학이 아니라 응용역사학이 필요하다고. 중세 알안달루스의 관용, 에도시대 일본의 순환경제, 18세기 커피하우스의 공론장, 엘리너 오스트롬이 발견한 공유지의 지혜. 이것들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 해법의 설계도다. 역사를 대하는 이러한 태도의 전환은 근본적이다. 역사는 예언자가 아니라 상담자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괴테의 말처럼 삼천 년 세월을 쓰지 못하는 자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갈 뿐이다. 과거의 인간들이 어떻게 위기를 넘어섰는지, 어떤 시스템이 작동했고 어떤 것이 실패했는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를 발명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