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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함정
낸시 스텔라 지음, 정시윤 옮김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을 안고 산다.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 상황에서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위험 앞에서 우리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온몸이 긴장 상태로 전환된다. 이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생존 메커니즘이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작동할 때 발생한다. 과거의 상처,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는 현재의 사소한 자극에도 동일한 반응을 촉발한다. 상사의 짧은 말투, 연인의 무심한 표정, 프로젝트의 작은 실수가 마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때 우리는 두려움의 함정에 빠진다. 과거의 감정을 현재로 끌고 와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본래 가능했던 삶보다 훨씬 작은 그림자 속에서 움츠러든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낸시 스텔라의 <두려움의 함정>은 바로 이 악순환을 직시하고 끊어내는 법을 다룬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두려움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 과학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명상과 신경과학을 결합하여, 우리가 두려움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를 재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희망적인 동시에 혁명적인 제안이다.우리 삶에는 무수히 많은 트리거가 존재한다. 어떤 이에게는 특정 향수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목소리의 톤이, 또 다른 이에게는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강력한 트리거로 작용한다. 스텔라는 자신의 이혼 과정에서 전 남편의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변호사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치 어린 소녀로 돌아간 듯한 무력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는 트리거가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를 과거로 끌고 가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트리거가 작동하면 뇌는 순식간에 비상 모드로 전환된다. 전두엽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이 차단되고, 이성적 사고는 뒤로 밀려난다. 우리는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다. 이 순간 우리가 보는 세상은 극도로 단순화된다. "항상 이래", "절대 안 돼", "좋거나 나쁘거나" 같은 흑백논리 속에 갇히게 된다.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는 능력,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유는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반응이 관계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거절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상대방의 작은 침묵도 버림받음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대립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과잉순응하거나, 반대로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 자체를 포기하고, 안전지대에 머물며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우리는 점점 더 작아진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관계는 단절되며, 삶의 목표는 흐릿해진다. 두려움이 운전대를 잡은 인생은 방어와 회피로 점철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트리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 트리거의 지배를 받으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스텔라가 제안하는 '용기 있는 사고 프로세스(Courageous Brain Process)'는 여섯 단계로 구성된 체계적인 접근법이다. 이것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나 마음가짐의 변화가 아니다. 뇌의 신경 경로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방법론이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경험이 현재의 반응을 만들었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작업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트리거를 찾아낸다. 어떤 상황, 말투, 표정, 냄새가 나를 과거로 끌고 가는가? 세 번째는 자기 파괴적 패턴을 묘사하는 단계다. 트리거가 작동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도망가는가, 공격하는가, 얼어붙는가? 네 번째 단계가 특히 흥미롭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일을 회피하려 하지만, 스텔라는 오히려 그것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나를 떠나면 어떻게 되는가?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최악의 상황조차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설령 최악이 현실이 되더라도, 우리는 살아남는다. 다섯 번째 단계는 용기 있게 사고하는 것이다. 이는 트리거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대신, 의식적으로 다른 관점을 선택하는 연습이다. "이 상황이 과거의 상처를 건드렸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나는 어른이고, 이 상황을 다룰 능력이 있다"와 같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훈련한다. 마지막 단계는 실제로 두려움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펼치는 과정이다. 이 프로세스의 핵심은 반복이다. 뇌는 반복에 반응한다. 한두 번의 시도로 오랫동안 굳어진 신경 경로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새로운 경로가 강화되고, 오래된 패턴은 점차 약해진다. 스텔라는 명상과 결합된 이 방법이 자신과 수많은 내담자들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켰다고 증언한다.저자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결국 '선택'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두려움에 지배당할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트리거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트리거가 우리 삶을 조종하도록 내버려둘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변화는 쉽지 않다. 수십 년 동안 강화된 신경 경로를 바꾸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명상과 용기 있는 사고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스텔라는 말한다. 더 나은 기분을 느낄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변화할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책은 실천서다. 독자가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이해하고, 트라우마와 현재를 분리하며, 관계의 건강함을 회복하고, 자기수용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15분의 명상, 여섯 단계의 프로세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모두 실제 삶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