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율신경계는 진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PVT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신경회로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진화적으로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위계를 형성한다. 첫 번째 회로는 가장 오래된 등쪽 미주신경(dorsal vagal) 체계다. 이 체계는 극단적 위협 상황에서 활성화되어 부동화(immobilization) 반응을 일으킨다. 고대 파충류로부터 물려받은 이 회로는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에너지 보존을 위해 신진대사를 급격히 낮춘다. 현대 인간에게 이는 해리(dissociation), 실신, 극도의 무력감으로 나타난다. 심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몸이 얼어붙는" 느낌을 보고하는 것이 바로 이 회로의 작동이다. 두 번째는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다. 이 체계는 투쟁-도피(fight-flight) 반응을 담당한다. 위험을 감지했지만 아직 행동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 우리 몸은 심박수를 높이고 근육에 혈류를 증가시키며 전투 또는 도주를 위한 준비를 한다. 이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최근에 진화한 것은 배쪽 미주신경(ventral vagal) 복합체다. 이것이야말로 포유류, 특히 사회적 포유류를 특별하게 만드는 신경학적 혁신이다. 약 2억 2천만 년 전, 고대 파충류에서 최초의 포유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심장 억제를 담당하는 뉴런들이 등쪽에서 배쪽 미주신경 핵으로 이동했다. 이 '배쪽 이동'은 단순한 해부학적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빨기-삼키기-발성-호흡 과정을 하나의 통합된 회로로 연결시켰고, 수유를 통한 안정화라는 포유류의 기본 특성을 가능하게 했다. 이 세 체계의 핵심은 그들이 위계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안전할 때 우리는 배쪽 미주신경의 지배를 받으며, 이는 사회적 교류, 차분한 각성, 회복과 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나 위협이 감지되면 잭슨의 해체 원리(Jacksonian principle of dissolution)에 따라 진화적으로 더 오래된 회로들이 억제에서 풀려난다. 먼저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등쪽 미주신경이 작동한다
다미주이론의 중요한 기여 중 하나는 '미주신경 역설(vagal paradox)'을 해결한 것이다. 어떻게 동일한 미주신경이 건강한 호흡성 동성부정맥(Respiratory Sinus Arrhythmia, RSA)과 위험한 서맥(bradycardia)을 동시에 매개할 수 있는가? 포지스의 답은 명확했다: 그것들은 같은 미주신경의 다른 가지들이다. RSA는 호흡 주기에 따라 심박수가 미묘하게 변하는 현상이다. 들숨 때 심박수가 약간 증가하고, 날숨 때 감소한다. 이 리듬은 배쪽 미주신경의 건강한 기능을 반영한다. 높은 RSA는 유연한 자율신경 조절, 즉 환경 요구에 따라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정서 조절, 사회적 참여, 항상성 유지와 관련된다. 반면 신경성 서맥은 등쪽 미주신경의 활성화로 인한 급격한 심박수 감소다.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의 생존 반응이다. 주산기 의학에서 태아의 서맥은 심각한 고통의 신호로 해석된다. 심리생리학에서도 극단적 위협 반응으로 나타난다. 포지스의 천재성은 이 두 현상을 별개의 신경 경로로 구분하고, 각각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만든 데 있다. RSA는 이제 배쪽 미주신경 톤의 '포털'이 되어, 수백 편의 연구에서 스트레스 반응, 정서 조절, 사회적 행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