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했을 때, 그가 꿈꾼 것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었다. 그것은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 기관 없이도 개인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누구도 임의로 통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투명한 금융 네트워크였다. 이 비전의 핵심은 '탈중앙화'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하지만 오늘날 블록체인을 표방하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이 원칙이 얼마나 쉽게 희석되는지 알 수 있다. 소수의 노드가 네트워크를 지배하거나, 재단이나 기업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거나, 심지어 중앙 서버를 통해 데이터가 관리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사실상 전통적인 중앙화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탈중앙화라는 외피만 걸쳤을 뿐, 그 안에는 여전히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질은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완전한 탈중앙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편의를 위해, 혹은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화 요소를 도입한다. 하지만 그 순간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 즉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라는 본질이 사라진다.
블록체인의 진위를 판별하려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는 합의 방식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어떻게 거래의 유효성에 합의하는가? 작업증명(PoW)처럼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가, 지분증명(PoS)처럼 보유량에 따라 권한을 부여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가? 이 합의 메커니즘이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는지, 혹은 집중시키는지가 블록체인의 성격을 결정한다. 둘째는 탈중앙화의 정도다.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가, 아니면 허가받은 노드만 가능한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소수의 참여자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가? 탈중앙화는 단순히 서버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분산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중앙화된 시스템은 블록체인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셋째는 블록 저장 방식이다. 데이터가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가? 모든 노드가 전체 블록체인을 보관하는가, 아니면 일부만 저장하는가?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는 않는가? 블록체인의 불변성과 투명성은 데이터가 분산되어 저장되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면, 화려한 마케팅 문구에 속지 않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