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로 배우는 블록체인 첫걸음 에이콘 해킹과 보안 시리즈
이재인 지음 / 에이콘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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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대화는 언제나 극단으로 치닫는다. 한쪽에서는 "미래를 바꿀 혁명적 기술"이라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투기꾼들의 놀이터"라며 냉소한다. 하지만 이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실이 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작동시키는 기반 기술이라는 의미 만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능 열쇠도 아니다. 권력의 분산이라는 하나의 명확한 철학을 기술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기술 자체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주변을 둘러싼 과장된 마케팅, 불투명한 정보, 그리고 투기 열풍이 본질을 가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의 핵심 개념은 명쾌하다. 중앙 권력 없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를 통해 거래를 검증하고, 그 기록을 투명하게 보관한다는 것. 이것이 전부다. 문제는 이 원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변질되어왔는가 하는 점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했을 때, 그가 꿈꾼 것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었다. 그것은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 기관 없이도 개인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누구도 임의로 통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투명한 금융 네트워크였다. 이 비전의 핵심은 '탈중앙화'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하지만 오늘날 블록체인을 표방하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이 원칙이 얼마나 쉽게 희석되는지 알 수 있다. 소수의 노드가 네트워크를 지배하거나, 재단이나 기업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거나, 심지어 중앙 서버를 통해 데이터가 관리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사실상 전통적인 중앙화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탈중앙화라는 외피만 걸쳤을 뿐, 그 안에는 여전히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질은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완전한 탈중앙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편의를 위해, 혹은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화 요소를 도입한다. 하지만 그 순간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 즉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라는 본질이 사라진다.

블록체인의 진위를 판별하려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는 합의 방식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어떻게 거래의 유효성에 합의하는가? 작업증명(PoW)처럼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가, 지분증명(PoS)처럼 보유량에 따라 권한을 부여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가? 이 합의 메커니즘이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는지, 혹은 집중시키는지가 블록체인의 성격을 결정한다. 둘째는 탈중앙화의 정도다.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가, 아니면 허가받은 노드만 가능한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소수의 참여자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가? 탈중앙화는 단순히 서버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분산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중앙화된 시스템은 블록체인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셋째는 블록 저장 방식이다. 데이터가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가? 모든 노드가 전체 블록체인을 보관하는가, 아니면 일부만 저장하는가?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는 않는가? 블록체인의 불변성과 투명성은 데이터가 분산되어 저장되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면, 화려한 마케팅 문구에 속지 않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슬(SASEUL)은 바로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것은 또 하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토시가 제시한 원칙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실현하려는 시도다. 사슬의 가장 큰 특징은 100% 탈중앙화를 타협 없이 추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없다. 재단도, 개발팀도, 대량의 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도 네트워크의 운영 방식을 좌우할 수 없다. 모든 노드는 평등하며, 의사결정은 참여자들의 합의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기존의 많은 블록체인들이 직면했던 딜레마는 속도와 탈중앙화 사이의 균형이었다. 더 빠르게 거래를 처리하려면 노드 수를 제한하거나 합의 과정을 단순화해야 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중앙화로 이어졌다. 사슬은 이 문제를 독특한 합의 알고리즘으로 해결한다. 모든 노드가 검증에 참여하되, 효율적인 방식으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탈중앙화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성능을 확보했다. 또한 사슬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막대한 컴퓨팅 파워나 자본이 없어도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소수의 자본가나 채굴 기업이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고, 진정한 의미의 분산을 실현하기 위한 설계다. 블록체인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재가 되려면,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을 기술로만 이해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권력을 어떻게 조직하고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늘 중앙 권력에 의존해왔다. 국가가 화폐를 발행하고, 은행이 거래를 중개하고, 기업이 데이터를 관리했다. 우리는 이들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블록체인은 이 신뢰의 구조를 뒤집는다. 특정 주체를 신뢰하는 대신, 시스템 자체를 신뢰한다. 하지만 이 비전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면, 블록체인은 그저 비효율적인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하다. 중앙화된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보다 느리고 복잡하기만 할 뿐, 어떤 이점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진짜 블록체인과 가짜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중앙화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지 않는 프로젝트는, 아무리 화려한 기술을 자랑해도 블록체인의 본래 목적을 배신한 것이다. 사슬 같은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는 탈중앙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론이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명확하다. 블록체인은 누군가의 통제 아래에 있어서는 안 되며,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오늘날 블록체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코인 투자다. 가격 변동성, 일확천금의 꿈, 때로는 사기와 거품. 이런 이미지들이 블록체인의 본질을 가렸다. 물론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중요한 응용 사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진짜 가능성은 화폐를 넘어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다. 투명하고 조작 불가능한 기록 시스템, 중개자 없는 직접 거래,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신원, 공정한 의사결정 플랫폼.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핵심은 탈중앙화다. 권력이 분산되어 있을 때, 시스템은 투명해지고 공정해진다. 누구도 자의적으로 규칙을 바꾸거나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진짜 가치다. 하지만 이 가치를 실현하려면, 우리는 먼저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마케팅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기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탈중앙화되어 있는지, 어떤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 그리고 무엇이 단순한 과장 광고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블록체인이 투기의 도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으며,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확장성의 한계, 에너지 소비, 사용자 경험의 개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 왜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세상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분산된 세상인가. 신뢰를 강제로 부여받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투명성을 통해 스스로 신뢰를 입증하는 시스템인가. 블록체인은 후자를 향한 하나의 시도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사슬 같은 프로젝트는 이 길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타협하지 않고도, 원칙을 지키면서도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다. 물론 이것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실험과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기술 개발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사용하고, 판단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을 때, 우리가 본질을 이해할 때, 비로소 블록체인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오해를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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