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시스템의 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면역세포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만성 염증이 증가하며,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반응이 둔해진다. 그런데 백세 이상 장수 노인들을 연구해보니 그들의 면역 시스템에는 특별한 특징이 있었다. 염증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면역세포의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도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소화, 면역, 신경전달물질 생성, 염증 조절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일반 노인과 장수 노인, 쇠약한 노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은 확연히 다르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프로바이오틱스나 대변 미생물 이식을 통해 이를 개선하는 것도 노화 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같은 신경발달 질환에서도 특정 유산균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 이론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학은 주로 질병이 발생한 후에 개입해왔다. 증상이 나타나면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고, 수술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노화를 질병으로 본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세포 수준에서 예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노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각 메커니즘마다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언급한다. 개인마다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노화는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맞이해야 할 운명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하며 대응할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건강 수명, 즉 활기차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백 세까지 산다 해도 마지막 20년을 병상에서 보낸다면 그것이 진정한 장수일까? 저자는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답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 수명이라고 강조한다.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사라는 기본 위에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천하라고 권한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것이 건강 수명 연장과 삶의 질, 존엄성을 지키는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