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축소는 소비 시장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처럼 대다수를 차지하던 중간 가격대 상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움직인다. 합리적 가격으로 일상을 해결하거나,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가 시장에서조차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그들은 동일한 금액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요구한다. 품질, 디자인, 서비스, 그리고 구매 경험까지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만족스러울 때만 지갑을 연다. 이는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전달 능력의 경쟁으로 시장의 법칙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쓰리 코인즈가 보여주는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저가 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단지 저렴한 물건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에 기분 좋은 쇼핑 경험을 덧붙인 것이다. 워크맨이 추구하는 극한의 효율성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고품질과 저가격이라는,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를 동시에 잡기 위해 프로세스의 모든 군더더기를 제거했다. 반대편 극단에서는 새로운 부유층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고, 가격보다는 의미와 경험을 중시한다. 백화점들이 '백화점'이라는 명칭조차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간은 사라졌지만, 양 극단에서는 분명한 수요가 존재하며, 이를 정확히 겨냥한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60대가 아이돌 콘서트를 찾고, 10대가 전통 공방에 매료된다. 연령으로 소비자를 구분하던 전통적 세그먼테이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나이는 숫자일 뿐, 소비를 결정짓는 진짜 변수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동한다. 장기적 경제 침체는 세대 간 소비 환경의 차이를 줄였다. 과거처럼 나이에 따라 분명하게 구분되던 라이프스타일이 희미해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 역시 세대 간 문화적 격차를 좁혔다. 이제 60대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한다. 이는 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연령대별로 타깃을 설정하던 기존 마케팅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더욱 세밀하게 개인의 관심사와 열정을 파악해야 한다. '덕질'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진 이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깊은 애정과 몰입은 나이를 초월한다. 완구 시장이 저출산 시대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린이가 아닌 성인 수집가와 마니아들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취향 기반 커뮤니티는 강력한 소비의 동력이 된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소비한다. 츠타야가 단순한 서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제안자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독서와 문화에 대한 취향 자체를 공간 속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지하고 싶은 욕구가 지갑을 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