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성장 - 토스 제1호 조직문화 담당자가 전하는 생존을 넘어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
김형진 지음 / 푸른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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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5년 첫 출시 이후 불과 10년 만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를 제치고 국내 최대 금융 앱으로 등극한 토스. 2024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2,480만 명, 영업 수익 1조 9,556억 원이라는 놀라운 수치는 단순히 좋은 제품이나 마케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압도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엔진이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복지 프로그램이나 사무실 인테리어 정도로 치부할 때, 토스는 문화를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이친 성장이라 할 수 있는 토스의 성장 비법에 대해 알아본다.

토스가 정의하는 핵심가치는 흔히 보는 '정직, 열정, 혁신' 같은 추상적 구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에게 핵심가치란 조직이 실제로 성과를 창출해온 방식을 압축한 성공 방정식이자, 앞으로도 시장에서 계속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의 집합이다. 모든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작동하는 필터이자, 팀원을 채용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토스는 아무리 업계에서 유명한 인재라 해도 그들의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조직의 핵심가치와 맞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문화를 전략으로 삼는다는 것의 의미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자금 조달이 경영 전략의 영역이라면, 조직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인 핵심가치는 문화 전략의 영역에 속한다. 토스는 이 두 전략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많은 리더들이 신뢰를 막연한 인간관계의 덕목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토스는 신뢰를 조직의 속도와 결속력을 높이는 전략적 자원으로 정의한다. 넷플릭스가 2022년 가입자 감소 위기 속에서 자율의 문화를 책임 중심으로 수정한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신뢰는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해야 하는 자원인 것이다. 토스가 제시하는 신뢰자원 구축의 네 가지 원칙은 구체적이다. 첫째, 투명성을 통해 숨기는 것이 없음을 보여준다. 둘째, 일관성 있는 태도로 예측 가능한 조직을 만든다. 셋째,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넷째, 구성원의 의견이 실제로 고려되고 있다는 의미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원칙들이 작동할 때, 조직은 불필요한 의심과 확인 절차를 줄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신뢰자원이 풍부한 조직일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팀 간 협업이 원활해지며,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토스의 빠른 성장은 이러한 신뢰자원의 축적과 무관하지 않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 파워나 보상, 안정성 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토스의 답은 명확하다. 구성원 개개인의 동기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조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핵심은 채용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개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기가 우리 조직에서 충족될 수 없다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채용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유명한 인재라고 해서 무조건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 조직에서 동기부여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한다. 또한 개인의 성장, 도전적 과제 부여, 전문성 강화 기회 등 다양한 동기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를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복적 업무는 줄어들고 창의적 업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의 기회는 더욱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가 되고 있다. 토스는 이를 일찍이 인지하고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업무몰입도를 유지해왔다.


실리콘밸리의 자율과 책임 문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왜일까? 명확함이라는 기반 없이 자율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2025년 휴넷CEO의 설문조사 결과다. MZ세대가 리더에게 가장 기대하는 역할은 '문제해결 및 위기관리'였고,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선택한 '혁신과 변화 주도'와는 대조적이었다. 기성세대 리더들은 젊은 세대가 무조건 자율성만 원한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기준과 방향이다. 토스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What과 Why를 정하는 것은 리더의 고유 권한이며, 주어진 과업에서 How를 찾는 것이 진정한 자율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팀의 그라운드룰을 명확히 하고, 역할을 분명히 정의하며, 피드백 구조를 체계화했다. 프로세스와 원칙이 명확할 때 비로소 자율이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조직문화에도 유행이 있다.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구글의 심리적 안전감,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 등 시가총액이 높은 IT 기업들이 선도하는 문화 트렌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입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접근이다. 유행을 좇는 조직은 매크로 환경이 급변할 때 대응력이 떨어진다. 벤치마킹하던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느라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반면 고유한 문화를 구축한 조직은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토스는 처음부터 남의 문화를 복사하지 않았다. 위임의 범위, 실패 용인의 한계, 목표 설정 방식, 동료 피드백 활용 여부 등 모든 것을 자신들의 맥락에 맞게 재설계했다. 한국의 금융 시장,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문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온보딩에는 공을 들이지만 오프보딩은 소홀히 한다. 하지만 토스는 다르다. 퇴사자가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이별의 과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핵심인재가 떠날 때 가장 피해야 할 반응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은 사람은 일한다'는 식의 어색한 쿨함이다. 오히려 그 사람의 기여를 계속해서 인정하고, 떠남을 아쉬워하는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 퇴사 면담을 통해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 오프보딩 과정을 좋은 기억으로 남긴다. 남아있는 구성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전략적 선택이다.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별의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조직문화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상징적 장면이 된다.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리더 때문이다. 보상이나 복지, 업무 강도 등을 표면적 이유로 대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리더와의 관계, 리더의 소통 방식, 리더의 의사결정 스타일이 문제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 토스는 리더십을 추상적 덕목이 아닌 측정 가능하고 개선 가능한 영역으로 다룬다. 원온원의 목적을 그룹별로 차별화하고, 코칭과 트레이닝을 구분하여 적용한다. 신입사원에게는 정해진 정답으로 이끄는 트레이닝이 필요하지만, 숙련된 팀원에게는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코칭이 효과적이다. 또한 리더 자신의 메타인지 능력을 강화하도록 독려한다.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중립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은 리더에게 필수적이다. 불편함의 역치를 높이고, 어려운 대화를 회피하지 않는 용기도 중요하다. 토스의 빠른 성장 뒤에는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리더들이 있었다.

많은 리더들이 팀의 분위기를 '느낌'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토스는 업무몰입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디테일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로 조직의 상태를 진단한다. 업무몰입도의 주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정과 칭찬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여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둘째, 도전적 과제의 부여다. AI 시대에는 반복적 업무가 아닌 창의적 업무를 통해 성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회사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고, 회사의 미래가 밝다고 믿을 때 몰입도는 높아진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성장이 업무몰입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나 보상, 안정성 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에, 개인의 빠른 성장 경험이 더욱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가 된다. 토스는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구글과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아무리 정교한 면접 프로세스를 만들어도 채용 판단의 정확도는 50%를 넘기 어렵다. 즉, 절반은 잘못된 채용이라는 의미다. 링겔만 효과를 고려하면, 열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토스의 답은 명확하다.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디테일한 노력 하나하나가 조직의 성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채용 단계에서 진실성을 파악하기 위한 체계적 질문을 만들고, 입사 후에는 개선 프로세스를 통해 저성과자를 관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저성과자를 방치하는 것은 고성과자에 대한 불공정이며,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개선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되, 변화가 없다면 이별을 결단해야 한다. 인재밀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성과와 문화를 지키는 길이다.

토스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문화 전략의 결과였다. 조직문화를 복지나 이미지 관리가 아닌,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정의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핵심가치를 명확히 하고, 신뢰자원을 쌓고, 동기부여를 관리하며, 명확함을 기반으로 한 자율을 실현했다. 유행하는 문화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고유함을 추구했으며, 온보딩과 오프보딩 모두를 전략적으로 관리했다.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업무몰입도를 데이터로 측정하며, 인재밀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직문화는 하나의 제품이다. 구성원들은 이 문화를 소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고객이다. 그들의 경험은 조직에 대한 만족도와 회사의 성과로 직결된다. 리더는 바로 이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10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 앱으로 성장한 토스의 이야기는, 문화가 구호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조직에 맞는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며, 리더가 직접 챙기는 것이다. 토스의 미친 성장, 그 이면에는 문화를 전략으로 삼은 리더들의 치밀한 설계와 집요한 실행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토스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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