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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일본어판 - 星の王子さま - 日本語を學ぶあなた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미니학습지 콘텐츠 개발팀 기획 / 노이지콘텐츠 / 2025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왕자》를 기억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문장이 주는 따뜻함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그 작은 책이 이제 일본어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미니학습지의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어린왕자 일본어판>이다. 학습자를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한글 해석, 어휘 단어장, 원어민 발음 MP3, 그리고 필사 노트까지 제공하는 완벽한 학습 패키지다. 성인이 된 우리가 이 책을 다시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고 싶어서일 수도, 새로운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일본어 학습이라는 목표와 문학적 감동이라는 여정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 그곳에 필사(筆寫)라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는 낡은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경과학 연구들은 일관되게 손글씨의 놀라운 학습 효과를 증명해왔다. 키보드 타이핑과 달리, 손으로 글을 쓸 때 우리의 뇌는 운동 피질, 시각 피질, 언어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단순히 문자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의 형태를 인식하고, 손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문장의 의미를 새기는 다층적 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어 필사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히라가나 한 글자를 쓰더라도 그 곡선과 획순을 따라가며, 소리와 의미가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かなしい(슬프다)"라는 단어를 쓸 때, 'か'의 부드러운 곡선이 'な'의 균형감으로 이어지고, 'し'의 끝맺음이 'い'로 마무리되는 그 흐름 속에서, 단어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감정이 되고 기억이 된다.
《어린왕자》는 필사 학습을 위한 최적의 텍스트다. 짧고 명료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반복되는 표현과 핵심 어휘들이 자연스럽게 학습을 돕는다. "僕は君のことをずっと忘れない(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와 같은 문장은 문법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이 책이 제공하는 '학습자 레벨별 텍스트'는 필사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초급 학습자는 히라가나 중심의 텍스트로 시작해 글자 쓰기에 집중할 수 있고, 중급 학습자는 한자가 포함된 텍스트로 어휘를 확장할 수 있다. 상급 학습자는 원문에 가까운 표현으로 문학적 뉘앙스를 음미할 수 있다.
이 책의 특별 증정품인 필사 노트는 일본어 문자의 균형을 잡기 위한 칸이 설계되어 있고, 각 장마다 원문과 여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좋은 펜 하나를 준비해 본. 0.5mm의 젤펜이면 충분하다. 너무 가늘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너무 굵으면 글자의 섬세함이 사라진다. 필사는 속도의 경쟁이 아니다. 한 문장을 빨리 쓰는 것보다, 한 글자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本当に大切なものは目に見えない(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문장을 쓸 때, 각 한자의 균형을, 히라가나의 흐름을 천천히 느껴보고자 한다.
읽고 듣기 먼저 원어민 발음 MP3를 들으며 텍스트를 읽는다. 한국어 번역을 참고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 단계에서는 쓰지 않는다. 오직 눈과 귀로만 일본어를 흡수한다. 보며 쓰기 원문을 보면서 한 문장씩 필사한다. 글자 하나하나의 형태에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복사'가 아니라 '이해하며 쓰기'다. "왜 여기에 は가 아니라 が를 쓸까?", "이 표현은 어떤 뉘앙스일까?" 질문하며 쓴다. 외워서 쓰기 문장을 여러 번 필사했다면, 이제 원문을 덮고 기억에 의존해 써본다. 처음에는 한 문장도 어렵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점차 긴 단락도 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내재화의 순간이다. 책에 포함된 어휘 단어장은 필사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필사하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즉시 단어장을 찾아본다. 의미를 확인한 후, 그 단어만 따로 5회 반복해서 써본다. 그리고 그 단어가 사용된 원문 문장 전체를 다시 필사한다. "君が君のバラをとてもかけがえのないものにしたのは、君がバラのために費やした時間だったんだ(네가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장미를 위해 쏟은 시간이었어)"
필사는 명상과도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하루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시간.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듯, 우리는 필사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거야(飼いならすってことは、絆を作るってことさ)" 이 문장을 쓰며, 우리는 일본어와 관계를 맺는다. 매일 만나고, 정성을 쏟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언어를 길들이는 것. 그리고 언어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다. 일본어로 《어린왕자》를 쓰다 보면, 번역의 묘함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어 원문이 일본어로 옮겨지면서 어떤 뉘앙스가 더해지고, 어떤 의미가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이는 단순히 두 언어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 두 문화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일본어 해설 유료 강의는 필사 학습의 완성도를 높인다. 강의를 통해 놓쳤던 문법 포인트를 확인하고,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며, 발음을 교정할 수 있다. 필사 → 강의 수강 → 재필사의 사이클을 반복하면, 학습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혼자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이 된다. 각자 필사한 노트를 공유하고, 어려웠던 부분을 토론하며, 좋아하는 문장을 낭독하는 시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필사 인증을 올리며 동기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텍쥐페리가 사하라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썼을 때, 그는 전쟁과 상실의 시대에, 잃어버린 순수함을 글로 되찾으려 했다. 일본어로 이 이야기를 필사할 때, 무언가를 되찾는다. 느려지는 것의 가치, 반복의 힘, 손끝에서 피어나는 집중의 기쁨이다. "별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星がきれいなのは、どこかに見えない花が一輪あるからなんだ)" 이 문장을 일본어로 쓸 때, 문장의 의미를 나 안에 심는다. 한 획 한 획, 천천히, 정성스럽게 말이다. 미니학습지의 <어린왕자 일본어판>은 도구이지만, 필사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