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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뇌과학 - 와튼스쿨 뇌과학 교수의 가장 과학적인 리더십 레슨 ㅣ 쓸모 많은 뇌과학 13
마이클 L. 플랫 지음, 김현정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날 서점에는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대부분은 성공한 CEO나 유명 인사의 개인적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여 있다. 이러한 접근은 영감을 줄 수는 있지만, 과연 그들의 경험이 나와 내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마이클 플랫(Michael L. Platt)의 『리더십의 뇌과학(The Leader's Brain)』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답한다. 와튼스쿨의 뇌과학 교수인 저자는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과학적 근거 위에 세운다. 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뇌의 작동 원리로 설명함으로써, 누구에게나 통용되고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 리더십 원리를 제시한다. 책은 인간관계, 팀워크, 소통, 의사결정,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리더가 마주하는 핵심 과제들을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통찰력 있게 다룬다. 플랫 교수는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와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우리 DNA에 새겨진 사회적 본능을 밝혀내고, 이것이 리더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한다. 리더십은 소수의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뇌과학을 통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플랫 교수가 제시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사회적 뇌 네트워크(social brain network)'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 저자는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와 다른 동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본능이 종을 초월한 공통된 특성임을 보여준다. 사회적 뇌 네트워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전대상피질 아래쪽 영역은 타인이 경험하는 보상과 처벌에 관한 신호를 보낸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측두정 연접부와 배내측 전전두피질을 포함하는 영역은 타인이 무엇을 원하고, 믿고, 알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 즉 '정신화(mentalizing)'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연구에 따르면 권력은 사회적 뇌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 특히 낮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덜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줄어든다. 이는 많은 리더들이 직면하는 함정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이러한 경향에 맞서 싸워야 한다. 권력이 높아질수록 더욱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랫 교수가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Mirror neuron system'이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본능적으로 따라 하게 만드는 신경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물리적 동기화(physical synchrony)는 모방을 넘어, 우리가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미묘하게 상대방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신뢰와 지지의 비언어적 신호로 작용하며, 이는 우리 뇌에 본능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동기화의 힘은 개인 간 관계를 넘어 팀 전체로 확장된다. 사람들이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갖거나 협력할 때, 그들의 뇌가 동기화된다. 즉, 신경 활동 패턴이 정렬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뇌가 동기화되면 심장 박동을 비롯한 다른 생리 작용도 동기화된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심장 박동의 동기화는 집단 몰입(group flow) 상태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생리적 동기화는 호감, 이해, 공감, 라포(상호 신뢰 관계), 협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를 증진시킨다. 눈맞춤(eye contact) 역시 사회적 뇌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도구다. 사람들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눈맞춤에 반응하며, 맥락에 따라 눈맞춤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도 있고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효과적인 리더는 이러한 비언어적 신호들을 의식적으로 활용하여 팀원들과의 연결을 강화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뇌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십을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에서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개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전환시킨다. 플랫 교수는 직감과 경험에 의존하던 리더십을 과학적 근거 위에 세우며, 왜 리더가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회적 뇌'의 작동 원리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보편성이다.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뇌의 작동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 원리들은 문화, 산업, 조직 규모를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다. 권력이 사회적 뇌를 둔화시킨다는 통찰, 동기화가 팀 결속력을 만든다는 발견, 창의성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원리,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이 어려워진다는 사실 - 이 모든 것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이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듯이, 리더십은 운이 좋은 소수만이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구글의 산소 프로젝트(Project Oxygen)가 발견했듯이, 효과적인 리더십 기술은 얼마든지 배우고 갈고닦을 수 있다. 뇌과학적 통찰을 활용하면 누구나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처음 팀장을 맡은 신임 리더부터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CEO까지, 관리자로서나 리더로서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리더의 뇌는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이다. 신경과학에서 얻은 통찰력을 활용하여 우리는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더 강한 팀을 만들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더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 현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가정,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검증된, 가장 과학적인 리더십의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