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신호는 외부 충격, 통제 불가능한 변수의 등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금융시장, 지정학적 리스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중국 경제의 둔화, 국제 유가 급등, 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적 충격을 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같은 극단적 사건이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조정될 수 있다. 외부 충격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아무리 국내 시장을 분석해도, 외부에서 갑자기 발생한 위기는 모든 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어가 최선이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치명적이며, 현금 유동성 확보가 생존의 열쇠가 된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급락은 대부분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회복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다. 외부 충격이 왔을 때 패닉에 빠져 급매로 손실을 확정하는 사람과, 냉정하게 기다리며 회복을 준비하는 사람의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렇다면 이 다섯 가지 신호를 어떻게 통합하여 최저점을 읽어낼 것인가? 핵심은 '중첩'이다. 하나의 신호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수요 감소, 공급 과잉, 약한 고리의 붕괴, 정책 한계, 외부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때, 시장은 진정한 바닥에 근접한다. 구체적으로, 거래량이 극도로 위축되고, 미분양이 급증하며, 급매물이 쏟아지고, 정부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며, 동시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점. 이때가 바로 공포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며,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진입 구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악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점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신호의 강도와 지속성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래량이 바닥을 찍고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는가? 급매물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가? 이런 미세한 변화들이 누적될 때, 비로소 바닥 형성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