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테니스! - 코트 위에서 찾은 삶의 원칙, 52주 멘털 트레이닝 교과서
이동혁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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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늘 같은 벽에 부딪혔다. 연습장에서는 코치의 칭찬을 받을 만큼 폼이 살아났는데, 정작 시합에 들어서면 손에 땀이 차고 몸이 굳어버렸다. 라켓을 쥔 손은 떨렸고, 평소 자신 있던 샷조차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나는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술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연습량이 모자란 걸까? 그러다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그 답을 건네주었다. 이동혁 코치의 <인생은 테니스!>는 기술 지침서만의 의미가 아니었다. 52주에 걸쳐 펼쳐지는 멘탈 트레이닝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코트에서 겪던 문제가 사실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테니스 코트는 공을 주고받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심리적 훈련장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테니스는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스포츠다. 포인트 하나에 기쁨과 좌절이 교차하고, 작은 실수 하나에 얼굴이 굳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서브가 연달아 실패하면 고개를 떨구고, 상대방의 강력한 리턴에 당황해 다음 샷까지 흔들렸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 경기의 흐름은 이미 상대에게 넘어가 있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고. 어떤 이는 감정에 휩싸여 흐름을 잃지만, 또 다른 이는 자신만의 루틴으로 돌아와 중심을 되찾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바로 '감정이 올라온 순간, 어떻게 다시 내 흐름을 회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능력이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았다. 업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을 때, 나는 얼마나 자주 감정에 휩쓸려 판단력을 잃었던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준비했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순간들. 결국 테니스 코트에서 느끼는 감정의 파도는 일상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스리는 루틴의 부재였다.

저자는 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막 라켓을 잡은 지 몇 년 안 된 사람이 1년 안에 우승컵을 쥐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실성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1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훈련 방식과 경기 흐름, 나아가 태도까지 바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나는 늘 '준비가 되면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일을 미뤄왔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누군가는 준비가 부족해도 "해보겠다"고 말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배우며 성장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실패는 당연히 찾아온다. 중요한 건 그 실패를 외면하거나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실패 이후에 무엇을 보고 어떻게 다시 움직이느냐는 것이다. 잠시 주저앉을 수는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다시 나아간다면, 그 사람은 이미 성장하는 중이다.


테니스를 치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저 공은 못 받을 거야.' 상대의 샷이 멀리 떨어지는 순간, 발이 움직이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포기한다. 그리고 공이 바운드되고 나서야 '역시 안 되네'라고 자신에게 확인시킨다. 책은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정말 못 뛴 걸까, 아니면 그냥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한 걸까? 멘탈은 교묘하게 타협하라고 속삭인다. '이 정도면 괜찮아', '이건 어쩔 수 없어'. 그런 생각에 속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안 하게 되고 실력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물론 코트 저 뒤에서 네트 바로 앞에 떨어지는 공까지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못 뛰는 줄 알았는데 뛰어보면 받을 수 있는 공이 훨씬 많다. 결국 못 뛴 게 아니라 뛰지 않은 것이었다. 이 깨달음은 내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어차피 이건 내 능력 밖이야'라고 생각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혹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해봤자 소용없을 거야'라며 한 발짝도 내딛지 않았던 기억들. 안 될 거라는 확신은 사실 노력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저자는 매일 자신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왜 나는 뛰기 전에 포기했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안 될 거야'가 아니라 '해보자'로, '해봤자 소용없어'가 아니라 '일단 한 발이라도 뛰어보자'로 생각을 전환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테니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경기다. 그렇기에 매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몸이 무거운 날도 있고, 감각이 살아나는 날도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가고, 상태가 좋으면 좀 더 도전적인 샷을 시도하면 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어제의 기대를 내려두고 오늘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자'는 메시지였다. 조코비치도 페더러도 완벽하지 않은 날이 있었다. 프로 선수조차 매일 달라지는데, 우리가 어찌 항상 일정한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나는 종종 어제의 성공에 집착했다. 전날 프레젠테이션이 잘 풀렸다면, 다음 날도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늘 달라진다. 청중도, 주제도, 내 컨디션도 다르다. 과거의 방식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려 들면, 현재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라고. '오늘은 이 정도면 돼'라고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도 편해지고,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나온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여유가 더 큰 힘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기술을 동경한다. 강력한 서브, 예측 불가능한 드롭샷, 멋진 발리. 하지만 코치와 선수들의 실력 차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기본이다. 스플릿 스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스플릿 스텝을 하면 착지 순간 발이 자연스럽게 나뉘며, 어느 방향이든 몸이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중심이 낮아지고 자세가 안정된다. 공이 오기 전에 이미 몸이 준비되어 있으니, 급할 이유가 없다. 여유 있게 포지션을 잡고, 중심을 유지하며, 시선이 흔들리지 않는다. 임팩트 이후 팔로우 스루까지 자신 있게 이어갈 수 있다. 이 모든 게 스플릿 스텝에서 시작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높은 건물일수록 기초가 중요하다고. 기초가 부실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화려한 기술을 익히기 전에,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 동작을 몸에 새겨야 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 삶의 기초를 돌아보았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큰 계획을 짜는 데는 열심이지만, 정작 매일 지켜야 할 작은 루틴들은 소홀히 했다. 아침 스트레칭도 건너뛰고, 규칙적인 수면도 무시하고, 정리정돈도 미뤘다. 그러면서 큰 성과만 바랐다. 저자의 말처럼, 잘못된 길로 계속 가면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린 셈이다.

경기는 전쟁이다. 이기고 있다고 방심하는 순간 흐름을 빼앗기고, 지고 있을 때는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경기 중에는 잔인하게 임하라고.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끝내야 한다고.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다르다. 네트 앞에서 만났을 때는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존중을 보여야 한다. 함께 최선을 다해 싸운 사람에게 진심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 경기 중에는 치열하게, 파트너와는 끈끈하게, 경기를 마치면 존중을 표하는 것. 매너가 곧 실력이다. 이 대목은 내게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일할 때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퇴근 후에는 동료를 경쟁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대할 수 있는가. 프로젝트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지만, 회의가 끝나면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가. 승부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나의 태도다.

저자는 남의 자세를 무작정 따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에게 맞는 자세는 한 번 찾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몸은 계속 변한다. 컨디션도 달라지고, 근력도 바뀌고, 감각도 달라진다. 그래서 끊임없이 점검하고, 조정하고,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의 자세에 현혹되지 말라는 조언이 특히 와닿았다. 그 사람의 10년이 나의 하루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 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내 몸이 기억하는 감각, 내가 느끼는 편안함, 내 안에서 울리는 리듬. 그 속에서 진짜 답을 찾아야 한다. 나는 자주 타인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려 했다. 유명한 사람의 루틴을 따라 하고, 베스트셀러가 권하는 방법론을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맞지 않을 때, 나는 좌절했다. '왜 나는 안 될까'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있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진정한 실력은 남의 것을 베끼는 게 아니라, 나만의 것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


타깃을 정해 두고 연습해도 처음부터 꽂히는 샷은 드물다. 콘 옆으로 빗나가거나, 방향은 맞는데 거리감이 들쭉날쭉하다. 저자는 여기서 '영점 조준'의 개념을 소개한다. 사격에서 조준선과 실제 탄착점을 일치시키는 과정처럼, 테니스에서도 타깃을 설정하고 실제 샷의 궤적을 관찰한 뒤, 그 어긋남의 원인을 찾아내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사이드로 서브를 넣으려 했는데 자꾸 바디로만 간다면, 자세는 어땠는지, 팔로우 스루는 어디로 향했는지, 토스의 위치와 높이, 라켓 면의 각도는 어땠는지 하나씩 추적해야 한다. '많이 치면 언젠가 맞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몸의 어느 부분이 틀어졌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나는 이 개념을 일상에 적용해보았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다음엔 잘되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순간들. 회의에서 항상 같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지 않았던 태도. 영점 조준이란, 결국 자기 점검과 미세 조정의 반복이다. 몇 번이나 성공했는지, 어떤 자세일 때 정확히 들어갔는지, 실패는 어떤 패턴으로 반복되는지 복기하는 습관. 이것이 막연한 노력을 구체적인 성장으로 바꾸는 비결이다.

테니스는 공만 주고받는 운동이 아니다. 눈빛이 오가고, 말이 오가고, 감정이 오간다. 그 안에서 흐름이 만들어지고, 경기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코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라켓도, 공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늘 편하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감정이 부딪히기도 하고, 괜히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그럴 땐 혼자 훈련하는 편이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매일 좋을 수는 없다고. 모든 날이 뜨겁고 완벽할 수는 없다고. 그래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흔들릴 때, 옆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주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또 누군가를 붙잡아 줄 수 있다면, 그 관계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름만 들어도 수준과 품격,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하라. 함께해야 오래 버틸 수 있다. 함께해야 멀리 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니 테니스는 삶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트 위의 작은 공 하나하나가 내 삶의 결정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서는 법, 기본에 충실한 태도,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의 소중함. 이 모든 것이 테니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원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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